
‘배우가 뉴스 앵커를?’
이 상식을 뒤흔든 파격적인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혜영 씨입니다.

그녀는 60년대 한국영화계의 거장이자 영화 <만추>를 연출한 이만희 감독의 딸로 태어나, 1980년대 초 뮤지컬로 데뷔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기력과 발성, 카리스마, 심지어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그녀는 직접 후시녹음을 할 정도로 출중한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시대가 허락하지 않은 꿈이 있었습니다. 여성의 성을 소비하는 에로영화 전성기 속, 그녀는 당당히 말했습니다. “독재정권이 여배우를 창녀처럼 만들었다.” 시대를 향해 쏟아낸 이 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예술가의 외침이었습니다.

1991년, SBS가 개국하며 이혜영은 전격적으로 8시 뉴스 시사 프로그램 앵커로 발탁됩니다. 전문 아나운서도, 기자도 아니었지만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수락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평생 먹을 욕은 그때 다 먹었다”고 말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혹평에 시달렸고, 결국 10개월 만에 하차하게 됩니다. 그녀는 “바보 같은 질문이 많아 조화롭게 진행하지 못했다”며 자책 섞인 회고를 남겼습니다.

이후 1996년 돌연 프랑스로 떠났지만, 연극 ‘눈물의 여왕’으로 복귀하며 다시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드라마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는 전도연과 환상적인 앙상블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꽃보다 남자>, <킬힐>, <마더>, <카지노>에 이어 MBC <우리, 집>에도 출연하며 꾸준한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단 한 번도 쉽지 않았던 길. 하지만 언제나 도전했고, 꺾이지 않았던 그녀. 이혜영이라는 이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