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무원건강생활이 지난해 3월 설립한 포미다건강생활이 불과 5개월 만에 매각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풀무원이 사업 철수를 추진 중인 중국 충칭 법인을 포미다건강생활의 종속회사로 편입하고 재무구조를 정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법인이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닌 자산 매각을 위한 '명목상 법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포미다' 브랜드의 통일성을 통해 중국 내 인수 매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건강생활은 자회사 포미다건강생활의 지분 100%를 외부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거래는 올해 12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회계상 포미다건강생활의 매각예상 자산은 109억원, 부채는 39억원, 순공정가치는 68억원으로 평가됐으며, 이 금액은 풀무원의 2024년 연결 재무제표 매각 예정 지표로 반영됐다.
포미다건강생활은 풀무원건강생활이 지난해 3월 약 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로 설립한 자회사로, 사업 목적은 '건강식품 제조 및 판매'였다. 이 회사는 2013년 설립된 중국 충칭 소재 종속법인 '푸메이뚜어러훠(중국)유한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으며, 해당 법인은 현지에서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스킨케어 제품 등의 사업을 운영해왔다.
설립된 지 불과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경 매각이 공식화되면서 설립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포미다건강생활은 서울 강남구에 소재지를 두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 관련 영업 활동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포미다건강생활의 설립을 풀무원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본격 강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였으며, 실제로 풀무원은 그해 5월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풀무원건강식물원'을 론칭하면서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매각 추진 정황을 고려하면 포미다건강생활은 중국의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원활하게 매각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보인다. 지난해 충칭 법인의 매각 준비 과정에서 포미다건강생활이 설립됐고, 충칭 법인의 지분 100%(약 65억원)를 포미다건강생활에 채권·채무 상계 방식으로 이관하며 지배구조 정리를 마무리했다.
앞서 충칭 법인은 직소판매(방문판매) 방식으로 건강기능식품 및 생활제품 사업을 운영했으나, 팬데믹 이후 대면 판매 채널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2023년 말 사업을 철수했다. 풀무원건강생활은 해당 법인의 자산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2023년 재무제표에 약 5억3000만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업계는 이번 재편이 향후 매각 절차를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풀무원이 중국 내 식품 계열 법인에 일괄적으로 '포미다'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인수자에게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충칭 법인의 낮은 기업 가치를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충칭 법인 단독으로는 인수가격이 유리하게 책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 신설 법인에 편입시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포미다건강생활은 충칭 법인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필요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 맞다"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중국에서 철수하고 앞으로는 국내 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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