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한 미국인이 SNS에 올린 월마트 주차장인데, 차가 전부 앞으로 전진해 주차되어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주차장을 보면 대부분 차가 이렇게 후진해서 주차되어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권에 여행을 간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왜 여기서는 후방주차만 하느냐는 불평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유튜브 댓글로 ‘왜 우리나라는 미국과 주차방향이 다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걸 평가한 자료가 있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까 각 나라별 주차장 모습을 사례분석해 후진주차 비율을 계산한 해외논문이 있었고, 여기 내용을 보면 의외로 나라별로 주차방향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사례가 아주 많은 건 아니었지만 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대만은 후진주차 비율이 대체적으로 가장 높았고 미국은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

반면 유럽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데, 유럽은 워낙 공간이 좁아서 대개 길가에 일렬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관계자
“주차 공간 널널한 데는 전방주차 그런 것들을 하는데 유럽이나 어디 가도 거의 유럽은 대부분 일렬(평행)주차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 대부분 다 후진으로 많이, 저도 많이 출장 가서 봐도 다 후진으로 주차하더라고요.”

영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후진주차만 가능’이라는 사설 표지판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먼저 지리적인 특징. 취합한 자료를 종합하면 전진주차가 우세한 지역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브라질 등에 편중되어 있었다. 주차공간이 넓은 곳들이라서 굳이 후진주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관계자
“전방주차를 많이 하는 데들은 대부분 동네가 개인 주택이 있거나 그런 큰, 주차공간이 좀 널널한 데 있잖아요. 그런 데는 거의 앞으로 들어가도 편하니까, 나오기도 편하고 들어가기도 편하니까 대부분 전방도 많이 하는데”

애초에 이들 국가에서는 후진주차를 따로 배우지 않는다고도 한다. 미국 온라인매체 VOX에 실린 현지 단체 인터뷰를 보면 “미국인들은 교육 때도 그렇고 다른 운전자로부터도 후진주차하도록 배우지 않기 때문에 후진주차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나온다. 한국을 비롯해 후진주차 비율이 높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면허를 딸 때부터 후진주차를 배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두번째 이유는 문화 차이. 앞서 소개한 논문 통계를 살펴보면 땅이 넓은 중국도 압도적으로 후진주차 비율이 높은 걸 볼 수 있는데, 이건 지리적인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건데, 그 요인을 논문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만족지연행동’(gratification delaying behavior)으로 해석했다.

만족지연행동이란 당장의 노력을 더 들이거나 불편하더라도 나중에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선택을 하는 걸 뜻한다. 후진주차의 경우 주차요령을 익히는 데도 오래 걸리고 주차도 힘든 반면 차를 뺄 때는 사고 위험이 적고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전형적인 만족지연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례로 2016년 미국의 교육심리학 연구자들이 세계 각 지역 국가출신 이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 국가가 이런 성향이 많기도 했는데 이런 차이가 주차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앞선 논문의 결론이다.

심리학과 교수에게 물었더니, 문화심리학 연구의 특성상 무조건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문화권마다 각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란 서울디지털대 상담심리학가 교수
“쉽게 일반화시킬 수는 없긴 한데 자기조절 능력이나 자기통제 능력이잖아요, 결국 만족지연능력이. 이런 것들은 문화 차가 있을 거는 같아요. 확정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논문 상) 근거가 있다고 저는 그렇게 느껴지기는 해요.”

사실 전진주차가 일반적인 나라에서도 전문가들은 후진주차를 더 권장하긴 한다. 일단 전진주차된 차들은 나중에 차를 뺄 때 옆 차 또는 뒤쪽 시야가 제한돼서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아파트에서는 화단 식물 보호 등의 이유로 전진주차를 권장하기도 한다.

한국 같은 상황에선 전진주차가 후진주차에 비해 훨씬 까다롭기도 하고 후진주차가 익숙해지면 그것대로 편하기도 한데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아마도 한국 주차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게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