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공방과 주택을 위한 정원 & 여름 정원 관리법

천연재료 나무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질감을 좋아하는 목수분이 거주를 위한 주택과 작업을 위한 공방을 동시에 건축한다고 연락을 주셨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더 영감을 받아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성으로 꾸며보았다.

진행 이화정 기자┃글 자료 박진영(화랑조경 대표)

용인에 주택과 공방을 짓는 건축주가 조경을 의뢰해 왔다. 처음 제안을 드린 도안상에는 사계 정원 뒤로 온실과 텃밭, 입구 플랜터들이 더 있었으나 넝쿨 식물을 위한 오벨리스크 등 클라이언트 목수의 멋진 정원 작품과 오브제를 정원에 둘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의 재량 공간으로 비워 두었다. 대신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 정원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식재에 힘을 주었다.

원형 광장이 있는 사계 정원
공방과 주택 사이의 공간에는 사계 정원을 조성했다. 사구석을 경계석으로 레이아웃을 만들어 4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 봄 여름 가을 겨울 테마로 식재를 했다. 봄 구역에는 앵두나무와 튤립 등 구근식물과 초화를 식재했고, 여름 구역에는 알프스오토메 사과나무를 메인으로 심었다. 가을 구역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대형 화살나무와 그라스를 심고, 겨울은 빨간 열매가 포인트인 산사나무와 상록사초를 식재했다.
막 식재한 교목들은 나무의 키를 고려해서 지주대를 세웠다. 지주대는 이식한 나무의 뿌리가 나무를 지탱하는 힘이 부족해 바람에 쓰러지거나 흔들려서 새로 나온 뿌리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다. 보통 1년 정도면 식물이 잘 활착하기에 이식한 다음 해에 제거하게 된다.
중앙에는 부정형 판석으로 원형 광장을 만들어 테이블이나 화로 등을 두어 다양하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실용적인 원형 광장을 둘러싼 화단 레이아웃은 사방으로 동선이 있어 주택과 공방을 오가는 접근도 편하게 했고, 화단 자체 면적도 죽는 공간이 없이 최대한 잘 뽑아냈다.
공방과 주택 사이 정원 공간을 조성하기 전 모습
화단은 사구석으로 레이아웃을 하고 흑색 화산송이석으로 마감했다.
로맨틱한 메인 정원
맑은 파란색의 공방 건물은 초록 정원을 더 로맨틱하게 보이게 해주었다. 메인 정원 역시 일체감을 위해 사구석으로 경계를 했다. 그리고 상록수인 문그로우와 꽃이 예쁘고 향기가 좋은 밀원식물인 바이텍스, 미스김라일락, 블루베리, 말발도리, 러시안세이지, 샤스타데이지, 버들마편초, 큰꿩의비름, 숙근샐비어, 미니톱풀, 원평소국, 사계소국을 식재했다. 여기에 로맨틱한 색감의 다양한 초화와 털수염풀, 모닝라이트, 화이트뮬리, 은사초, 은쑥, 에버레스트 등 다양한 품종의 그라스를 식재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정원을 더 풍성하게 하도록 했다.
사계 정원 식재 작업
사계 정원과 원형 광장
메인 정원 식재 작업
식물 성장 및 배수 고려한 식재
다년생 식물을 식재할 때는 식물이 성장하는 것을 고려해서 공간을 두고 식재를 하게 되는데 2~3년이면 풍성한 정원을 볼 수 있다. 만약 그 기간 동안 정원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싫다면 1년생 식물로 채워서 감상할 수 있다. 처음부터 가득 차게 식재를 했다면 이듬해에 식물이 과하게 밀식돼 오히려 생장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그때 적절하게 솎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배수가 잘 안 되는 토양은 먼저 적절히 개량 후 식재해 일차적으로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케이스처럼 전혀 마운딩이 없는 평지의 경우에는 눈에 띄지 않게 살짝 자연 구배를 주어 배수를 유도할 수 있다. 식물의 생육에 배수는 필수적인 부분이므로 잘 확인해 식재하는 것이 좋다.
메인 정원의 3D 시안
메인 정원 식재 후의 전경
여름 정원 관리 팁
여름 정원은 본격적인 잡초와의 전쟁이다. 또한 장마철에는 배수 불량으로 식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배수시설 점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외에 여름 정원 관리하는 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꽃대 자르기(데드 헤딩), 가지치기
정기적으로 죽은 꽃을 제거해 주면 새로운 꽃을 피우게 되어 개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철쭉, 수국, 튤립, 장미 등 만약 종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면 꽃을 감상하고 꽃이 지면 바로 꽃대를 잘라주는 것이 좋다.
수국의 경우 잎눈 위의 꽃대만 자른다. 물론 높이를 조절하고 싶다면 더 아래쪽의 잎눈 위를 잘라도 좋다. 지저분한 가지, 죽은 가지, 묵은 가지들도 같이 솎아내 주어 식물을 깔끔하게 유지한다. 철쭉은 손으로 진 꽃대를 따주면 되고, 장미는 전정가위로 꽃대를 자른다. 튤립 역시 꽃이 지면 꽃대를 자른다. 수국, 진달래, 철쭉, 벚나무, 모란, 라일락, 매실, 산수유, 살구, 앵두, 목련, 모란처럼 2년생 가지에서 꽃이 피는 나무는 꽃이 지고 바로 전정하게 되면 10월쯤 꽃눈이 다시 보인다.

2. 구근식물 캐기
구근식물은 개화 시기가 길지 않지만 대신 크고 화려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철이나 혹한기에 신경 써주지 않으면 구근이 썩거나 얼어 죽게 된다. 수선화, 히아신스, 스노우드롭, 크로커스 무스카리, 백합류 등은 캐내지 않아도 잘 견디긴 하나 그 외에는 캐내서 보관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구근은 꽃이 지고 잎이 마르면 캐내서 보관하는데, 튤립이나 알리움은 특히 잘 무르기 때문에 여름철 장마 전에 반드시 캐는 것이 좋다.

3. 여름철 물주기 방법
여름철에는 사람처럼 식물도 물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해서 잎이 처지지는 않았는지 관심 있게 살펴주는 것이 좋다. 식물에게 물을 주는 가장 좋은 시간은 시원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이다.
이렇게 하면 한낮에 주는 것보다 증발이 줄어들기에 식물에 효과적으로 최대한의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 꽃이나 잎에 흩뿌리는 것보다는 되도록 뿌리에 직접 물을 주는 것이 좋다. 한낮에 물을 주는 경우 잎에 남게 된 물방울이 볼록렌즈처럼 빛을 모으게 돼서 잎에 손상을 주게 될 수도 있다. 만약 달팽이의 피해가 있는 식물인 경우 밤에 물을 주게 되면 습한 기운을 좋아하는 야행성 달팽이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므로 아침에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들판의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여름 정원은 손이 많이 가고, 장마 시에는 비와 함께 걱정도 같이 오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런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나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분들이라면 그 사랑의 손길이 가득 닿은 정원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간다. 내 손길이 닿은 식물들과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아름다운 인생을 즐길 수 있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