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이승륜 기자 2023. 3. 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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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백회 국회토론회 참석 조사관


- “일부 위원 결과물 일부러 배제
- 수면 마취 덜 깨 오락가락 상태서
- 하루 1000여 건 인과성 심사도”
- 피해자 “판박이 심의결과 납득돼”

국회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토론회에서 지역 백신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사 과정에 의도적 왜곡과 부실 심사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토론회에 참가한 피해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안성배 제주도 역학조사관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국가의 역할은’ 정책간담회 끝부분에 이 같이 지적했다. 안 조사관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소속 고위직 위원 중 한 명이 보상전문위원회 심사를 진행하면서 역학조사반이 가져온 결과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위원은 또 다른 심사 과정에서 수면 마취에서 덜 깬,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하루 1000여 건의 인과성을 심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심의 과정에서 WHO에서도 인정이 안 돼 우리나라가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 내용이 빠진 엉뚱한 심사 사유가 적힌 결과서가 피해자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안 조사관은 지난해 7월 열린 보상전문위원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며 지역 역학조사관을 회의에서 퇴장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원회는 당시 퇴장 등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강제퇴장시킬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로 지역 역학조사관을 퇴장시켰다”며 “지금도 보상전문위에 역학조사관이 못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안 조사관은 제주도청 소속의 감염병 역학조사 전담 공중보건의다. 각 시·도청은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라 역학조사관을 둬야 한다. 안 조사관은 그간 부실한 백신 후유증 심의와 관련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폭로를 결심했다. 그는 “그간 이런 간담회 자리가 없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터뜨리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인 코백회 주최로 열렸다. 국회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김미애(국민의힘)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문가, 백신피해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은 안 조사관의 폭로를 듣고 분노했다. 한 코백회 회원은 “질병청이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판박이 심의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가한 서울대 의대 김윤(의료관리학) 교수는 “접종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다른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의무로 한 것이므로 국가 보상은 정당하다”며 “인과성 불분명에 해당하는 ‘4 판정’을 인과성 없음으로 보는 것은 국민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국가 중심 사고”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백신과 질병 사이에 개연성이 있고, 발병의 다른 원인이 없으면 포괄적으로 백신 피해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질병청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갑자기 기저질환이 악화한 때에도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지만, 우리나라는 과학적 근거만을 기계적으로 따져 판정한다.

외국에서 자국 내 백신 피해 사례에 집중해 정책을 집행했던 것에 반해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전문가 주장도 나왔다. 강윤희(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박사는 유럽 대부분 국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중단한 배경을 거론했다. 우리나라는 혈전증 우려에도 계속 접종한 반면, 노르웨이는 혈전증 백신 피해가 보고되자 의심 사례 5건을 찾아 피해보상 전문위원들이 3건을 백신과 관련성 있다고 결론 내린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김미애 의원은 “질병청은 다른 나라 선례가 없다며 인과관계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국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정부 백신 수칙을 잘 따랐다. 특별 대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춘숙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차원에서 진상 파악에 나설 것이며, 질병청은 관련 대답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말에, 질병청 관계자는 “예”라고 답하고 안 조사관의 폭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조경숙 질병청 예방접종피해보상지원센터장이 간담회 중 자리를 떠 피해자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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