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거나, 비싸서 엄두 안 나거나’…음주운전 방지 장치, 통학 버스들 ‘부담’

음주 시동 잠금장치. 연합뉴스 제공.

“버스가 부착 대상에 들어가는지 잘 몰랐는데, 지금 학원 사정이 빠듯하다 보니 장치를 사기엔 가격 부담이 크네요.”
전주시 내 한 초등학생 대상 종합학원 원장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어린이 통학 버스를 운영하는 학원 및 유치원 등에서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음주운전 방지 장치는 차량 운행 전 운전자의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만 시동이 걸리는 음주측정기 형태다. 장치 설치가 가능한 차량 대상에 이날 기준 전북특별자치도 내 1천332대가 등록된 어린이 통학 버스도 포함됐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원 및 유치원 등이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막상 부착하려 해도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200~300만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어 금전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전주시 내 어린이 통학 버스를 마련한 업체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30일 어린이집 및 유치원 3개소와 예체능학원 2개소에 어린이 통학 버스가 장치 부착 대상인 점을 알고 있는지 묻자, 이들은 모두 ‘전혀 몰랐다’며 처음 듣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그나마 초등학생 대상 종합학원 2개소는 장치 부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설치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시 서신동 A종합학원 관계자는 “학부모 문의를 받아 장치 부착이 가능한 걸 알게 됐고, 혹시 모를 사고에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야 하니 일단 가격을 찾아봤다”며 “너무 비싸서 결국 설치는 미뤘다”고 말했다. 함께 대화를 나눈 B종합학원장도 “버스를 굴리는 것부터 유지비가 많이 들고 전체적인 학원 운영이 빠듯한 터라 장치 값이 높게 느껴져서 부착을 고민 중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린이 통학 버스는 장치 의무 부착 대상자인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운전자들과 달리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 지난 3년(2020~2022년)간 전국적으로 어린이 통학 버스의 음주 사고율이 일반 버스보다 12.9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올 4월부터 실시한 어린이 통학 버스 대상 장치 100대 무료지원을 10월까지 실시할 예정이다”며 “추후 장치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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