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노동에도 서열을 매겼다…죽고 다치고 차별받는 ‘2군 노동자’ [왜냐면]


작가들, 파업 앞둔 공공운수사회서비스 현장을 가다 ③ 학교
윤지연 | 작가·김유정신인문학상 수상
폐암 투병 중이던 동료가 급식실로 출근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던 올해 3월 초였다. 그는 몰라보게 앙상해져 있었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깜짝 놀라 그를 만류했다. 안 돼. 쉬어야 돼. 하지만 그는 일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괜찮다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동료들은 그가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안쓰럽고 걱정되는 마음을 섣불리 드러낼 수도 없었다. 그가 거듭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해서, 자꾸 기침을 해서, 아픈 것을 숨기지 못해서. 그 속이 오죽할까. 동료들은 그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출근 두달 만인 5월 초 다시 병가를 냈다. 그리고 넉달 뒤, 그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9월, 충북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고 이영미씨의 이야기다.

10명 중 한 명은 폐암, 두 명은 폐결절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조리원은 열명. 여덟은 초등학교를, 둘은 부설 유치원 급식을 담당했다. 그중 두명은 재작년 교육청이 처음으로 실시한 급식노동자 폐 컴퓨터단층촬영(CT·시티) 검진에서 폐결절 진단을 받았다. 학교 급식실에서 25년간 근무해 온 김정숙(가명) 조리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겁이 난다고 했다.
“처음 폐 시티 찍었을 때 0.2㎜였어요. 작년에는 0.3㎜로 커졌고, 올해는 그대로래요. 같이 일하는 5년 차 조리실무사도 0.3㎜래요. 그런데요, 그게 다예요. 주기적으로 폐 시티 찍어 주는 거. 매해 얼마나 나빠졌는지 확인하는 거. (교육청에서는) 미리 손 써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꾸 죽는 거예요. 폐 시티도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얻어낸 거잖아요.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매일 연기 마시며 일하면서도 나와 내 동료의 몸이 상하는 줄 몰랐다. 특히 영미가 그렇게 아플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기억하는 영미는 활발하고, 낙천적이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라인댄스를 배우며 일상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동료를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또다시 나와 동료에게 그런 일이 닥칠까 봐 겁이 난다.
그렇다고 속마음을 함부로 드러낼 수는 없다. 남아있는 동료들이 동요할까 봐서다. 가뜩이나 일은 많고, 일손은 적은데 결원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인당 100인분 넘는 급식을 담당하고 있어, 한 명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급식실 자체가 휘청거린다. 아파도 병가조차 쓸 수 없다. 병가를 쓴다 해도 대체인력을 직접 구해야 한다. 게다가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악명 높은 현장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결원이 채워지지 않는 거예요. 대체인력 오신 분한테 같이 일하자고 통사정해서 겨우 결원이 채워졌어요.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그분이 교장한테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일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라고. 제발 병가라도 마음 놓고 쓰게 해달라고.”
그는 학교 급식실을 두려움과 기피의 공간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교육부와 교육청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2군 노동자
새벽 6시30분. 전북 전주의 ㄱ초등학교 급식실. 박진주(가명) 조리사가 출근했다. 업체로부터 식자재를 건네받아 꼼꼼히 검수한 뒤, 그것들을 씻고, 벗기고, 자르고 나면 오전 여덟 시 반. 조회를 열어 업무를 분담하고, 곧바로 조리 작업에 들어간다. 굽고, 튀기고, 볶고, 끓이느라 조리실 안이 연기와 증기로 뿌옇다. 11시20분, 짬을 내 점심을 먹는다. 식사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식판을 치우자마자 배식을 준비한다. 이미 배식대 앞에는 교직원들이 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두 시간 넘는 배식이 끝나면 설거지와 청소를 해야 한다. 트레이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수백 개의 식판과 수저가 부딪히고,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청소가 끝나면 작업복을 세탁하고 뒷정리를 한다. 퇴근 삼십 분 전에야 겨우 휴게실에 엉덩이를 붙인다. 학교 급식실에서 15년 넘게 일한 그도 폐결절을 앓고 있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이 안 돼요.”
박진주 조리사가 말했다. 그의 기본급은 198만6천원. 올해 최저임금보다 7만4740원 적다. 모자란 임금은 조리사 면허수당(9만9300원), 위험수당(5만원), 근속수당(연 3만9000원) 같은 것들로 채운다. 게다가 그들은 방학 중 비근무자로 분류돼, 1년 중 10개월치의 임금만 받는다. 교육 현장에서 그들은 만년 ‘2군 노동자’ 취급을 받는다.
교육부는 학교 안팎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직을 ‘교육공무직’으로 묶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1유형’과 ‘2유형’, 그리고 ‘특수운영직군’으로 나누었다. 급식실 조리원은 ‘2유형’으로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 낮다. ‘1유형’의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 12만5260원 높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가르고 차별하는 경계다.
“많이 다쳐요. 넘어지고, 베이고, 화상 입고, 저희 얼굴에 검버섯같이 난 거. 약품 튄 자국이에요. 그렇게 일하고도 마이너스일 때가 있어요. 방학 때는 기본급을 못 받으니까. 보험료는 계속 나가니까. 그런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화가 나요.”
전주의 ㄴ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오은주 조리실무사가 말했다. 그는 교육 당국의 차별과 위계가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했다. 학교 교직원을 위해 밑반찬 한두 가지를 더 만들어야 하는 것도, 교직원용 배식대를 따로 관리해야 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고 했다. 여름에 땀에 흠뻑 젖어 배식하는데 에어컨을 꺼 달라고 요구하는 교직원을 보면, 마치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같다.

모자라는 일손은 또 다른 단시간 노동자로 채워진다. ㄱ초등학교 점심시간. 고령의 노동자 두명이 식판을 정리하고 식탁을 닦는다. 그들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급식 도우미 일을 한다. 그들이 받는 임금은 하루 2만9000원. “그분들 없으면 급식실이 안 돌아가요.” ㄱ초등학교 영양사 최영심씨가 말했다.
최영심 영양사는 부임 첫해의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돈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근무 일수를 줄이거나, 교장으로부터 ‘나한테 잘 보여야 일할 수 있다’라는 얘기도 들어봤다. 2010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뒤 많이도 싸웠다. 1년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위험수당 등 각종 수당을 신설하고, 병가도 6일에서 60일로 늘렸다. 예전 생각하면 많이 변했나 싶다가도, 현실을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공무직의 임금은 공무원의 절반 수준이에요. 여전히 주변적인 노동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학교에서 미화나 경비 업무를 수행하시는 분들은 상황이 더 심각해요. 이분들은 아무리 일해도 경력조차 인정받지 못해요.”

열외당한 노동, 특수운영직군
서울의 ㄷ중학교에서 18년간 청소 업무를 해온 이영아씨는 퇴직 전에 근속 수당 한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다. 그는 어째서 자신들의 경력만 열외당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학교에서 청소, 경비 일을 하는 노동자는 ‘2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들을 다시 ‘특수운영직군’으로 분리했다. 이들은 십 년을 일해도, 이십 년을 일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남들 다 받는 근속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급식비, 가족수당, 복지비 등을 다 합쳐야 월급 200만원에 간신히 이른다.
이씨는 하루 여덟 시간 근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벽 6시 반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학교는 넓고 해야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환복한 뒤 청소 도구를 챙겨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교직원 화장실부터 쓸고 닦는다. 꼬박 두 시간을 일한 뒤 오전 9시30분부터는 전체 여자 화장실을 청소한다. 2층부터 5층까지, 총 10곳의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면 어느새 대낮이다. 오후에는 건물 복도와 창틀을 청소한다.
ㄷ중학교에는 세 명의 청소노동자가 일한다. 그중 무기계약직은 이씨 한 명이다. 다른 두명은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고용한 9개월 단기 계약직이다. 9개월 후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고, 이씨는 이 넓은 학교를 홀로 청소해야 한다. 이씨와 함께 일하는 청소노동자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분이 로봇처럼 일을 해요. 몸이 다 망가졌는데도 약으로 버티는 거야. 18년 일했으니 달인이 된 거지.”
7년 전, 이씨는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학교 행사가 끝나고 운동장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는데도 눈치 보느라 산재도, 병가도 신청하지 못했다. 그때 다친 곳이 여태 낫질 않는다. 퇴근 후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며 지금껏 버티고 있다. 학교는 이씨에게 정해진 청소 구역 이외의 업무를 요구하기도 한다. 입학식, 졸업식 등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 그렇다. 그런 날이면 강당 청소까지 도맡아야 한다.
“이번 달에 206만원 받았어요. 나이가 있어 연금을 안 떼니 이 정도지. 일은 일대로 시키고 돈은 얼마 안 줘요. 왜 그러나 몰라. 나이가 많다고 그러나. 근데 나이 많으면 돈이 더 들지. 아프니까. 나도 병원비가 많이 나와요. 내가 65살 정년까지 5년 남았어요. 퇴직 전에 근속 수당 한번 받아 봤으면 좋겠어.”

가장 약한 노동자를 차별하는 학교
교육공무직을 유형별로 분류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교육부의 주장처럼 1유형만이 특정 자격이 요구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2유형에 속한 조리사는 조리사 자격증이, 초등보육전담사는 2급 이상의 보육사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교 내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노골적인 차별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고태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이들의 임금 차별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했다.
“고령층이나 이주민의 정체성을 갖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해요. 예를 들어 1유형이 교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업무라고 한다면, 다문화언어강사도 여기에 속해야 해요. 하지만 이들은 2유형에 속해요. 다문화언어강사는 교육공무직 조합원들 중 가족 수당을 못 받는 유일한 직군입니다.”
다문화언어강사는 모국어와 한국어가 가능한 고학력 이주 여성을 위주로 선발한다. 특수고용직군으로 분류된 청소 미화, 경비 노동자들도 고령층이 주를 이룬다. 고태경 조직국장은 “반발이 작을 것 같은 가장 약한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려 온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오는 12월6일 공동 파업에 나 선다. 이들의 요구는 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는 것, 그리고 차별 없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남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일한 만큼 대우받는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내년에 정년을 앞둔 급식노동자 김정숙씨가 말했다. “하필 파업 날이 김장 날이에요. 그래도 파업은 나가야지.” 그렇게 말하며 청소노동자 이영아씨가 웃었다.
※‘왜냐면’은 한겨레에서 시민사회에 제공하는 토론 공간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고 글들을 싣습니다. 한국 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글의 내용은 한겨레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 지지율, 계엄 사태 뒤 13% 최저…“박근혜 국정농단 때와 유사” [갤럽]
- [속보] 군인권센터 “2차 계엄 의심 정황…4일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시”
- 조경태, 국힘 의원 중 탄핵 첫 찬성…“윤 직무정지 빨리 시켜야”
- [속보] ‘탄핵 동참’ 한동훈 “윤, 주요 정치인 체포해 수감하려 했다”
- [속보] 이재명, 한동훈 ‘윤 직무정지’ 발언에 “다행…국민 뜻 존중하길”
- 국방부 기자실 들어온 군경찰…“안 나가면 테이저건 쏠 수 있다”
- [속보] 조국 “윤석열 탄핵안 오늘 표결하자”
- 탄핵 땐 심판 맡을 헌재 ‘6인 체제’…‘9인 완전체’ 심리 가능할까
- [속보] 민주 “‘2차 계엄’ 제보 다수 입수…전 의원 국회 대기”
- [단독] 현직 치안감 “이상한 계엄에 경찰 연루…더럽게 기분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