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찍어내기’…공언련이 신고하고 출신 위원이 심의

박강수 기자 2024. 10. 1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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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⑨ 5개 언론사 공동기획
2분과위서 청탁금지법 위반건 심의
전 정부 임명 이사장 3명 수사의뢰
공언련 출신 홍세욱 참여 ‘이해충돌’
고발 등 주도하다 권익위 위원으로
천준호 의원 “고발사주와 구조 같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홍세욱 변호사가 권익위원으로 위촉되기 전인 2022년 7월29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젊은시각 영상 갈무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진 물갈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 3사 이사장을 겨냥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심의·의결에 보수 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 권익위원이 빠짐없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의 일부는 공언련 참여단체가 신고한 것으로, 공언련 출신 권익위원의 심의 참여는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4일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권익위 사건 처리 기간 및 분과위원회 구성 명단’을 보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남영진 전 한국방송(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문화방송 최대주주) 이사장, 유시춘 교육방송(EBS) 이사장, 박민 한국방송 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처리한 곳은 모두 권익위 2분과위원회로, 공언련 출신 홍세욱 위원(변호사)도 담당 위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권익위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남영진, 권태선, 유시춘 이사장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검찰·경찰 수사를 의뢰했으나, 박민 한국방송 사장은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종결 처리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7월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 주요 신고사건(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분과위는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3인 기구로 정승윤 부위원장과 홍 위원을 비롯해 여권 위원만으로 구성돼 있다. 분과위는 전원일치로 의결하는데, 위원 간 이견이 없는 한 사건은 전원위원회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확정된다.

공언련은 현 정부 출범 직후 공영방송사의 보수 성향 소수노조를 중심으로 결성된 언론 단체다. 변호사 출신인 홍세욱 위원은 2022년 6월 공언련 출범 당시 발기인은 물론, 이사회, 운영위원회, 법률지원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홍 위원이 꾸린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도 공언련 참여단체 명단에서 발견된다.

홍세욱 권익위원이 지난 2022년 7월27일 최철호 당시 공언련 대표와 함께 공영방송 사장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공언련 관련, 홍 위원의 구체적 활동 기록도 남아 있다. 2022년 7월27일 공언련은 한국방송, 문화방송 등 공영방송 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홍 위원은 이때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발 취지를 밝혔다. 이어 고발 이틀 뒤 열린 공언련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는 “지난 수요일(27일) 저희가 케이비에스, 엠비시, 연합뉴스를 고발했다”며 “한국방송노조, 문화방송 제3노조 분들이 정권에 반하는 기사를 써서 배척된 것으로 보인다. 추가 고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 위원은 그로부터 약 두달 뒤 국회 추천으로 권익위 비상임위원에 임명됐다.

홍 위원의 공영방송 이사장 관련 사건 심의 참여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이해충돌에 해당하니 회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남영진, 권태선 이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각각 공언련 참여단체인 한국방송노조, 문화방송 제3노조에서 신고에서 비롯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18조)에 따르면 권익위원은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경우 심의·의결을 회피할 수 있다.

유시춘 교육방송(EBS) 이사장(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을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들이 지난해 8월21일 서울 용산대통령직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인 이희영 변호사는 “권익위법에 명시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 회피 대상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성순 변호사 역시 “권익위 이해충돌 규정이 강한 편이 아니라 법적 검토가 필요하지만, 윤리적으로 부적절하고 밖에서 볼 때 불공정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세욱 위원은 지난 11일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규정에 따라 (심의)했고,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공언련에서는) 발기인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활동을 안 했는데 공언련에서 계속 (보도자료에) 이름을 넣어서 빼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천준호 의원은 “권익위가 윤석열 정권의 ‘방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 공언련 쪽 단체들이 신고를 넣고, 그 단체 인사가 사건을 의결한 것이다. 사실상 고발 사주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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