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별중의 별]① '역시 리딩뱅크'…KB금융, 금융 대장주 굳히기

블로터 창간 18주년 특별기획

저평가 금융·증권주를 진단하고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살펴봅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그래픽=박진화 기자

대표적 저평가주인 금융주 중 '대장'이라 일컫는 KB금융지주와 관련, 올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주주 신뢰를 얻으며 주가를 큰 폭 끌어올리면서다.

KB금융 주가는 현재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중에서도 연초 대비 60%를 훌쩍 넘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에 대한 주주의 기대가 주가 상승의 주요 동인임을 상기한다면, 주주 친화 정책 당사자인 주주가 가장 선호하는 금융사임을 증명한 성과라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하반기 공개될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다.

5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KB금융은 비제조업을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큰 시가총액 규모 34조원을 기록, 금융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5월 30일(종가 기준) 포스코홀딩스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9위에 올랐고 2009년 지주사 창립 이후 최고 등수를 거머쥐었다.

금융권 2위 신한지주(시총 11위)와는 약 5600억원 격차다. 시총은 곧 시장가치이며 주가가 상승할수록 커진다. KB금융 주가는 올해(1월2일~8월1일) 들어서만 64.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는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컸다.

결과적으로 시총 규모를 끌어올린 KB금융 주가는 주주환원 기대와 맞물려 움직였다. 지난해 KB금융은 중장기 자본 관리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수준 관리 △경제성장률 수준의 자산 성장 △CET1 비율 초과 자본에 대한 주주 환원 △안정적인 현금 배당 및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을 밝혔고, 이는 올해 들어 착실하게 이행됐다.

우선 자본 적정성은 4대 금융 중에서도 가장 양호하다. 6월 말 기준 CET1 비율은 13.59%로 직전 분기(13.42%) 대비 0.17%p 상승하며 배당 확대 가능성을 높였다. CET1은 보통주와 이익잉여금으로 구성된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대표적인 자본 건전성 지표로,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자 주주환원 정책의 잣대로서 배당 성향 확대 여부와 밀접하다.

이런 가운데 KB금융은 안정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수익성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KB금융의 상반기 ROE는 10.78%를 기록했지만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등 일회적 요인을 제거하면 12.26%로 집계,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KB금융은 안정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ROE 10%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공표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은 지난해 약 4조6000억원으로 전년도 순익인 4조1000억원대에서 증가했으며, 올해는 5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특히 KB금융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배당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분기별 균등 배당을 시행하는 한편, 주당 현금배당금은 배당 총액(분기별 3000억원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 연간 배당금액 총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을 최소한 유지 또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결국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도 이어진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기 균등 배당은 투자자가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그 외 나머지 자본은 매입‧소각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동시에 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B금융은 7월23일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총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2월 자사주 약 440만주(3200억원 규모) 취득에 이어 4000억 규모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이다. KB금융은 올 초 취득한 440만주와 지난해 취득한 558만주 등 총 998만주를 8월14일 소각했다.

전문가는 KB금융의 이 같은 주주환원 계획의 이행이 주주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지목한다. 주주가 실제 체감도를 높일 변화의 시그널이 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 하겠다면서 이전과 다른 얘기를 하면 기대감이 상승한다"며 "KB금융은 자사주 정책이나 배당이나 이야기한 대로 끌고 가고 있고, 이는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 목표치인 'ROE 10%, 주주환원율 50%' 목표까지 더 탄탄하게 계획대로 이행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KB금융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37.7%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이어 김 연구원은 "다만 '지속 가능한 수준의 ROE 10%와 주주환원율 50%'는 한 번도 안 가본 길이다. ROE가 6%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며 "목표까지 완주하게 된다면 투자자는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고 못했을 경우 그 여파는 클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지난달 29일 기준 18개 증권사의 KB금융에 대한 투자 의견은 'BUY(매수)'로 나타났다. 평균 목표가는 직전 전망치 10만7556원을 유지했으며 키움증권이 11만6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가를 써냈다.

한편 KB금융은 5월 27일 금융지주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통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만 무슨 내용이 될지는 예측 불가다. KB금융은 "속도보다는 충실함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KB금융의 주가 상승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10월 제고 계획이 시장 기대에 부합하면 주가 상승세는 내년까지 힘을 받을 수 있다. 부합하지 못하면 이 계획은 '배드 뉴스'로 돌변할 수 있다. 은행 영업이 환율과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인 만큼, 이와 관련한 리스크도 여전히 공존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크로 리스크 측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오히려 안 좋아진다면 변동성 요인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1년 전보다는 좋아지고 있고 금리 인하 시작하면 내년 시장 상황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