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에 땔감 넣어준 선관위… 중대 위기 자초

임성원 2026. 6.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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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투표 용지 부족 ‘초유의 사태’ 발생
보수 단체들, 규탄 집회·투표함 이송 저지
여야, 책임부실 지적…‘노태악 사퇴’ 요구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4일 보수 성향 단체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비판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잠재우겠다고 공언했지만 ‘투표 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촉발시켰다. 선관위가 보수 성향 단체들의 부정선거론 주장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들은 송파구 지역에서 서울시장 당선인이 결정된 이후에도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며 선관위를 향한 규탄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선관위에 따르면 전날 본투표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에 차질을 빚던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함 이송을 계속 막고 있다. 전날 서울 송파구(12곳), 강남구(1곳), 광진구(1곳) 등 수도권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위대가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약 2000명의 투표분이 개표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 등 약 35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선관위 앞에서 항의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비롯한 시위대 8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에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 앞에서 선거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선관위 일대를 봉쇄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맞서 기동대를 비롯한 250여명의 경력자를 현장에 배치해 우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선관위는 전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선거 연기나 재선거는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선관위 측은 “선거일 일부 투표소의 투표 용지 부족으로 발생한 이번 사안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이날 투표함 이송을 막는 현장을 찾아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시위자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선관위 측은 “투표함 이송이 가능해지는 대로 송파구선관위 개표소로 해당 투표함을 이송할 것”이라며 “개표 참관인들의 참관 하에 개표하고 당선인을 결정한다”고 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선관위에 선거 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 행정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의 거취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며 “선거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흐지부지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과 함께 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가 헌법기관이 초래한 중대한 선거관리 실패이자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투표 제도의 근본을 훼손한 폭거”라며 “노 위원장을 비롯한 부실 선거관리 책임자 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로 들어가려다 투표함 반출을 막는 시민들의 제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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