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發 아시아 에너지 위기 현실화...차량운행 제한까지

임유경 2026. 3. 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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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파장
LNG 의존 높은 싱가포르, 전기요금 상승 우려
미얀마, 연료 부족에 민간 차량 격일제 운행
태국, 석유제품 수출금지…석탄·수력발전 최대 가동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카타르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싱가포르의 전기요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선박 추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가 들여온 LNG의 약 절반이 카타르산이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LNG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전체 전력의 약 95%를 천연가스 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스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 LNG로 충당한다. 석탄이나 원자력 같은 대체 발전원이 거의 없고 자국 내 에너지 자원도 부족해 발전 연료를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제 LNG 공급 차질이나 가격 변동이 발생할 경우 전력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란 전쟁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미얀마 북동부 국경도시 타칠레익에서 운전자들이 주유소에 줄지어 서 있다.(사진=AFP)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라스라판 시설을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폐쇄했다. 이후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은 이미 지난주보다 두 배 이상 급등해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도 제한된 LNG 물량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영 전력망 운영사인 SP그룹은 수입 연료 비용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분기별로 조정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가스 공급이 줄고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2분기에는 전기요금을 10% 인상한 바 있다.

카타르산 LNG의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하고 있어 이번 가동 중단은 역내에서 대체 공급 확보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대만과 한국은 다른 공급원을 찾고 있으며, 인도의 가스 수입업체들은 산업용 고객에게 공급하는 물량을 이미 줄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싱가포르의 LNG 수입 규모 자체는 비교적 작은 편이어서 일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필요한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는 더 쉬울 가능성이 있다.

팡 애널리스트는 “최근 가격 급등으로 인해 현물 가격은 높아지겠지만 물량 자체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다만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향후 인도분에서 지연된 카타르 LNG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더 많은 화물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중동 해상 운송로 차질로 에너지 공급 우려가 커지자 연료 절약을 위해 민간 차량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국가국방안보위원회에 따르면 전기차를 제외한 개인 승용차와 오토바이는 번호판 끝자리 기준으로 격일제 운행이 적용된다. 짝수 번호판 차량은 짝수 날짜에, 홀수 번호판 차량은 홀수 날짜에만 도로 운행이 허용된다. 대중교통, 연료 운송 트럭, 기타 필수 서비스 차량은 이번 제한 조치에서 제외된다. 이 조치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유지된다.

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중동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인해 연료 수입에 사용되는 해상로가 봉쇄됐다”며 이번 조치가 이란 전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긴장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로가 흔들릴 경우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도 네피도에서 북쪽으로 약 245km 떨어진 만달레이 등 여러 도시의 주유소에는 긴 줄이 형성됐으며, 또 국경 도시 미야와디에서는 이미 연료가 바닥나면서 일부 주유소가 임시 폐쇄됐고, 주민들이 태국 매솟 지역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고 있다.

태국은 중동 지역 분쟁 속에서 국내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모든 석유 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태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4일 현재 태국의 원유와 연료 비축량이 약 60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에너지부는 또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최대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전력 생산에서 수입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아시아 국가들의 이 같은 조치는 2월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황에 따라 이뤄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약 20%·LNG의 약 20%가 지나가는 통로다. 그중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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