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무기인 독침과 집게를 금속으로 강화하는 전갈은 종이나 사는 환경에 따라 금속의 배합을 달리 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SNMNH)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4월 28일 자에도 소개됐다.
전갈 생태 조사에 나선 연구팀은 18종을 선별해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전갈의 종류별로 독침과 집게 등 주요 무기의 부위별 금속 배합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SNMNH 토마스 람 연구원은 "전갈은 약 4억3500만 년 전, 초기 바다에서 육지로 진출한 동물 중 하나"라며 "전갈은 수백만 년에 달하는 진화 과정에서 무기의 용도에 맞게 금속을 구분해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의 기본적인 형태를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지금까지 살아온 전갈은 앞쪽으로 뻗은 한 쌍의 집게와 독침이 달린 꼬리가 주된 무기"라며 "전갈은 집게로 먹이를 잡아 누르고, 필요에 따라 꼬리의 독침으로 독을 주입해 먹잇감을 제압한다"고 덧붙였다.
약 3000종에 달하는 전갈은 이 강력한 두 무기를 활용, 세계 각지의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왔다. 고해상도 전자현미경과 X선을 결합한 정밀 조사 과정에서 집게와 독침의 다양한 부위에 포함된 금속 성분이 드러났다.

전갈이 자랑하는 집게와 독침에는 아연부터 철, 망간, 칼슘 등 금속이 포함됐다. 부위에 따라 모이는 금속 종류가 명확히 다르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독침의 경우, 먹이의 피부와 외골격을 관통하는 끝부분은 아연이 고농도로 집중됐다. 그 아래층에는 망간이 많이 함유됐다. 즉, 독침 끝에서 아래로 갈수록 금속 종류가 바뀌는 이중 구조다.
토마스 람 연구원은 "남아프리카산 대형 전갈 파라부투스 그라눌라투스(Parabuthus granulatus)의 독침은 아연과 망간의 경계선이 시각적으로로 뚜렷이 구분됐다"며 "먹이를 절단하는 집게 가장자리는 아연 또는 아연과 철이 결합됐고, 그 외 부분은 금속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금속이 필요한 부위에만 집중된 것은 무기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논리적인 설계"라며 "아연이나 철과 같은 금속을 무기의 칼날에 모음으로써, 전갈 무기는 경도와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 인간이 금속으로 칼을 만드는 것과 같은 발상을 전갈은 수억 년 전부터 진화를 통해 실현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갈의 종에 따라 금속 배합이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연구팀이 분석한 전갈 18종은 사냥 전략과 금속 배합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드러났다. 눌러 부수는 힘이 강한 집게의 경우 함유된 아연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대로, 가늘고 힘이 약한 집게를 가져 독침에 의존하는 종일수록 집게에 아연이 많이 함유됐다. 독은 한 번 사용하면 보충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해, 전갈들은 먹이를 집게로 제압할 수 없을 때만 독침을 쓴다.
아연은 무기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독을 주입하기 전에 먹이를 확실히 붙잡으려면, 가는 집게라도 오래 지속될 정도의 내구성이 필요해 아연이 많이 함유됐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또한 독침과 집게에 각각 포함된 아연 사이에는 한쪽이 많으면 다른 쪽이 적어지는 반비례 관계도 확인됐다.
신체 일부를 금속으로 강화하는 곤충은 전갈 외에 더 있다. 일부 거미의 이빨, 꿀벌과 말벌의 침에 금속이 포함된 사실은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푸른 피를 가진 갑각류는 혈액에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 구리를 사용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먹이활동을 위해 이빨에 금속을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암컷은 수컷보다 몸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암컷이 더 많은 금속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Copyright © SPUTNIK(스푸트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