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찬성" 러, 주민투표 압승선언..美, 안보리 '불인정' 결의안 제출

정혜인 기자 2022. 9. 2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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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닷새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DPR·LPR)과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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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푸틴, 30일 합병 공식발표 전망"..러시아 상원의장 "10월 4일 합병 가능성"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중앙선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비소츠키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DPR의 러시아 편입 관련 주민투표 예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측은 반민주적으로 진행된 '가짜 투표'라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러시아를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종료된 주민투표에서 주민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의 러시아 합병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닷새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DPR·LPR)과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가 진행된 지역의 면적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에 달한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주지사 블라디미르 살도는 이번 투표로 "주민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에서 탈퇴하고, 러시아에 합류하는 것을 지지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루한스크 친러시아 당국은 개표율 69% 기준 주민 98.5%가 러시아 합병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개표가 완료된 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친러시아 관계자들은 찬성률이 각각 93.1%, 87% 이상에 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에 따르면 도네츠크 지역에서는 개표율 32% 기준 93.95%가 찬성표를 던졌다.

주민투표를 완료한 러시아는 개표 완료 후 영토 편입안이 가결되는 대로 후속 절차를 서두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영국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하원은 투표가 종료된 27일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이를 의결한 뒤 29일 상원에서 이를 승인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70번째 생일을 사흘 앞둔 10월 4일 해당 4개 지역의 병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 주민투표 후 일주일 만에 합병을 공식화한 바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측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강행과 승리 선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강제 병합 추진은 종전을 위한 평화 회담의 기회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러시아의 '조작 투표'에 도움을 준 우크라이나인들이 반역 혐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 안보리서 러시아의 주민투표 시행을 규탄하고,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참석해 결의안을 제출하며 "러시아가 날조한 주민 결과가 수용된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제출한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추진한 주민투표의 불법성과 절차적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러시아군에 대한 즉각적인 철군 요구도 포함됐다고 CNN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투표와 관련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강제 병합이 이뤄질 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추가 차단 등 러시아에 막대한 경제 비용을 안기는 제재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의 발언 추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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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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