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고하면 가점? … 학교 상·벌점제 “비교육적”

김금란 기자 2025. 4. 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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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A중·B고 비행·사소한 규칙 위반 제보땐 상점
`벌점, 상점으로 상쇄할 수 있다' 규정도 … 신고 유도
학생간 갈등·인권 침해소지 다분 … 개선 목소리 고조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충청타임즈] 주변 학생의 잘못을 신고할 경우 상점을 부여하는 `학생 상·벌점제'가 일부 충북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구의 비행을 신고해 상점을 받거나 친구를 신고해 받은 상점으로 벌점을 상쇄하는 비교육적 학교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7일 청주시 상당구의 A중학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이 학교는 학교 폭력이나 흡연 등 비행은 물론 사소한 규칙 위반을 저지른 학생을 신고하는 학생에게 상점을 부여하는 `학생 상·벌점제'를 운영 중이다. 친구가 친구를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져 다분히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다.

A중학교의 상·벌점제에서는 △무면허 킥보드 탑승 및 둘이 탑승하는 행위 △등·하교시 학교 담을 넘는 행위 △학교 폭력 및 흡연 등을 신고할 경우 5점 안팎의 상점이 주어진다. 당연히 신고를 당한 학생은 비행정도에 따라 벌점을 받거나, 선도위원회에 회부된다.

심지어 이 학교는 `학교 규칙을 어겨 받은 벌점을 상점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친구를 신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학교측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A중학교에서는 올해 1학기초 벌점 10점 이하를 기준으로 반장을 뽑았는데 반 전체 학생 중 벌점 10점 이하 학생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져 그 중 벌점이 낮은 학생이 반장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A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현행 상·벌점제는 학생들을 `가해자-피해자'로 나누고 서로를 감시하고 일러바치게 돼 결국 인격을 황폐화하게 할 소지가 있다"며 "들킨 아이들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쉬워 친구 간 갈등이 유발되게 돼 또 다른 학교폭력 유발요인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다.

청주시 흥덕구의 B고등학교도 이 같은 독소조항이 포함된 상벌점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교육청은 별도의 통계를 내고 있지 않지만, 도내 중·고등학교의 절반 가량이 `학생 상·벌점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친구를 신고할 경우 상점을 부여하는 학교는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을 저지른 학생이 벌점을 받고, 선행을 한 학생이 상점을 받는건 너무 당연하고 권장해야 할 행위지만 친구가 친구를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현행 상·벌점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친구들끼리 사이 좋게 지내고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라고 가르쳐야 할 일선 학교에서 상벌점제로 인해 학생 서로가 감시하고 신고하는 비교육적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고 학생에 대한 보호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자칫 보호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학생 간 갈등은 물론 학교폭력으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박진희 의원(비례·더불어민주당)은 "일부 학교에서 비행행위 신고 학생에게 상점을 부여하는 상·벌점제를 운영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비교육적인 행위이고 매우 과한 처사"라며 "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한 장학사는 "흡연하는 친구를 교사에게 알리는 행위 등을 제보한 학생에게 상점을 주는 것은 공익제보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계도 및 선도 차원에서 보면 될 것 같다"며 "흡연이나 면허없이 킥보드를 타는 것은 학교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지도가 필요한 사항이고 학생들이 제보하는 것이 고자질로 비춰져서는 안된다"고 상·벌점제를 옹호했다.

/김금란기자

silk8015@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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