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외음부 모양과 냄새?'...SNS는 어떻게 여성의 생식기 건강을 위협하나

온라인에선 여성 생식기의 외양이나 냄새를 바꾸기 위한 제품 사용을 추천하는 게시물이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에선 ‘완벽한 질’의 모양과 향은 무엇인지 대한 담론이 이어지고 있다.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는 이러한 온라인 게시물 중엔 심지어 여성 생식기의 외양이나 냄새를 바꾸기 위한 제품 사용을 추천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이러한 제품이 질의 pH 농도 유지를 방해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튀르키예의 산부인과 전문의 무데굴 자이포글루 카라카는 여성의 질과 외음부엔 고유한 세균총과 알맞은 균형이 있다면서, 화학 물질을 주입할 경우 이러한 구조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처음 ‘질 향수’라는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경악했다”는 카라카는 “왜 음경 향수는 없는데, 질에 뿌리는 향수만 있냐?”고 물었다.

외음부는 여성 혹은 다른 성정체성을 지닌 개인의 생식기 중 외부에서 보이는 바깥 생식기관을 뜻하는 총칭이며, 질은 자궁경부와 신체 외부를 연결하는 근육으로 된 기관이다.

한편 이스탄불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일룰 굴체 카라는 SNS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압박에 염증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카라는 “여성들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완벽한 외음부란 없습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혹은 ‘완벽한’ 외음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영국 런던 ‘왕립 산부인과 의사회’ 회원인 베린 테즈칸은 “외음부는 개인별로 제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

“형태, 크기, 색깔 등 그 여러 측면에서 외음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가끔 자신의 외음부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걱정을 안고 절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매우 정상이며, 이들의 몸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해주죠. 그러면 90%는 안심합니다.”

외음부의 해부학적 구조

그러나 여성들이 신뢰할 만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조언을 구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국가나 지역도 있다.

예를 들어 이란에서 여성의 성적 건강은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로, 생식기에 관한 대화가 여성에게 수치심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한편 일부 SNS 사용자들은 오히려 의사들이 보디 쉐이밍(신체를 지적하는 일)으로 여성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말한다.

X(구 ‘트위터’)의 한 사용자는 “음순성형술을 받은 친구가 있다. 매우 불편한 수술인 것 같아서 그 이유를 물었다”며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제 친구가 제게 ‘왜냐하면 부인과의사가 계속 내게 내 음순이 못생겼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환자분의 음순은 왜 이렇게 크고 못생겼죠? 질 입구는 왜 이렇게 넓은 거죠? 자연 분만을 하셨나요?’라고 계속 물어서 수술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일부 국가에선 여성들이 신뢰할 만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조언을 받을 기회가 없다고 느낀다

음순성형술은 가장 흔한 여성 생식기 성형 수술로, 전 세계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용 수술 중 하나다.

질 입구를 양쪽으로 감싸고 있는 주름인 소음순의 모양을 바꾸는 수술이다.

소음순은 사춘기가 지나 성인이 된 초기에도 계속 발달하기에 18세 미만 여성은 이러한 수술을 받아선 안 된다.

물론 해당 수술은 위생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이 있거나, 성관계 혹은 신체 운동 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에겐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술을 택하는 이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증가하는 음순성형술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호주에선 음순성형술을 받았거나, 고려하는 이들이 50만 명 이상이다.

호주의 여성 건강권 증진 단체인 ‘빅토리아 여성 건강’은 지난 6월 ‘음순 다양성’ 보고서를 통해 음순이 있는 18~50세 사이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포르노와 SNS의 여성 생식기의 겉모습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는 이미지와 동영상의 영향으로 인해 음순성형술을 받았거나 고려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음순성형 사례는 2019년 대비 14.8% 증가했다.

ISAPS가 매년 실시하는 전 세계 설문 조사에서 특히 브라질은 음순성형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로, 해당 수술을 받은 인구만 2만8000명이 넘는다.

‘브라질 성형외과학회’ 소속 성형외과 의사 레나타 마갈하스는 “브라질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성형 수술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출신 보디빌딩 선수 발 산타나는 음순성형술로 자신감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브라질 출신 보디빌딩 선수 발 산타나(27)는 지난해 음순성형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산타나는 BBC 브라질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년 전 처음 보디빌딩을 시작하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던 경험으로 인해 이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볼데논, 옥산드롤론과 같은 이러한 약물의 부작용 중엔 클리토리스 비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산타나는 성관계 중 위축되는 기분이 드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산타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술 경험담을 공유하며 이 수술을 통해 자신감도 되찾고 삶의 질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여러 위험 요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음순성형은 신중히 선택해야 할 큰 결정거리라고 강조했다.

“비용도 비싸고, 여러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또한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으며, 반드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신감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NHS는 음순성형 시 때로는 출혈, 감염, 흉터, 생식기의 민감성 하락 등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으며, 모든 유형의 수술은 정맥 혈전부터 마취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등의 여러 위험을 동반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여성들은 음순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음순성형을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질 입구 주변에 뚜렷한 피부 주름이 있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설명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기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자신의 몸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산부인과 전문의 카라카는 여성들이 수술을 고려하기 전, 자신의 생식기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자신의 몸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인 카라도 이에 동의했다.

카라는 “우리는 SNS를 이용해 여성의 성 건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수술, 제품 등을 홍보하는 콘텐츠에 맞서 여성들을 사회적 압박에서 해방해 줄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추가 보도: 지우리아 그란치, BBC 브라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