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여전한 브로커리지 의존…호실적에 가려진 '아킬레스건'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 / 사진 = 키움증권

키움증권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1조 클럽에 들어섰다. 다만 주식 중개 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불과 3년 전 증시가 휘청이자 실적 부진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둘러싼 키움증권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증가했다.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이 1700억원 넘게 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키움증권의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 중개를 통해 취득한 위탁매매 수수료는 8877억원으로 같은 기간 24.3%(1738억원) 증가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수익 확대 흐름이 나타났다.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각종 딜에 참여하며 투자은행(IB) 수수료 수익은 32.3% 늘어난 277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수익 구조가 여전히 위탁매매에 편중된 점은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은 66.9%를 차지한다.

비슷한 자기자본 규모의 증권사들과 견주면 편중 정도는 더욱 뚜렷하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며 최근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신한투자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은 59.7% 수준이며 하나증권은 39.7%에 그친다.

키움증권은 2000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온라인 전업 증권사다.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나섰던 기존 증권사들과 달리 설립 초기부터 지점 없이 온라인 플랫폼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계좌 수는 1620만좌에 이르며 개인투자자 거래 기반을 빠르게 넓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시장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투자 열기가 식었던 2022년 키움증권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4931억원으로 전년보다 36.2% 줄었다. 같은 기간 위탁매매 수수료 역시 25.8% 감소하며 실적 둔화로 직결됐다.

신용평가사도 사업 포트폴리오의 집중도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산업 평가방법론' 보고서에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특정 업종·지역·판매채널·고객 등에 과도하게 편중될 경우 경기나 업황 악화 시 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돼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업에서도 이 같은 인식은 공통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를 평가할 때 특정 사업에 수익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는 시장 변동 시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여러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수익을 내는 구조여야 신용도와 실적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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