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부 등산 유튜버<헬로트레킹> 정후·현아

조회 5322025. 1. 9.
사진=헬로트레킹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화려한 입담이나 자극적인 소재 없이, 산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과 모습만으로 트레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헬로트레킹>의 정후·현아 부부를 만났다.

사진=헬로트레킹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2019년부터 등산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헬로트레킹>입니다. 산이 너무 좋아 등산을 즐기다가 유튜버까지 하게 된 결혼 6년 차 부부에요. 국내외 여러 산을 다니며 산의 풍경, 정보 등을 담아 구독자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25개월 된 아들과 함께 산을 다니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등산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둘 모두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산을 올랐어요. 양가 아버지께서 산을 좋아하셔서 가족 여행을 할 때도 등산을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등산이 낯설지 않고 익숙했던 것 같아요. 이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자연스레 함께 등산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신혼여행도 안나푸르나로 트레킹을 다녀왔다고요.
현아 제가 먼저 2013년에 안나푸르나에 다녀왔는데요, 결혼 전 데이트를 하면서 종종 그때의 경험을 정후에 이야기해주곤 했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 정후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하였고, 그럼 신혼여행을 안나푸르나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사실 저도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던 터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 둘이 함께하면 또 다른 추억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마침 저희가 결혼했던 시기가 네팔 산행에도 적절한 때였기 때문에 신혼여행지를 안나푸르나로 정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고 평생 기억될 저희만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사진=헬로트레킹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죠. 첫 등산의 기억이 궁금합니다.
정후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산은 부모님과 함께한 설악산입니다. 하지만 처음 제 의지로 산을 오르게 된 건 군 제대 후 체중 감량을 위해 찾은 북한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산을 탔지만 산 정상에서 맛본 성취감에 저도 모르게 중독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한 산을 타면서 알게 된 사실은, 등산은 칼로리 소모가 정말 큰 운동이라는 것이에요.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현아 저는 중학생 때 집 근처에 있는 검단산을 처음으로 등산했어요. 저 역시 정상에서 느꼈던 뿌듯함과 성취감이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산에서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덕분에 힘들기보다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올라갔기 때문에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매주 등산을 하신다고요. 귀찮거나 쉬고 싶을 땐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우선 등산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날씨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주저 없이 나서게 돼요.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는 터라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하는데, 매주 주말이 날씨가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다행히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귀찮다기보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떠납니다. 특히 눈이 내린 지 얼마 안 되어 눈꽃이 필 때 등 평소 쉽게 마주할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을 땐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게 됩니다. 산행의 좋은 점을 느끼고 나면 자연스레 귀찮음도 극복할 수 있어요. 등산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주중에 도심 속에서 받았던 소음 스트레스, 업무 스트레스 등을 떨쳐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체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등산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웃음).

사진=헬로트레킹

국내외 수많은 산을 올랐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지가 있다면.
정후
저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지는 2019년 9월에 다녀온 인도 마카밸리입니다. 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저희의 원픽 산행지인데요. 트레킹 시작점이 3170m이고 최고 고도가 무려 5200m나 되기 때문에 떠나기 전에는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컸어요. 실제로 트레킹 전 밤새 작업할게 많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였는데, 트레킹 중 체하는 바람에 현아가 손을 따주기도 했어요. 해발 4500m를 넘겼을 땐 고산병의 초기 증상인 두통도 조금씩 느껴졌고요. 돌이켜 보면 그 자리에서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면 그 고통들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척박하지만 광활한 산맥들이 황홀한 장관을 이룬 곳입니다.
현아 당시 4박 5일 일정 중 3박을 현지인 집에서 숙식하는 홈스테이를 했었는데, 현지인들의 삶을 엿보고 그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저희 부부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장기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었어요. 해외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쉬워 기록용으로 영상을 찍으려 했어요. 여행지에서 처음 촬영과 편집을 시작하면 서툴기에 잘 못할 것 같아서 미리 연습 삼아 몇 개 만들어 보자, 하고 찍어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지리산 화중종주를 하면서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이후 등산을 다니면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헬로 트레킹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애초에 생각했던 장기 해외여행은 잠정적으로 보류되었는데, 이제는 아들 지오가 있어서 향후 몇 년은 더 보류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사진=헬로트레킹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유튜브 첫 촬영은 지리산 화중종주였어요. 지리산을 2박 3일 동안 등산하면서 촬영했는데, 당시 장기 산행이 익숙하지 않아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대피소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식기와 식재료 등 모든 짐을 짊어지고 산행을 하는데 어마어마하게 무거웠어요. 거기에 촬영 장비까지 들고 다니려다 보니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지금 같으면 가볍고 조리하기 쉬운 재료를 챙겨갔을 텐데, 첫 지리산 대피소 숙박의 로망을 갖고 있던 터라 삼겹살과 떡국을 끓이기 위한 사골국물까지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용감했던 것 같아요. 또, 전문 촬영&편집자가 아니다 보니 모든 것을 독학했기 때문에 촬영 후 첫 영상이 나오기까지 무려 3개월이 걸렸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첫 영상이 소위 ‘대박’ 난 덕분에 그 뒤로 힘내서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얘기만 들어도 산행과 촬영을 병행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냥 등산을 가는 것보다 촬영을 생각하고 가게 되면 신경 써야 할 게 훨씬 많아요. 제일 조심해야 할 부분이 산행 시간입니다. 산행시간이 평소보다 약 1.5배 길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게 됩니다. 특히 겨울철은 더 힘들어요. 겨울은 해가 떠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등산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해서 장거리나 종주산행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겨울철에는 되도록 장거리 산행을 피하고 짧은 산행을 위주로 가고 있어요. 대신 늦봄이나 가을철에 종주산행을 많이 합니다.

사진=헬로트레킹

트레킹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많은 트레커들이 ‘진짜 도움이 되는 트레킹 채널’로 <헬로트레킹>을 꼽고 있어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희 부부가 그렇게 끼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외모가 엄청 특출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할 때 저희가 구독자분들께 드릴 수 있는 건 ‘정보’라고 생각했죠. 최대한 영상에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영상이 시작될 때 항상 고도표와 코스 지도가 있는데요. 모두 저희가 손수 포토샵으로 하나하나 작업한 정보에요. 더불어 1분가량 코스 요약본을 들려드립니다. 영상 초반에 이번 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먼저 해드리고, 코스 설명 또한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저희 구독자분들이 특히 이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세요. 또 다른 자랑거리를 꼽자면 거의 모든 영상이 4K로 작업 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영상미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는 편이에요. 촬영할 때 보통 DSLR이나 시네마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모두 멋진 영상미를 위한 저희의 노력이랍니다.

사진=헬로트레킹

본업과 등산 유튜브 채널 운영을 같이 병행하는 것이 힘들진 않나요.
본업을 끝내고 집에 오면 밤 9시가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부부간의 대화가 많이 없어요. 대신 평일에 못했던 수다와 근황 토크를 주말에 등산하면서 나눕니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오히려 유튜브가 본업이었다면 스트레스가 더 많았을 것 같아요.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구독자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지 않을 수 없겠죠. 한때는 본업과 유튜브 활동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느라 지쳐서 유튜브 활동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부부 사이에서 종종 말다툼이 일기도 했고요. 즐겁자고 시작했던 유튜브 활동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구독자가 원하는 영상보다는 저희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록 예전보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는 느려지고 조회 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영상에 ‘누적 고도’에 대한 언급이 많아요. 트레킹 시 누적 고도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누적 고도는 등산을 하면서 획득하는 고도를 말하는데요. 정상의 고도와 또 다른 것입니다. 정상 고도가 낮더라도 누적 고도가 높을 수 있고, 정상 고도가 높더라고 누적 고도가 낮을 수 있어요. 들머리(등산을 시작하는 지점)의 고도가 누적 고도를 좌지우지하기도 하고 산의 오르락 내리락이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서도 누적 고도가 달라집니다. 짧은 거리인데 상대적으로 누적 고도가 높다면 그 산은 가파른 산이라는 것을 말해주지요. 그래서 등산하기 전 이동거리와 함께 누적 고도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사진=헬로트레킹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산행 영상이 많아요.
아이와 함께 산행을 가면 아기 준비물인 기저귀, 간식, 여벌옷 등 챙겨야 할 것이 정말 많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성장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일상에서 찍어주는 영상도 좋겠지만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등산 여행을 하다 보면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거든요. 또, 산속에서 아이가 자연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점도 참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등산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영남 알프스 천황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선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근처까지 올라갈 수 있어 편리해요. 최단거리로는 왕복 4km에 누적 고도 200m 정도라 아이에게도 많이 힘들지 않고요. 천황산을 오르는 길이 워낙에 잘 관리되어있고 정상에서 보는 영남 알프스의 탁 트인 풍경이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겨울 트레킹에 나서는 이들이 많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겨울 등산 시 가장 중요한 점은 일몰시간 체크입니다. 겨울철은 해가 빨리 떨어지는데, 하산할 때 어두우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꼭 일몰시간 전에 하산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헤드랜턴을 챙겨주세요. 휴대폰 플래시를 사용하면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플래시를 사용하면 휴대폰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방전됩니다. 게다가 낮은 기온에서는 휴대폰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또 다른 주의사항은 등산 복장입니다. 겨울철 복장은 레이어링이 정말 중요한데요. 두꺼운 옷 하나를 입기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보온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옷을 덜 젖게 하고 땀을 빨리 방출할 수 있습니다. 산행 시 적정 체온을 유지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눈이 온다면 스패츠나 아이젠 같은 장비는 필수입니다. 또한 여벌의 양말을 챙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산속에서 눈이나 비가 올 땐 아무리 방수가 잘 되는 등산화라 해도 양말이 젖기 쉬운데, 젖은 양말을 계속 신고 있으면 발에 상처가 생기기 쉽거든요.

사진=헬로트레킹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 <헬로트레킹>은 등산 코스 위주로 설명하는 영상을 주로 보여드렸는데, 이제는 등산 포토 존을 소개해 주는 영상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산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더 예쁘게 잘 찍을 수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고요. 두 번째로는, 저희끼리만 산행하기보다는 저희처럼 등산을 좋아하거나 등산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을 인터뷰 식으로 이야기 나누는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등산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단순히 등산정보를 공유하기보다 좀 더 퀄리티 높은 영상과 정보로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의 영상을 제작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기술력과 기획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저희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멋진 산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합니다.

사진=헬로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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