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디트 어워즈: 올해 핫했던 패션&뷰티 트랜드 2024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 아이폰, 소니 카메라부터 밤티라미수, 오징어게임까지! 세상 모든 소비재를 리뷰하는 디에디트 매거진이 지난 일 년의 트렌드를 돌아볼 수 있는 ‘2024 디에디트 어워즈’를 준비했습니다. 테크, 스타일, 컬처, 푸드 네 가지로 구분했고, 전문성 있는 객원 에디터와 함께 엄선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과 뷰티 시장에서 올 한 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이슈는 뭐가 있었을까요? 슈스스TV의 한혜연이 뽑은 올해의 패션 키워드, 97만 패션 유튜버 옆집 언니 최실장의 너무 빠르게 진 패션, 스니커즈 전문 리뷰 유튜버 와디의 올해의 스니커즈, 그리고 뷰티 유튜버 유트루가 뽑은 2024 최고의 뷰티템까지. 올 한 해 우리의 지갑을 수도 없이 들썩이게 만들었던 소비의 기록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어워즈 보러 가기]
2024 디에디트 어워즈: 테크 (https://the-edit.co.kr/73119)
2024 디에디트 어워즈: 푸드 (https://the-edit.co.kr/73209)
2024 디에디트 어워즈: 컬처 (https://the-edit.co.kr/73193)


올해의 패션 키워드
백꾸

by.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이자 구독자 51만명의 슈스스TV 패션 유튜버

올해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가 있었으니 바로 백꾸미기의 줄인말인 ‘백꾸’다. 발렌시아가는 2024 S/S 시즌 캠페인에서 자물쇠나 네임텍 등 온갖 잡동사니를 바닥에 닿을 듯 늘어뜨렸고, 같은 시즌 미우미우는 커다란 빅백 안에 신발을 넣고 모자를 걸더니, 심지어 본격적으로 백꾸를 위한 미니백, 로프 등의 키링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실 백꾸는 올해 반짝 등장한 키워드는 아니다. 7월 별세한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제인 버킨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에르메스 버킨백에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아이템을 달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2024년 백꾸가 이렇게까지 핫했던 이유는 뭘까?

계속되는 불황은 사람들의 소비는 위축시켰고, 여기에 샤넬을 시작으로 많은 명품 브랜드의 가방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새로운 가방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가방을 색다르게 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키링을 여러 개 조합해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굳이 새로운 키링을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팔찌나 목걸이, 스카프 등을 가방에 연출해 새로운 조합을 찾아냈다. 체인이나 메탈 키링으로 시크하게, 혹은 인형이나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사랑스러운 무드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백꾸 스타일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주는 한 해였다. 패션은 결국 자기 자신의 표현이다. 가장 쉽고 재미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백꾸의 유행은 내년에도 계속될 거다.


올해의 화장품

by. 유트루
57만 뷰티 유튜버

editor’s comment: 좋으면 좋다 별로면 별로다라고 말하는 게 나쁜 건가요? 솔직 화끈한 입담으로 우리의 화장품 구매의 가이드를 자처하는 57만 뷰티 유튜버 유트루. 뷰티 유튜버의 직업적 특성상 일 년에도 정말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화장품을 써보는 사람이 2024년 올해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좋았던 3가지 뷰티템을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쿠션: 에스쁘아 비글로우 볼륨 쿠션 SPF42 PA+++
에스쁘아의 비글로우 쿠션은 2024년에도 나의 최애 쿠션이다. 메이크업 트렌드에 맞게 광채의 정도가 조금씩 바뀌면서 리뉴얼을 거듭할 뿐만 아니라, 쿠션 자체의 기술력도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기특한 아이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백화점 쿠션도 물론 좋다. 하지만, 할인해서 2만 원 후반대 가격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쿠션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감히 말하지만, 에스쁘아 비글로우 볼륨 쿠션은 비싼 쿠션과 비교해서 퀄리티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올해의 크림: 에스트라 아토베리어365 크림
올해의 크림은 무조건 에스트라 아토베리어365 크림이다. 과거 한참 젤크림이나 수분크림이 유행했을 당시에도 나는 꾸준히 보습크림만 사용했고 또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마다 원하는 제형감을 다르겠지만,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모든 피부 문제가 동반된다. 결국 민감해진 피부엔 ‘보습’이 답이다. 에스트라 아토베리어365 크림은 압도적인 보습력과 쫀득한 질감 덕분에 메이크업 전에 사용해도 오히려 메이크업을 찰떡같이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뷰티 유튜버란 직업 덕분에 세상의 모든 보습 크림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비싼 크림을 쓰다가도 결국 이 제품으로 돌아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올해의 브로우: 에뛰드 베어 엣지 브로우 슬림 펜슬
올해의 뷰티템으로 무슨 브로우냐고? 눈썹은 한 사람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데 8할 이상의 역할을 한다. 심지어 색조 메이크업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도 눈썹만큼은 언제나 어렵고 고민의 영역이더라. 간편함을 위해 눈썹 문신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또 자칫하면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매일 눈썹을 그리자니 손재주가 없다면, 너무 진하게 발색되지 않는 브로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에뛰드의 베어 엣지 브로우 슬림 펜슬은 흑탄처럼 진하지도 않고, 또 제형이 너무 딱딱하지도 설령 이상하게 눈썹을 그려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초보자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내돈내산으로 한 번에 5개씩 사서 손 닿는 곳 여기저기 두고 사용하는데, 올해도 주야장천 베어 엣지 했다!


올해의 스타일 아이콘
G-DRAGON

by. 홍석우
패션 칼럼니스트

지드래곤이 7년의 공백을 깨고 컴백했다. 신곡 ‘파워’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88억짜리 반지가 화제가 되기도 하고, 지난 22일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열린 ‘2024 MAMA AWARDS’에서 입은 분홍빛 군복의 가격으로 인터넷 창은 연일 뜨겁지만, 단순히 패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관점에서 지드래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건 아니다. 누군가 걸치면 완판되는 유행이나 패션의 관점보다 ‘스타일’의 관점에서 지드래곤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패션과 스타일이란 단어는 의미가 비슷한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패션이 빠르게 흘러가는 유행의 총체라면, 스타일은 그 사람의 개성과 아이덴티티까지 포함한다. 지디의 컴백에서 음악이나 패션적으로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걸 기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지드래곤의 패션이 완전히 새롭거나 혹은 흔히 요즘 콘셉트에 맞춘 ‘유행템’을 선보였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드래곤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드래곤의 스타일은 언제나 장르를 파괴하고 고정관념이 주는 균형의 감각을 깬다. 샤넬의 여성용 트위드 재킷에 투박한 스니커즈를 매치하고,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거나 날렵한 팬츠에 너풀거리는 셔츠를 매치하는 것처럼 형식을 깨면서도 본인의 실루엣에 맞춘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다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걸 뚝심 있게 밀고 가는 모습은 그가 음악뿐만 아니라 스타일로도 자신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방증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준하게 보여주는 지드래곤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올해 너무 빠르게 진 패션
보호시크룩(보헤미안 시크룩)

by. 옆집언니 최실장
구독자 96만 패션 유튜버

editor’s comment: 요즘 패션 유튜버라면 한 번쯤 다루는 주제인 뜨는 패션 vs 지는 패션. 지금은 너무나도 많이 쓰는 이 표현의 원조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바로 97만 패션 유튜버 최실장입니다. 올 한 해 반짝 빛났던 패션도 의미 있지만, 어쩌면 ‘맞아 그랬었지!’라며 무릎을 치게 되는 패션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옆집언니 최실장에게 올해 뜰 줄 알았지만, 의외로 빠르게 식은 별똥별처럼 사라진 패션을 짚어봅니다. 일명, ‘패션 유튜버가 선무당 된 사연’이랄까요.

24F/W 끌로에를 필두로 24년 가장 강력한 트렌드 키워드였던 보호시크룩(보헤미안시크룩)은 빠르게 진 패션이라기보다는 아직 뜨지 못한 패션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24f/W 끌로에의 컬렉션 이후 많은 매체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그 당시 핀터레스트에 하늘거리는 러플 블라우스와 프린지 장식의 옷, 또는 케이프를 입은 셀럽과 인플루언서가 핀터레스트와 소셜 계정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 유행이 길게 가지 못했던 이유는 왜였을까?

우선 이 룩을 연출할 때 필요한 아이템(러플 블라우스나 이국적인 장식, 시폰 소재의 블라우스나 원피스 등)이 그 자체로는 충분히 아름답지만 활용도가 떨어진다. 또한 경기 침체와 맞물려 보수적으로 지갑을 열게 되는 지금, 소비자들은 장식적인 보호시크룩 보다 활용도가 높은 기본템을 사게 될 확률이 높다. 어떤 트렌드가 확 불이 붙기 위해서는 하이패션에서 선보인 스타일의 옷들이 SPA 브랜드나 가격대가 낮은 쇼핑몰에서 양산되어 판매가 되어야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데, 지속되는 불경기 때문에 이런 재고 부담 문제로 많이 양산되지 못했다. 날씨의 영향도 컸다. 나부터도 보호시크룩을 입고 싶어 진작 러플 블라우스와 스웨이드 재킷을 구매했지만, 슬프게도 올여름 무더위가 너무 길었다. 블라우스 하나 입기도 더운 날이 계속되더니 막상 스웨이드 재킷을 꺼내 입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바로 겨울이 와버렸다. 결과적으로 블라우스는 딱 한 번 입었고 스웨이드 재킷은 개시도 못 하고 옷장에 고이 모셔뒀다.

보호시크룩이 뜨는 듯 하나 결국 ‘졌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끌로에가 시동을 걸었던 이 트렌트가 꽁꽁 무장한 24년 겨울이 지나고 25년 새로운 봄이 오면 다시금 살랑거리는 옷감처럼 트렌드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해 본다. 나부터도 아직 액셀을 맘껏 밟지 못했을 뿐, 시동을 끈 건 아니니까.


올해의 브랜드
On

by. 김동섭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 마케팅 리더

editor’s comment: 전 세계에서 발매되는 모든 브랜드의 패션 상품과 콜렉터들의 소장욕을 자극하는 굿즈, 심지어 테크기기까지 세상의 모든 한정판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KREAM. 이곳만큼 전 세계 패션의 흐름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요? KREAM 마케팅 관계자에게 올 한 해 동안 가장 인상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던 브랜드를 물어봤습니다.

올해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러닝에 대한 인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모여서 함께 뛰는 ‘러닝 크루’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풍자한 쇼가 등장하기도 했고, 시민들이나 지자체와 갈등을 빚은 사례로 뉴스가 떠들썩하기도 했을 정도. 이렇게 러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아이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던 한 해였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전통적인 브랜드의 러닝화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지만, 언제나 남들과 다른 것을 찾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러닝 브랜드를 주목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On이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아직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호카와 함께 러닝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On의 러닝화는 ‘CloudTec’ 쿠셔닝 시스템을 통해 바닥에 착지 시 충격이 완충되도록 설계해서 신으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궁극의 쿠션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 한 해 On의 인기가 단순히 기능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On은 로에베나 하이스노비티(Highsnobiety)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 발매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과의 협업 상품은 출시 되자마자 KREAM에서 인기 차트에 오르고, 높은 리셀 가격으로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일련의 현상으로 이제 On은 단순한 러닝화에서 벗어나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놀라운 점은 아직 On이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았다는 건데, 내년에 한국 진출에 대한 여러 가지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그 이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러닝 열풍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On 외에도 러닝복도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것을 증명한 새티스파이(SATISFY)와 혁신적인 소재와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노다(norda) 등 다양한 브랜드까지 고프 코어에 이어 또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올해의 콜라보
헬로키티

ⒸHELLO KITTY x CASETIFY

ⒸHELLO KITTY x Fender

ⒸHELLO KITTY x banila co

ⒸHELLO KITTY x crocs

ⒸHELLO KITTY x FC SEOUL

by. 디에디트 에디터M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콜라보가 소식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나는 왜 반백살이 된 고양이만 보면 어김없이 지갑을 열게 되는 걸까. 2024년 11월 1일은 헬로키티 50살 생일이었다. 2024년 전체가 마치 헬로키티 생일 주간인 것처럼 수많은 브랜드에서 ‘헬로키티 50주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다양한 콜라보 상품을 선보였다. 바닐라코나 라네즈 같은 국내 뷰티 화장품은 물론, 전통적으로 콜라보 강자인 케이스티파이와 스타벅스, 크록스나 레스포색 같은 패션 브랜드, 카시오나 전설의 기타 브랜드 펜더, 심지어는 FC 서울의 유니폼에도 헬로키티 얼굴이 등장했을 정도. 그리고 활발한 콜라보는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헬로키티 캐릭터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산리오는 정말 많은 돈을 벌었겠구나(실제로 산리오는 반세기 동안 헬로키티를 통해 약 110조라는 어마무시한 매출을 냈다). 두 번째는 잘 만든 캐릭터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다는 것. 사실 헬로키티는 어린이들에겐 겨울 왕국 엘사와 하츄핑에 밀린 지 오래고, Z세대에겐 시나몬롤이나 쿠로미보다 인기가 없다. 오히려 1974년 헬로키티가 처음 시작했을 당시 어린아이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훌쩍 커버려 지갑을 열고 있는 셈이다. 쉰 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건재하며, 쉬지 않고 콜라보를 하며 우리를 설레게 하다니! 얼굴에 입이 없어서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 수줍은 고양이 캐틱터는 아마도 영원히 늙지 않고 우리 곁에 남을듯하다.


올해의 향수
톰 포드 오우드 & 프레데릭 말 베티버 엑스트라디네리

by. 전아론
향수 브랜드 아로(ahro)의 조향사

니치 향수가 주목을 받으면서 가장 덕을 본(?) 향조가 있다면 아무래도 우디 노트가 아닐까. 특히, 한동안은 르라보 상탈33으로 대표되는 샌달우드(상탈)의 유행이 흐름을 이끌었다. 부드럽고 달큰하면서도 매끈한 갈색 나무가 떠오르는 샌달우드의 매력은, 향수뿐 아니라 바디 제품와 홈 프레그런스 제품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엔 단조로웠던 샌달우드 중심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오우드나, 베티버 등 다양한 우디 노트들이 사랑받았던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오우드다. 한국어로는 ‘침향’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한약재로도 쓰여온 재료 중 하나다. 우디 노트이지만 비교적 무게감이 가볍고, 세련된 느낌과 내추럴한 느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묵주나 염주 등 종교에서도 많이 쓰인 재료로 미묘하게 성스러운 무드를 가진 것도 장점이다. 이 오우드 노트를 널리 알린 주인공을 뽑자면 역시 톰포드의 ‘오드 우드’다. 세련된 우디 향수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에게 ‘오우드가 답이다!’를 깨닫게 해준 향이자, ‘대중픽’으로 오우드의 매력을 널리 퍼트리는 데 일조한 향수니 말이다. 차분하고 서늘한 오우드 향으로 시작해 잔잔한 통카빈 뉘앙스로 마무리되는 이 향수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 만한 오우드 입문템이기도 하다.

반면 다시금 주목받는 베티버 같은 노트도 있다. 베티버는 실제로 나무가 아니라 풀로 분류되는 식물이지만, 향의 특성상 우디 노트로 쓰이곤 한다. 거친 듯 스모키한 향과 시원하고 깨끗한 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랄까. 그래서 베티버 향수는 그 안의 다채로운 복합미가 잘 표현될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그런 면에서 프레데릭 말의 ‘베티버 엑스트라오디네리’가 완벽한 베티버 향수라는 찬사와 함께 베티버 러버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스파이스 노트로 시작해 쌉쌀하고 거친 듯한 베티버 향을 거쳐, 깨끗하고 진중한 어디 노트 잔향으로 남는 이 제품은 베티버의 다양한 면모를 두루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향수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우디 노트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동시에 플로럴 혹은 프루티와의 색다른 조합을 찾아내며 우디 향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리라 예상된다. 부디 이 삭막한 도시 속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우디 향을 찾아 자신만의 숲을 만들어보실 수 있길.


올해의 스니커즈
Donald Trump ‘Never Surrender’

ⒸThe New York Times

by. 와디(고영대)
스니커즈 마니아이자 구독자 26만 명 와디의 신발장을 운영하는 스니커즈 유튜버

editor’s comment: 스니커즈 리뷰 전문 유튜버, 20년 가까이 스니커즈를 수집했는데도 아직 신발이 보물만큼 소중하다는 와디님에게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스니커즈를 단 하나만 뽑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생각보다 답은 명쾌했는데요. 스니커즈 하나가 던진 돌에 요동쳤던 스니커즈 시장. 이거 팝콘 각인데요?

올해 2월 운동화 덕후 사이에서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였던 당시, 황금색에 성조기가 큼지막하게 장식된 스니커즈 ‘Never Surrender’를 공개한 것이다. 그것도 운동화 덕후들만 모인다는 스니커콘에서! 올해 이 씬에서 이보다 더 큰 발매 이슈가 있었을까?

이 제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그동안 일부 덕후들만의 리그라고 여겨졌던 스니커즈 시장이 이제 정치인도 주목할 정도로 활발한 이슈메이킹이 이루어지는 메인이 되었다는 것. 이제는 많은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만든 스니커즈를 통해 이름을 알리려 혼신의 힘을 다한다. 두 번째로 이 시장의 가벼움이다. 스투시의 창립자 숀 스투시(Shawn Stussy)는 이 스니커즈 발매를 캡처해서 본인의 인스타에 올리며 “이제 이 씬은 공식적으로 죽었다(sneaker culture is officially over, the final nail in the coffin…)”라고 선언했다. 아마도 더 이상 이 시장에 영혼이나 추억은 사라지고 돈과 마케팅만이 남았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현재 수많은 브랜드에서 쉬지 않고 쏟아지며 의미 없이 소비되는 콜라보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브랜드는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만 혈안이 되어있고, 소비자들은 오직 리셀 가격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숀 스투시는 두 가지 화자에게 일종의 묵직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어찌 되었건 55만 원에 발매된 이 신발은 현재 이베이에서 천만 원부터 4천만 원까지 가격표가 붙어있다.


올해의 뷰티플랫폼
다이소

by. 보요
디에디트 객원 에디터이자 뷰티 콘텐츠 제작자

올리브영, 랄라블라(구 왓슨스) 그리고 롭스까지 대기업이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었던 1세대 드럭스토어 삼파전의 승자는 올리브영이었다. 랄라블라와 롭스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대한민국의 유일한 H&B스토어로 우뚝 선 올리브영의 독점체제에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 지쳐가고 있던 와중, 저렴한 가격과 퀄리티 있는 상품을 앞세워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떠오른 플랫폼이 등장했으니… 바로 다이소다. 10대는 물론 20-30대의 마음마저 훔쳐버린 다이소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대박 행진을 터뜨렸던 건 아니었다. 초반엔 다소 빈약한 제품군과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2023년 ‘VT코스메틱’과 함께 선보인 ‘리들샷’을 시작으로 비로소 다이소 열풍의 불기 시작했다. 3,000원이라는 파격적 가성비와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는 놀라운 제품력으로 점점 자리를 잡더니 지금은 올리브영을 위협할 정도로 뷰티라인이 사랑받고 있다. 이후 공격적으로 기존 뷰티 브랜드와 협업하며 현재는 거의 30개가 달하는 브랜드와 약 400종의 제품을 출시하며 뷰티업계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뷰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다이소의 기초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240%, 색조 제품 매출은 130% 증가해 2024년도 연 매출 4조 원 돌파설이 들려올 만큼 이젠 명실상부한 뷰티 성지로 입지를 다졌다.

다이소 뷰티가 이렇게 빠른 시간에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했는데도 5,000원이 넘지 않는 극강의 가성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접근성’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전국에 1,500개가 훌쩍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점포를 늘릴 필요 없이 기존 매장에 상품을 진열만 하면 되고 또한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매장을 찾아가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브랜드사도 발주 물량 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 없다는 점과 최근엔 다이소 제품이라고 하면 SNS와 커뮤니티 상에 자발적 후기와 관심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비를 세이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다이소 뷰티 제품이 색조 제품에 대한 카테고리를 확장 중인 상황이라 아직 제형과 컬러가 한정적이지만, 기초 제품군은 진정/영양/탄력/수분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퀄리티 높은 제품들을 굉장히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 만약 다이소 화장품의 입문템 혹은 정착템을 찾고 있다면, 올해 3월에 쓴 [다이소 기초템 추천](https://the-edit.co.kr/65478) 기사를 읽어보시길.


올해의 단어
드뮤어

by. 디에디트 에디터M

매해 새로운 패션이 뜨고 지며 빠르게 돌고 돌지만, 올해 드뮤어룩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또 설명하기 애매한 단어가 또 있을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드뮤어가 어떤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 단어는 올해 8월 틱톡커 줄스 레브론(@joolieannie)에서 시작된다. 직장에서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룩을 “very demure, very mindful(매우 정숙하고, 매우 사려깊은)”으로 언급하는데, 이 영상은 2024년 12월 기준 오천사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를 휩쓴 드뮤어룩을 정의하자면, ‘단정하고 차분하며 우아한 스타일’라고 할 수 있다. 과하지 않고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작년에 유행한 올드머니 룩과 비슷해 보이는데. 올드머니룩이 로고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좋은 소재를 통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클래식 스타일이라면, 드뮤어룩은 튀지 않으면서 과하지 않다는 데 중점을 두었고, 어떤 면에서는 올드머니룩의 보급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차분한 톤의 기본템을 자신의 체형에 맞춰 단정하게 연출하고, 액세서리 또한 절제해서 매치하면서 일명 ‘꾸안꾸 스타’일을 보여준다. 사실 드뮤어룩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롭거나 특정 패션 스타일을 말하기보다는, 과하지 않게 중용을 강조하는 태도에 가까워 보인다. 작년에 올드머니룩을 따라해 보려다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던 나는 과하지 않고 출근룩으로도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올해 드뮤어룩의 유행이 참 반갑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출근하기 위해 겨우 팔다리를 옷에 끼워 넣는 직장인들에게 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단어 덕분에 올 한 해 여러분의 하루가 조금이라도 드뮤어(demure)했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