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에 적당한 정의감…‘리틀 빅 히어로’ 우리 동네 배달 청년[오마주]

백승찬 기자 2024. 9.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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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
영화 <무도실무관>에서 평범한 청년 정도(김우빈)는 무도실무관으로 채용된다.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정도(김우빈)는 태권도 3단, 검도 3단, 유도 3단입니다. 아버지의 치킨 가게에서 배달일을 하고, 단짝 친구 3명과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여가를 보냅니다.

정도는 배달하다가 두 남자가 격투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정도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다른 사람을 무차별 공격하자 뛰어들어 제압합니다. 공격받은 이는 무도실무관, 즉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시해 범죄를 예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도의 무술 실력을 눈여겨본 보호관찰관 선민(김성균)은 정도에게 무도실무관으로 일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정도의 컴퓨터 브라운관에는 관내 전자발찌 착용자의 동선과 배터리 잔량이 뜹니다. 정도는 감시 대상자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전 개입해 범죄를 막아야 합니다. 20여 년 전 아동연쇄성폭행을 저지르고 수감됐다가 형기를 마친 강기중이 전자발찌 착용자로 관내에 전입하자, 정도와 선민은 긴장의 날을 세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에서 그리는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은 낯설지만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들은 전자감독 대상자의 이동 경로를 분석하고,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의 검거를 보조합니다.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등 4가지 무도 중 한 가지 이상에서 3단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영화 속 정도는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가진 셈입니다.

<무도실무관>은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영화 속 범죄자들이 저지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이를 상세히 재현하진 않습니다. 대신 범죄자를 응징하는 무도실무관 정도와 그 친구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춥니다. 소재는 참신하지만 액션 장면이나 이야기 흐름, 캐릭터가 독창적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영화 <무도실무관>에서 법무부 보호관찰관 선민(김성균, 왼쪽)은 정도(김우빈)에게 무도실무관이 되기를 권한다. 넷플릭스 제공

오히려 흥미로운 건 정도와 그 친구들로 대표되는 20대 남성 청년에 대한 묘사입니다. <무도실무관>의 정도는 재미, 건강,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정도의 재미, 건강, 행복은 소박합니다. 큰 집, 멋진 자동차, 최신 패션이나 일확천금을 추구하는 듯 보이진 않습니다. 무도 대련이나 게임에서 상대를 이겼을 때의 기쁨, 어쩌다 삼겹살을 푸짐하게 먹었을 때의 포만감, 단골에게 치킨을 배달해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을 때의 정겨움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작가를 지망하거나 드론 조종에 능숙해 보이는 정도의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다친 사람을 과하게 공격하거나, 아동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식을 허물려는 이들이 나타났을 때, 정도와 친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을 취합니다.

각본·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영화 <청년경찰>,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도 20대 남성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앞선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정도처럼 평범한 삶을 살면서 적당한 정의감을 갖춘 인물들이었습니다. 평상시라면 미래에 대한 큰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청년들이 조금은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회를 그나마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이런 평범한 이들이 가진 최소한의 정의감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도는 극 중 ‘용감한 시민상’을 세 번 받습니다. 처음엔 서울중부보호관찰소, 다음엔 서울중앙경찰서, 마지막엔 대통령으로부터 받습니다. 게임에서 레벨이 올라가듯, 시상자의 직급이 조금씩 올라가는 겁니다. 물론 정도가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악당을 잡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도 같은 청년이 가진 작지만 단단한 정의감을 영화 속에서라도 귀하게 여기고 싶어집니다.

‘노멀 히어로’ 지수 ★★★ 사회를 지탱하는 건 평범한 영웅

‘고추장 액션’ 지수 ★★★ 장독을 활용한 종반부 액션 장면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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