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단 8대 판매" 실패 인정, 세대교체 선언하며 단종되는 '국민 SUV'

기아 니로EV /사진=기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냉정하게 결정됩니다.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니로EV가 2026년 3월 9일경 개최된 더 뉴 니로 출시 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인 단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급격하게 하락한 판매 지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니로EV는 2022년 9,194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견고한 수요를 증명했으나, 이후 시장의 흐름은 급격히 변했습니다.

2023년 7,161대로 감소하기 시작한 판매량은 2024년 1,388대로 급감했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78.7%나 감소한 295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2026년 1~2월 사이에는 단 8대만이 판매되는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모델 노후화와 수요 간섭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보다는 전용 플랫폼을 채택한 최신 모델에 가치를 두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용 플랫폼의 압도적 효율성이 증명한 성공적인 세대교체

기아 니로EV 실내 /사진=기아
기아 EV3 /사진=기아

니로EV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는 주인공은 2024년 7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EV3입니다. EV3는 출시 직후부터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기아의 전기차 전략이 전용 플랫폼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입증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EV3의 국내 판매량은 2만 대를 초과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니로EV가 기록한 295대와 비교했을 때 약 70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격차입니다.

소비자들은 전용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간 활용성과 최신 전동화 기술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이러한 수요의 이동은 니로EV의 단종 결정을 가속화하는 핵심 원인이 되었습니다. 수요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전용 전기차 라인업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기아의 선택은 시장의 데이터로 그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8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1세대 전기차의 기록과 한계

기아 니로EV /사진=기아

2018년 7월 처음 등장한 니로EV는 기아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아우르는 친환경 전용 모델로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2세대 모델에 이르러서는 1회 충전 주행거리 401km를 달성하며 실용적인 전기차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401km라는 주행거리는 도심 주행과 중거리 이동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치였으나,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설계된 차세대 모델들의 등장으로 기술적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공유하는 구조적 한계는 공간 최적화와 충전 속도 등에서 전용 전기차와의 경쟁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를 뒤로하고, 더 높은 효율과 성능을 요구하는 시장의 기준에 따라 자연스러운 퇴장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 PBV로 이어지는 생산 거점의 진화

기아 PV5 /사진=기아

기아는 니로EV의 생산 종료와 함께 화성 생산 거점을 목적 기반 모빌리티인 PBV(Purpose Built Vehicle)의 핵심 허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25년 11월 준공된 이보 플랜트(EVO Plant) 이스트가 있습니다.

기아는 이곳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이동 수단인 PBV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미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2월 기준으로 PV5는 3,967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아는 2027년 가동 예정인 이보 플랜트 웨스트를 통해 PV7 등의 생산을 추가할 계획이며, 이스트와 웨스트를 합산하여 연간 25만 대 규모의 PBV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승용 전기차를 넘어 상업용 및 특수 목적용 모빌리티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전략입니다.

유연한 전동화 전략으로 재설정된 기아의 2030 로드맵

기아 니로EV /사진=기아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아는 전동화 로드맵을 더욱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재편했습니다.

2023년에 설정했던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인 160만 대를 2025년 4월 발표를 통해 125만9천 대로 하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수치 조정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을 선택했음을 의미합니다.

기아는 니로EV와 같은 과도기적 모델을 정리하는 대신, EV3를 필두로 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동시에 시장 수요가 견고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니로EV의 단종은 단순한 모델의 소멸이 아니라, 전용 전기차와 PBV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더욱 선명하게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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