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줄타기 UAE... "해답은 한국 KF-21"

2025년 11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보인 이 전투기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선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 시점, 양국은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방산 협력 모델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왜 UAE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한국의 KF-21에 주목하는 걸까요?

그 배후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UAE의 절박한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F-35 거래 결렬, UAE의 선택지는 좁아졌다


2021년 12월, UAE는 미국에 F-35 스텔스 전투기 50대 구매를 포함한 23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통보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술적 요구사항과 운용 제한, 그리고 비용-효과 분석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정치적 배경이 있었죠.

바이든 행정부는 UAE에게 화웨이 장비를 통신망에서 제거하고 중국과의 기술 협력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F-35의 첨단 기술이 중국에 노출될 위험을 막아야 했던 것입니다.

UAE는 2019년 화웨이와 5G 협력 협정을 맺었고, 두바이에 '5G & IoT 공동 오픈랩'까지 설립했습니다.

중국은 UAE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2020년 기준 양국 교역액이 536억 7천만 달러에 달했죠.

결국 UAE는 주권적 운용 제한과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F-35 대신 프랑스로부터 라팔 전투기 80대를 190억 달러에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라팔만으로는 UAE 공군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죠.

KF-21, 정치적 조건 없는 고성능 전투기


KF-21 보라매는 GE F414 쌍발 엔진을 장착한 4.5세대 전투기로, 마하 1.9의 최고 속도와 약 7.7톤의 무장 탑재 능력을 자랑합니다.

한화시스템이 독자 개발한 AESA 레이더는 1,000여 개의 송수신 모듈을 갖추고 있으며, 150-200km 거리에서 20개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성능도 인상적이지만, UAE가 KF-21에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KF-21은 미국산 엔진을 사용하지만 한국산 임무 시스템을 탑재해,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정치적 조건이나 제재 위험이 적습니다.

F-35처럼 미국의 엄격한 최종 사용자 모니터링이나 화웨이 제거 같은 조건이 붙지 않는다는 뜻이죠.

2025년 8월, UAE 국방차관 이브라힘 나세르 무함마드 알 알라위가 한국 사천 공군기지에서 직접 KF-21 시제기에 탑승해 비행을 체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험 비행이 아니라 UAE가 KF-21에 얼마나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공동 생산과 수출, 한국이 제안하는 새로운 모델


이재명 대통령의 비서실장 강훈식은 "공동 개발, 현지 생산, 제3국 수출이라는 통합 가치 사슬을 구축하면 한국 방산 기업들이 150억 달러 이상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한국이 제시하는 차별화된 협력 모델입니다.

단순히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UAE에서 기체를 조립하고, UAE나 EDGE 그룹의 하위 시스템을 통합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 공동으로 판매하는 것이죠.

이는 UAE에게 단순한 전투기 구매자가 아니라 생산 파트너이자 수출국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현지 생산하고, 중동에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신속한 인도, 공격적인 가격 정책, 그리고 생산 현지화 의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UAE는 이러한 한국의 전략이 자국의 국방 산업 육성 목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페르시아만 안보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


UAE가 직면한 안보 위협은 명확합니다. 이란과의 긴장,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교통로 보호,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 대응 등이죠.

KF-21의 AESA 레이더, 네트워킹 능력, 그리고 쌍발 엔진의 안전성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의 장거리 방공 임무, 유조선과 정찰 자산 호위, 연안 미사일 기지나 드론 발사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지원하는 데 적합합니다.

미라주 전투기

UAE 공군은 현재 59대의 F-16E/F(평균 기령 19.5년)와 78대의 미라주 2000(평균 기령 27.5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전력을 교체해야 하는 시점에서, KF-21은 기존 F-16E/F 블록 60과 미라주 2000-9 함대와 호환되는 서방 무기 체계를 활용하면서도 향후 자체 무기 통합의 여지를 주는 다목적 플랫폼입니다.

특히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서 쌍발 엔진의 중복성과 견고한 착륙 장치는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작전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단발 엔진 전투기에 비해 생존성이 월등히 높은 것이죠.

경쟁자들의 약점, KF-21의 기회


UAE는 여러 전투기 옵션을 검토했지만, 각각 약점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Su-57E는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손실, 확인된 수출 고객 부재로 인해 실제 유지비용과 임무 가동률이 불투명합니다.

중국의 J-20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지만, 베이징이 이 첨단 기종을 판매할 의사가 있는지 불확실합니다.

프랑스의 라팔 F4와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뛰어난 능력과 성숙한 장거리 무기 옵션을 제공하지만, 도입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더 높고 산업 협력 제안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라팔 생산 라인은 인도, 그리스, UAE의 기존 주문으로 포화 상태이고, 유럽의 전투기 제조 업체들은 신규 고객을 위한 생산 능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빠른 생산 능력과 유연한 협력 의지를 입증했습니다.

UAE는 이미 2022년 1월 한국산 천궁II KM-SAM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35억 달러에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이는 당시 한국의 최대 단일 무기 수출 계약이었습니다.

이러한 신뢰 관계가 KF-21 거래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방산의 글로벌 전략, UAE는 중동 거점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까지 한국을 세계 4위 방산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2022년 9월 폴란드와의 137억 달러 무기 거래는 한국을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확립시켰고, 이후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러시아 인접 국가들이 한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했습니다.

UAE와의 KF-21 거래는 단순히 전투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 전체로 진출하는 전략적 교두보입니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모두와 무기 협력 논의 중이며, 중동이 회사의 우선 순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 차재병은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에서의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입증된 신뢰성 덕분에 UAE를 포함한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F-21이 UAE에 성공적으로 수출된다면,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 다른 중동 국가들에게도 강력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