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덮친 ‘대통령 마케팅’…정책 경쟁 ‘실종’
토론회 “대통령 뜻 맞나” 기형 질의
“행정통합 앞둔 지역 비전은 없어”
당원 표심만 노린 선거 전략 ‘눈살’

6·3 지방선거를 60여 일 앞두고 광주·전남 선거판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름을 앞세운 선거 홍보가 확산하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지역 발전 비전보다 대통령과의 연계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찾은 광주 서구 쌍촌동 일대. 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과 인근 교차로 곳곳에는 "이재명 대통령님을 도와 새로운 서구를 만들겠습니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행인과 운전자 눈높이에는 후보 본인의 이름만큼이나 대통령 이름이 크게 부각됐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예년 지방선거와는 다른 분위기에 낯설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직장인 김준일씨는 "지방선거인데 현수막만 보면 대선 선거운동처럼 느껴진다"며 "지난 2022년 선거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디서든 지역 공약보다 대통령 이름이 먼저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상은 홍보물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 나선 한 후보 측 안내 홍보물에는 사진 아래 "이재명의 선택, 지금은 ○○○"이라는 문구가 크게 배치됐다.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모 예비후보 역시 건물 외벽 현수막과 공식 홍보물에 '나라는 이재명', '대통령처럼 유능한 군수' 등의 문구를 삽입했다. 해당 후보 측은 보도자료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처럼 실용적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예비후보들의 '대통령 마케팅'은 정책을 검증해야 할 토론회장까지 번졌다. 최근 목포·순천·광주 등지에서 열린 민주당 권역별 정책배심원 심층토론회에서 통합시장 후보들은 지역 현안 설명보다 '대통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행정통합 이후 체계 개편, 재정 지원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도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보다 "이것이 대통령의 뜻과 맞는 방식인가"를 묻는 기형적인 질의응답이 오가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책 대결이 실종된 채 '누가 진짜 친명 인사인가'를 따지는 계파 정통성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일부 통합특별시장 후보는 전날인 30일 '원조 친명 외곽 단체의 지지를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세 과시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호남 지역 특유의 정치 지형과 정권 초기의 특수성을 꼽는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은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며 "후보들 입장에서는 일반 유권자보다 경선 승패를 쥐고 있는 권리당원 표심을 얻기 위해 정권 초기 '허니문' 국면에 있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각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7월 전남·광주 행정통합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선거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