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가 낳은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는 어떻게 바쿠스가 됐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로마 토속신화와 그리스신화 결합 로마신화 탄생/그리스 포도 품종 안소니카 수천년 시간 뛰어넘어 이탈리아 시칠리아·질리오섬에서 꽃 피어/안소니카로 빚는 비비 그라츠 화이트 와인 탄생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이 시작된 아름다운 베키오 다리가 내려다보이는 우피치 미술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무대 피렌체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을 지나 다비드상을 만나는 시뇨리아 광장에 들어서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한 우피치 미술관이 보입니다. 특히 와인마니아라면 피렌체 여행에서 우피치 미술관을 지나칠 수 없죠.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라파엘로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속에서 우아하게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카라바조의 걸작 ‘바쿠스’가 바로 우피치 미술관의 소장품이기 때문입니다. 바쿠스는 디오니소스와 같은 ‘술의 신’이자 ‘와인의 신’입니다. 같은 신이 왜 다른 이름으로 불릴까요.


술의 신이 그리스신화에선 디오니소스로, 로마신화에선 바쿠스로 등장합니다. 로마인들은 전성기때도 그리스 말을 배울 정도로 그리스 문화를 숭상했는데 그리스 신화가 로마로 넘어가 로마의 토속신화 합쳐져 탄생한 것이 로마신화랍니다. 이 때문에 그리스신화와 로마신화는 거의 비슷합니다. 보통 ‘그리스·로마신화’로 불리는 이유죠. 다만 그리스신화에선 신들이 주인공이고, 로마신화에선 인간의 사건들이 중심으로 신들은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로마신화에선 신들의 이름이 바뀝니다. 최고신 제우스는 유피테르(주피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넵투누스, 전쟁과 지성의 여신 아테나는 미네르바, 불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불카누스, 여행의 신 헤르메스는 메르쿠리우스,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비너스, 전쟁과 파괴의 신 아레스는 마르스, 사랑의 신 에로스는 큐피도(큐피드)가 됩니다. 앞뒤로 두개의 얼굴을 지닌 야누스 정도가 로마신화에만 등장합니다.

그중 디오니소스(Dionysos)는 어떻게 와인의 신이 됐을까요. 그의 모친은 테바이의 왕 카드모스의 딸인 아름다운 인간 여인 세멜레(Semele). 그녀와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디오니소스랍니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세멜레가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그녀를 파멸시키려고 세멜레가 어릴때 친하게 지낸 유모로 둔갑해 접근합니다. 그리고 헤라는 “제우스가 올림포스 주신이라고 사기 치는 것 아니냐. 정말 신이라면 증거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라”며 세멜레를 끊임없이 유혹하죠.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세멜레는 과연 제우스가 신인지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제우스에게 “당신이 정말 신이라면 증거를 보여달라”고 재촉합니다.

제우스는 이미 그녀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스틱스 강물에 대고 맹세한 상황. 세밀레가 계속 조르자 제우스는 천둥과 번개에 휩싸인 천상의 갑옷을 입고 나타나지만, 인간 세멜레는 그 휘황찬란한 빛을 감당하지 못해 그만 불에 타 재로 변하고 맙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우스는 세멜레에게 달려가 뱃속에 든 아기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 안쪽에 심어 키웠고 신으로 태어난 아기가 바로 디오니소스랍니다. 그는 니사의 요정에게 맡겨져 자라납니다. 하지만, 질투심 많은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그대로 둘 리 없죠. 그를 미치광이로 만들어 세상을 떠돌게 만들어버립니다. 이렇게 디오니소스는 세상의 여러곳을 여행하며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법을 퍼뜨립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전파된 인졸리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서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아그리젠토(Agrigento)에는 이런 그리스신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리스는 기원전 8세기부터 시칠리아에 여러 식민도시를 건설했는데 아그리젠토는 그리스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곳으로 BC 406년 인구는 20만명에서 최대 8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그리젠토 ‘신전의 계곡’에는 그리스 보다 더 원형이 잘 보존된 신전들이 즐비합니다. 기원전 5세기 중반에 고대 도리아식으로 지은 헤라 라치니아 신전과 조화·화합의 여신 콘코르디아 신전이 유명하고 영웅 헤라클레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신전 등도 있어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계획이 있다면 시칠리아 아그리젠토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랍니다.


그리스 와인의 역사는 4500년이 넘고 토착품종만 350종이 넘는데 지금도 매일 새로운 품종이 발견돼 그리스는 ‘포도 품종의 쥬라기 공원’으로 불린답니다. 디오니소스와 그의 후예 그리스 상인들을 따라 그리스의 여러 포도 품종들이 시칠리아를 거쳐 로마, 토스카나, 사르데냐를 통해 남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갑니다. 시칠리아는 토착품종들이 많습니다. 레드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네렐로 카푸치오(Nerello Cappuccio)가 유명하고 화이트는 인졸리아(Inzolia), 그릴로(Grillo), 에트나 비앙코(Etna Bianco), 지비보(Zibibbo)가 대표 품종입니다. 그리스에서 전파된 품종도 보이는데 그레카니코(Grecanico)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란 뜻입니다.



인졸리아를 토스카나에선 안소니카(Ansonica)로 부르며 안솔리카(Ansolica), 안소니카(Ansonica), 안소라(Ansora), 안조니카(Anzonica)도 모두 같은 품종입니다. 모래가 많은 토양을 좋아해 주로 수퍼투스칸의 고향 볼게리 등 해안 지역에서 자라는데 그중 한 곳이 2500년의 와인 양조 역사를 지닌 아주 작은 섬 질리오(Giglio)랍니다. 이 섬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안소니카 질리오’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안소니카가 유명합니다. 이런 질리오에서 안소니카 품종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키워낸 인물이 수퍼투스칸 꼴로레(Colore)와 테스타마타(Testamatta)를 생산하는 비비 그라츠(Bibi Graetz)입니다.

그는 질리오 섬의 안소니카의 잠재력에 반해 2000년 해발 고도 500m의 가파른 절벽의 테라스 형태 포도밭을 매입했으며 100년이 넘는 수령의 안소니카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섬이 작아 포도밭 전체 면적이 20ha에 불과하며 비비 그라츠는 8h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비 그라츠는 “한시간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는 질리오섬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찬란한 태양이 내려 쬐고 비는 거의 오지 않는 곳이랍니다. 포도밭을 매입할때 연로한 생산자들이 안소니카를 주로 재배하고 있었죠. 아주 적은양의 포도밭을 갖고 가내수공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섬사람들이 와인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침 6∼8시에 와인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에요. 거의 질리오 섬 안에서 소비되던 와인이랍니다.” 라고 말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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