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히 외면받았는데 '6년' 만에 넷플릭스 정상 오른 한국 영화

성적표 뒤집은 80억 대작의 반격… 20만 관객 굴욕 딛고 OTT 정상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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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당시 관객들의 냉정한 외면을 받았던 한국 영화 한 편이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뜻밖의 ‘골든 리트리벌(Golden Retrieval)’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9년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의 10분의 1 수준인 20만 관객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던 이정호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 ‘비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일 넷플릭스 코리아 집계 기준 ‘비스트’는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순위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정점’, ‘메모리’, ‘히트맨2’, ‘구룡성채: 무법지대’ 등 쟁쟁한 최신작과 화제작들을 모두 제치고 일궈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인 역주행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누아르의 한국적 변주, 그 과감한 시도

영화 ‘비스트’는 프랑스의 정통 누아르 수작으로 손꼽히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가진 묵직한 서사와 남성적인 색채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계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며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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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심 서사는 명료하지만 강렬하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아온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는 후배 형사 ‘종찬’(최다니엘)과 함께 수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가 살인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한수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한수의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가 이 위험한 거래를 눈치채면서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살인을 감춰야만 하는 인물들의 처절한 사투가 이어진다.

“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카피처럼 영화는 범죄를 소탕해야 하는 경찰들이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성민과 유재명의 압도적인 연기 대결을 통해 그려냈다.

독이 된 과욕인가, 시대를 앞서간 취향인가

재미있는 점은 영화에 대한 평단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비스트’가 원작인 ‘오르페브르 36번가’로 시작해 할리우드 영화 ‘인섬니아’를 거쳐 ‘세븐’으로 끝나는 묘한 기시감을 준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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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오르페브르 36번가’는 소재와 구성이 탄탄한 작품이었지만 한국판 ‘비스트’의 제작진은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한국적 정서와 괴리감이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예컨대 원작의 주요 사건인 총기 강도 사건은 총기 소지가 불법인 한국 현실에 맞춰 연쇄 살인사건으로 각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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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주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제작진은 원작의 정서 위에 할리우드식 스릴러 요소들을 과도하게 섞어 넣는 선택을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영화의 호흡을 거칠게 만들었고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는 피로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며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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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제작비 80억 원(홍보비 포함)이 투입된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200만 명이었지만 극장 종영 당시 성적표는 그 10분의 1인 20만 명에 머물며 흥행 참패라는 낙인이 찍혔다.

OTT 플랫폼이 선사한 ‘두 번째 기회’

시간이 흐른 지금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비스트’에게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짧은 상영 기간 속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의 폭발적인 연기 에너지가 안방극장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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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장르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시청 트렌드와 맞물려 인간의 내면 바닥까지 파고드는 어두운 분위기와 배우들의 열연이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비록 개봉 당시에는 과한 ‘양념’이라 비판받았던 할리우드식 장치들이 자극적인 전개를 선호하는 OTT 이용자들에게는 오히려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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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흥행 실패가 곧 작품의 폐기를 의미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대가 왔다. 20만 관객의 아픔을 딛고 넷플릭스 1위라는 반전 드라마를 쓴 ‘비스트’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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