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7미터, 세계 정상을 꿈꾸던 초고층 빌딩의 야망
중국 톈진 외곽 한복판, 한 세대의 꿈과 좌절이 600미터에 가까운 철골로 남아 있다. 골든 파이낸스 117(골든 파이낸스 세실) 빌딩은 2008년 착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수식어를 기대했다. 597미터, 117층. 완공만 된다면 두바이 브루즈 칼리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도시 개발의 야심이랄까, 국가 위상 경쟁의 상징이랄까. 여러 층위에서 이 초고층 빌딩의 시작은 거대했고, 야망으로 가득 찼다.

17년의 대기, 미완의 도시 조형물로 남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공사는 수년 내 완공은커녕, 오히려 전 세계의 경제 위기와 맞물려 연이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메인 투자자들의 자금줄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빌딩 골조만 세운 채 인테리어와 설비, 창호, 내부 공간 등은 그대로 미완상태로 멈춰버렸다. 매해 ‘머지않아 재개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어느덧 17년째 텅 빈 외피만이 도시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다. 톈진 주민들에게는 ‘도시의 피뢰침’, ‘현대의 폐허’로 불리며, 기약 없는 방치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붕괴와 세계 경제위기의 먹구름
골든 파이낸스 117의 최대 불운은 금융 환경의 급변이었다. 애초 천문학적 건축 자금이 요구된 프로젝트였기에 주요 자본 공급원이 흔들리자 바로 사업이 피폐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은 단순히 돈줄 부족만이 아니라 새로운 대형 투자자를 찾기도, 외국 자본을 끌어오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한때 활발하게 제안되던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등 연계사업계획도 줄줄이 무산됐다. 그 결과, 골조만 완성된 뼈대 건물은 도시 스카이라인의 ‘잃어버린 꿈’이 되고 만 것이다.

규제의 손아귀—‘500미터 금지령’의 충격
초기 자금난으로 멈춘 골든 파이낸스를 완전히 숨 막히게 한 마지막 ‘한 방’은 중국 정부의 고층건물 규제다. 2020년 이후 중앙정부는 ‘500미터 이상’ 초고층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국토 효율성, 안전 문제, 낭비성 투자 방지 등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 미완성 초고층 프로젝트에는 사형선고 와도 같았다. 새 투자자들이 들어와도 더 이상 상승이나 구조 변경이 불가하고, 인허가나 사업승인의 길도 완전히 막혔다. 나아가 장기 방치로 인한 안전 우려, 도시 미관 훼손, 유지관리의 행정적 부담도 높아졌다. 새로운 경기회복이나 정책변화가 있지 않는 한, 오히려 ‘유령 건물’ 상태가 수십 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도시의 피뢰침? 존재만으로 상징이 된 미완의 탑
오늘날 골든 파이낸스 117은 톈진 외곽 스카이라인에 우뚝 솟아 이질적 풍경을 빚는다. 번듯하게 완공된 듯 보이는 외관에 내부는 텅 비었고, 거대한 철근과 유리덩어리만이 바람을 맞는다. 이 공간은 한때 세계적 투자은행들과 중국 대기업, 도시 건설의 미래를 꿈꾸던 이들의 ‘허상’이자 동시에 ‘경계’가 되었다. 도시인의 시선에서는 반쯤 비애, 반쯤 호기심, 때로는 “저게 과연 완공될 수 있을까?”라는 모순적 기대가 교차한다. 애써 완공된 건물보다, 오히려 미완성이 주는 존재감이 더 크다. 일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사진 촬영의 로케이션으로 쓰이기도 한다.

실패의 메시지—근거 없는 ‘초고층 광풍’의 후일담
골든 파이낸스 117의 현재는 단순 방치된 건축물이 아니라, 글로벌 초고층 열풍이 낳은 부작용의 산 교훈이다. 도시 브랜드와 상징지수, 경제 파급력만을 좇다보면 계획은 과잉이 되고, 현실적 수익성이나 도시 지속성엔 눈을 감는다. 국내외 많은 도시들 역시 초고층 열풍을 겪고 있지만, 이처럼 투자‧정책‧재정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초대형 유령건물이 도심 한가운데 남게 된다. 나아가 정책 변화 한 번, 시장 환경의 미세한 흔들림이 수십 년 도시계획 자체를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