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진출에 '올리비아로렌' 분사까지…박이라의 '쇄신'
"경쟁 심화·저성장 넘는다"
올리비아 로렌은 분사 계획
"SNS의 발달로 개인 브랜드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시장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었어요.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전략을 짜내야겠다고 생각했죠.
1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세정빌딩에서 만난 박이라 세정 대표가 한 말이다. 급변하는 K패션 시장에서 50년 역사의 전통 있는 기업을 이끌며 마주한 고민들을, 그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박 대표를 만나 세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만 유튜버
세정그룹은 박순호 회장이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를 창업해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이후 여성패션, 주얼리, 라이프 스타일 등의 다양한 브랜드를 확장하며 국내 패션 전문 유통&라이프 스타일 그룹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에 나선 게 삼녀 중 막내인 박이라 대표다. 최근 그는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하거나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기업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최근 박 대표는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에 직접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택 내부를 공개하며 어떤 물건을 쓰는지부터 어떤 옷을 입는지 등 일상을 서슴잖고 공개한다.
박 대표는 "브랜드에서 아무리 제품을 예쁘게 만들어서 론칭해도 그 노력에 비해 알리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 회사의 어떤 사람을 통해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뮤즈'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처음엔 직원들한테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섣불리 개인을 오픈한다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다들 좀 머뭇머뭇 하더라고요. 저도 제 사생활을 오픈하는 게 쉽지 않은데 직원들은 쉽겠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직원들한테 격려할 게 아니라 내가 먼저 하자, 잘 시작하면 직원들도 함께 지지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라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최근 영상에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의 제품들을 집 곳곳에 비치한 모습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 댓글엔 코코로박스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이같은 친숙함 전략이 통한 걸까. 지난 7월만 해도 이라위크의 구독자 수는 3400여 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구독자 수는 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신생 브랜드 키우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박 대표는 김다인 전 마뗑킴 대표와 '다이닛'을 론칭했다. 김 대표는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마뗑킴을 키워낸 주역이다. 다이닛의 매출이 세정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김 대표와 다이닛을 공동 운영하며 신생 브랜드를 키워내는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박 대표는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올리비아 로렌'을 독립 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올리비아 로렌은 세정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다. 세정이 남성복 브랜드로 시작한 만큼 여성복 브랜드인 올리비아 로렌과는 방향성·시스템에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박 대표는 연내 올리비아로렌을 분사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 브랜드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정은 현재 사내에서 올리비아 로렌의 새 법인 명을 공모 중이다. 박 대표는 "올리비아로렌은 여성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조직"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스스로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온라인 쇼핑이 강세인 상황에서, 가두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세정이 앞으로의 경쟁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000여 개에 달하는 가두점이 오히려 기업 성장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가두점은 주 고객층이 주변 지역 주민인 경우가 많다. 잠재고객 범위가 제한적이고 온라인에 비해 운영도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대리점이 오히려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강점이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온라인으로 급성장한 브랜드들도 최근 오프라인에 진출하고 있다"며 "더불어 온라인과 젋은 브랜드에 약하다는 부분은 외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시도해 강점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가는 추세다. 그런 무신사가 현재 확보한 매장이 16개다. 세정이 확보한 1000개 매장이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대리점이 강하다는 건 엄청난 강점"이라며 "무신사가 성수에 매장을 개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온라인에도 한계는 있다. 우리처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회사가 없다. 대신 온라인과 젊은 브랜드에 약하다는 부분은 외부 협업 등을 통해 강점으로 전환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세정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목표는 '100년 기업 세정'이다. 패션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해외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박 대표는 "지난 50년간 지켜온 신념대로 무한 성장보다는 정직하고 단단한 성장을 위한 가치 경영에 기반을 두고 '세대를 잇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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