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더글로리' 차주영 "예쁘게만 보이고 싶지 않았죠"

최지윤 기자 2023. 3. 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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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데뷔 7년만 연기 극찬 "반가운 일"
"학폭 가해자 옹호하지 않도록 신경"
노출신 화제 "부담 NO…꼭 필요한 신"
"내 색깔 입힌 연기 보여 주고파"

차주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차주영(33) 캐스팅이 가장 의외였다. 그동안 지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백치미 있고 속물적인 스튜어디스 '최혜정'으로 분했을 때 신선함이 컸다. 물론 안길호 PD도 한 번에 캐스팅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차주영은 김은숙 작가와 안 PD 작품이기에 출연하고 싶었지만, 여러 차례 미팅하며 지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미팅 때 안 PD가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묻자, 자신도 모르게 혜정이가 돼 "X같이 지냈어요"라고 답했다. 안 PD가 '혜정이다!' 확신하고 캐스팅한 순간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게 맞다. 팬들은 아닐 거라고 하는데, 'ㅈ'이 들어가는 욕을 했다. 꽤 오랫동안 미팅을 하다 보니, 마지막에는 '오늘 못하면 끝이겠다' 싶더라.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나와야겠다'는 각오였다. 이미 혜정으로 살고 있어서 그렇게 답했는데 빵 터졌다. 안 PD님이 '혜정으로 살아왔네'라면서 좋아해줬다. 실제도 혜정과 결이 비슷하냐고? 나도 가끔 헷갈린다. 혜정이를 연기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끌고 왔다. 이전에는 신중했다면, 이제 과감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다 썼다."

이 드라마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이 온 생을 걸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10일 파트2를 공개했으며, 나흘째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파트1을 공개한 지 6일 만에 4위를 기록한 후 최고 기록이다. 처음 극본을 받았을 때 혜정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모든 인물의 서사가 탄탄하고 매력적이었다"면서 "혜정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졌지만, 접점을 찾는 게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튈까봐 걱정했다. '나 혼자 너무 튀지 않나요?' '나 혼자 다른 드라마 찍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마음 먹은 후부터는 수월했다"고 털어놨다.

'연기 잘하는 걸 처음 알았다'는 극찬도 쏟아졌다. "너무 반가운 이야기다. 혜정이는 가진 게 외모밖에 없지 않느냐. 예쁜 척 하고, 예쁘기만 보여도 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를 예쁘게 봐주는 건 감사한데, 연기도 잘 해내고 싶다. 그런 갈망이 있어서 예쁜 배우로 비춰지는 것을 약간 거부했다. '이거 아닌데?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은데?' '다른거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늘 있었다. 혜정 삶 자체가 예뻐서 내가 더 이상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돼 '다른 것도 풍성하게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혜정은 동은을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이다. '박연진'(임지연) '이사라'(김히어라), '문재준'(박성훈)과 달리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로 인해 계급이 나뉠 수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세탁소집 딸로 승무원이 된 후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신분 상승을 꿈꾼 이유다. '남친이 사줬다'며 사라가 세탁소에 맡긴 샤넬 원피스를 입고 등장, 굴욕을 당하는 장면에서 혜정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줬다. 그때 사라의 '혜정아, 문동은 아니었으면 다음은 너였어'라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동은이 학폭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면, 혜정이 그 대상이 됐을 수도 있는 셈이다.

차주영은 "그 부분이 가장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어쨌든 혜정은 가해자라서 절대 옹호하면 안 된다. 동은이가 아니었으면 혜정이가 피해자였을 것이라고 예상해 애틋하게 봐주는 것 같다"면서도 "연기하며 '동정심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잡고 있었다. 동은과 혜정은 엄연히 다르지 않느냐. 동은은 학폭을 당했음에도 건강한 삶을 꾸려 나가려고 노력했지만, 혜정은 결국 굴복해 같이 나쁜 일을 저질렀다. 가해 행동이 정당하게 비춰지지 않도록 선을 잘 탔다"고 설명했다.

파트2에선 과감한 노출신이 화제를 모았다. 재준과 욕조신에서 뒤태를 노출하고, 연진과 싸우며 가슴을 노출하는 신 등이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전혀 없었다"며 "그전과 달리 조금 살을 찌운 부분에서 걱정은 있었지만, 노출신 부담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혜정이가 1차원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는 신"이라며 "나도, 대역도, CG도 준비 돼 있었고 많이 논의하고 찍었다. 내가 다 해버리면 좋겠지만, 캐릭터 설정이 수술한 친구 아니냐. 수술한 가슴이 필요했다. 목욕신에선 내 얼굴이 정확히 나온 장면은 제 몸이고, 몸은 대역이다. 셔츠신은 내 몸이고, 가슴 부분을 CG로 입혔다"고 덧붙였다.

'굳이 가슴까지 노출해야 했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사실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필요한 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혜정이가 가진 게 그거(몸매)밖에 없고, 수술까지 해서 자존감을 채우지 않았느냐. 연진 앞에서 몸뚱이 하나로 '나 봐봐'라며 한 방 날렸다. 반격의 정점을 찍는 신이라서 필요했다"고 짚었다.


마지막회에서 혜정은 사라가 마약 상태에서 성적인 행동을 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라는 격분해 머리에 꼽고 다니던 연필로 목을 찔렀고, 혜정은 목소리를 잃었다. 주위에서 '목은 괜찮냐' '목소리는 나오냐' '문자로 얘기해라'고 한다며 "그 몰골로 나와서 시청자들이 많이 놀란 것 같다. 아픈 사람이 어떻게 화장을 하겠느냐. '세상이 무너져 사경을 헤맨다'고 극본에 나와있었다. 극본에 충실했고, 안 PD님도 혜정의 기괴한 모습을 담으려고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국내외에서 학폭 심각성 관련 사회적인 관심이 환기되고 있다. 제작진은 촬영 전 출연자 학폭 검증을 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파트2 공개 직전 안 PD가 필리핀 유학 시절 학폭을 저질러 사과했다. 차주영은 "촬영하면서 이 드라마가 조금 괜찮은 사회로 나아가는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주고, 누군가가 잘못된 걸 느낀 후 용서를 구하고 받아 들여지는 등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차주영은 미국 유학파 출신이다. 유타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2016년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데뷔했다. 학창 시절 반장·회장을 도맡았고, 종합예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어느 일이라고 고생을 안 하느냐.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고 베팅했다. 이쪽, 저쪽 업계 둘 다 힘든데 '내것을 활용해서 만들어 냈을 때 어느 쪽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해 확률적으로 접근했다"고 돌아봤다. "신인 때 다들 '연기하다가 그만하고 딴 거 할거잖아'라고 생각하더라. 전력을 다해서 하되, 일도 없는데 배우 타이틀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며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내 길이 아니면, 그때 다른 쪽을 공부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오후 8시5분 첫 방송하는 KBS 2TV 주말극 '진짜가 나타났다!'에선 비서실장 '장세진'으로 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예정이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유난 떨고 싶지 않다"며 "나름 잘 극복했다. 이전에는 유리멘털이었는데,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고 했다.

"배우를 꿈꾸고 한평생 살아온 분들에 비하면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언제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강박 속에서 살지만, 그 힘이 나를 나아가게도 한다. 데뷔 때 예쁘고 청순하고 지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만 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다. 더 글로리 찍을 때 '어게인 마이 라이프' '최종병기 앨리스'까지 세 작품을 했는데, 이제 좀 '연기가 재미있다' '내 색깔 입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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