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00번 시내버스, 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소를 자주 점유할까

서울 중구 삼성 태평로 본관 근처에 위치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소 공간을 점유한 500번 시내버스 (사진=조재환 기자)

서울 중구 삼성 태평로 본관 근처에 위치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소가 서울 500번 시내버스의 대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충전소를 사용하려는 일부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 충전소 바로 앞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이 500번 버스의 회차 대기 지점인데 마땅한 대기 공간이 없다 보니 전기차 충전소 공간을 버스가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블로터>가 2023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10개월 간 중구 태평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소 현황을 수차례 살펴본 결과 500번 버스의 전기차 충전소 점유 모습이 5차례 이상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견 당시에는 충전이 급한 전기차 오너가 버스 점유로 인해 충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해당 충전소 관할지역인 서울 중구는 버스의 충전소 점유와 관련된 민원을 수없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이미 버스의 충전소 점유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버스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차량들의 충전소 무단 점유를 방지할 수 있는 목적으로 올해 3월 22일 단속용 차량 번호판 인식기를 설치했다”고 5일 말했다.

서울 중구청은 충전소를 대기 공간으로 활용한 500번 버스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4월 8일부터 번호판 인식기를 활용한 본격 단속이 이뤄진다”며 “그동안 번호판 인식기가 시범 운영돼 500번 버스를 곧바로 적발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서울 중구 삼성 태평로 본관 근처에 위치한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소 공간을 점유한 500번 시내 버스 (사진=조재환 기자)

500번 버스는 서울교통네트웍과 군포교통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시내 버스노선이며 주관 운영사는 서울교통네트웍이다. 서울교통네트웍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500번 버스 회차지점이 충전소와 가깝게 위치해 있다”며 “기사들이 차량을 전기차 충전소 충전 지점에 주정차하고 대기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500번 버스의 회차지점인 태평로 삼성본관앞 버스정류장과 가로등형 전기차 충전소는 모두 서울 세종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평소 출퇴근 시간대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 중 하나다. 태평로 삼성본관 앞 정류장은 500번 버스를 포함해 10개 노선의 승하차 지점으로 활용돼 혼잡한 편이다.

서울교통네트웍 관계자는 “오전과 오후시간대로 나눠서 근무하는 버스 기사들은 노선 별 회차지점에서 용변 등의 볼 일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본관앞 정류장 근처에 500번 버스의 안전한 회차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최대한 전기차 충전 방해금지법을 지키되 버스 노선 기사들의 안전 등을 고려한 방안을 서울시에 건의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전기차 충전 방해금지법에 따르면 전기차 급속충전소나 완속충전소에 주차하는 내연기관 차량(버스, 트럭 포함)의 경우 적발 시 당사자가 10만원의 과태료를 기초 지자체에 내야 한다. 전기차가 급속 충전소에서 1시간 이상 주차하거나 완속충전소에서 14시간 이상을 주차할 경우에도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