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가 따로 차린 'K-팝 밥상', 독상인데 왜 개운치 않죠?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19일(현지시간)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열렸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 글로벌 음악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K-팝도 예외는 아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정국, 스트레이키즈, 뉴진스, 피프티피프티 등 지난 한 해 두각을 보인 쟁쟁한 이들이 여러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몇몇 부문에서는 수상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과거에 비해 미지근하다. BTS가 여러 차례 수상을 했던 터라 감동이 덜 했던 탓일까? 그렇지 않다. '밥상'이 달랐다. 이번 시상식에서 K-팝 그룹들의 '본상' 수상은 불발됐다. 대신 K-팝 부문에서 여러 수상자를 배출했다. 'K-팝'을 대상으로 한 시상 부문이니 K-팝 그룹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즉 'K-팝'으로 국한된 '작은' 밥상을 따로 차려준 셈이다. 이 상을 폄훼할 뜻은 없다. K-팝을 거대한 시장을 가진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상당하다. 하지만 이 행간을 읽어야 한다. 단단한 팬덤을 가진 K-팝 그룹을 꾸준히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활용하는 동시에 그들의 성장을 견제하자는 의도가 적잖이 깔려 있다.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정국(톱 글로벌 K-팝 노래), 스트레이 키즈(톱 K-팝 음반), 블랙핑크(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 뉴진스(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등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K-팝을 대상으로 한 부문들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유하자면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자체로 괄목할 만한 치적이다. 하지만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본상에 도전했던 K-팝 가수들은 고배를 마셨다. 지민이 톱 셀링 송을 노렸고, 피프티피프티는 톱 듀오/그룹 부문을 노크했다. 뉴진스는 톱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부문의 후보였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되지 못했다. 물론 이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이 상황은 지난 3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지금은 K-팝의 위기다. 첫 번째 이유는 BTS의 부재"라며 K-팝의 성장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BTS 외에 여전히 빌보드 어워즈에서 본상을 거머쥔 K-팝 그룹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음악 시장이 K-팝을 별도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있었다. 빌보드 차트는 지난 2020년 9월 주간 차트인 '빌보드 글로벌 200'(Billboard Global 200)과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Billboard Global Excl. U.S.)을 신설했다. '빌보드 글로벌 200'은 세계 200여 개 지역에서 수집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음원판매) 수치를 기반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한다. 그리고 '빌보드 글로벌'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전역의 인기곡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 차트가 만들어진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 이 시기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K-팝 최고 핫100 1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와 '새비지 러브'가 차트 상단을 장식했다. 엄밀히 말해 빌보드 차트나 빌보드 어워즈는 '로컬'(local·지역) 행사다. 앞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며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이야기인즉,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행사라는 의미다. 곧 미국 외 지역 콘텐츠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인다면 미국 내 팬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K-팝 차트 신설이나 별도 시상 부문을 마련한 것 역시 이런 견제 기제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빌보드 시상식이 그동안 특정 지역의 음악을 따로 시상한 것은 라틴 팝뿐이었다. 남미 지역에서 절대적 인기를 누리는 라틴 팝을 따로 관리해왔는데, K-팝을 같은 위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지속 성장 가능한 장르로서 K-팝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뉴진스와 스트레이 키즈는 이번 시상식에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기존 팬덤 외에도 다른 가수들을 지지하는 전 세계 음악 팬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하는 기회였다. 만약 K-팝 부문이 따로 없었다면 뉴진스와 스트레이 키즈 역시 이번 시상식에 참가하지 못했다. 결국 빌보드 입장에서는 K-팝 부문을 새로 만들어 본상과 관계없이 꾸준히 K-팝 그룹을 시상식에 불러 K-팝 팬덤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고, K-팝 그룹 입장에서는 빌보드 시상식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통해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는 윈-윈 구조라 할 수 있다.
결국은 K-팝 시장이 스스로 이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 BTS와 같은 성과를 낸다면, 빌보드도 그들의 성과를 'K-팝 부문'에 묶어둘 순 없다. 명확한 수치로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K-팝 인기가 시들한데, K-팝 부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지도 낮은 그룹들이 수상한다면 이는 빌보드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결국 K-팝이 성장해야 해당 부문을 신설한 빌보드의 위신도 서는 결과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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