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위기' 금양, 설립 3개월 사우디 법인에 4050억원 고가 유증

부산에 위치한 이자전지 기업 ‘금양’ 본사 전경. 사진=금양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이차전지 기업 '금양'이 기준주가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투자자는 설립 3개월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상장 신생 법인이다.

금양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총 2700만주(보통주 1300만주, 상환우선주 1400만주)를 주당 1만5000원에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기준 주가인 9900원 대비 51.5% 할증이 붙었다. 신주 전량은 사우디 소재 '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에 배정되며,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할인 발행을 통해 수요를 유도하지만, 고가 유증은 경영진의 자신감 표현이나 경영권 희석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금양은 지난 3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뒤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또 4월 한국거래소로부터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상장 유지는 2026년 4월 재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의 고가 유증은 사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구조조정 자금 마련 또는 상장 유지 명분 확보를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공시에 따르면 조달 자금 4050억원은 전액 부산지역 이차전지 셀 공장 건설과 2170(지름 21㎜·높이 70㎜ 크기), 4695(지름 46㎜·높이 95㎜ 크기) 규격 설비 구축에 사용된다. 또 운영자금이나 채무 상환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상환우선주(RPS)는 의결권이 없지만 연 2%의 우선배당과 연복리 5% 수익률을 보장받는 조건이다. 실질적으로는 자본보다는 고금리 장기차입 구조에 가깝다. 때문에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 대상자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는 올 3월 10일 설립된 신생 법인으로, 자본금은 1억원 수준이다. 외부 감사보고서도 없다. 유사한 명칭을 가진 사우디 건설기업 'SKAEEB TRADING & CONTRACTING CO.'와 동일 법인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금양은 해당 기업의 배정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투명한 외국 법인을 상대로 고가 유증을 단행한 결정이 향후 금양의 신뢰 회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며 "주주 보호와 정보공개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