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하고 합방도 했는데" 반전…한국 최초 판다들 '웃픈' 사연[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한국에서 최초로 번식에 성공, 사랑을 듬뿍 받은 푸바오 전에 한국을 가장 먼저 찾은 판다는 리리와 밍밍이다. 이들 덕분에 푸바오가 준비된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를 만날 수 있었고 국내에서 크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리리와 밍밍은 1994년 대한민국에 온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다. 4년간 한국에서 사육되다가 1996년 2월 중국으로 돌아간 부부(?) 판다다.
희귀종인 판다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 판다 한 쌍은 '한중 수교 대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국빈급 대우를 받으면서 입국했다. 판다를 마중 나온 환영인파가 태극기를 흔들었고, 판다 전용 차량이 마중 나왔다.
용인 자연농원(현재 에버랜드)에 도착한 후에는 카퍼레이드와 함께 신혼집으로 향했다. 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공간 '팬더월드'에는 특별한 손님을 위한 판다 사육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이 중에 훗날 '푸바오 할부지'로 불린 강철원 사육사도 있었다.
밍밍과 리리의 이름은 한국에서 붙였다.
밍밍은 '명일(내일)' 할 때 한자인 '밝을 명(明)'을 두 번 넣은 '명명'의 중국식 발음이다. 1994년 뉴스 영상에 따르면 사육사들은 당시 밍밍이라는 이름을 "내년 판다가 번식해서 새끼를 낳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었다"고 밝혔다.
리리 역시 한자 '말리 리(莉)'를 반복해서 이름을 붙였다. 말리꽃은 자스민의 한 종류다. 자스민 꽃처럼 아름답게 자라라는 뜻이 담겼다. 리리는 실제로 판다 중 예쁜 얼굴을 지녔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픈 미녀'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판다 한 쌍에 이렇게 다른 이름이 붙은 것은 당초 데려올 때 밍밍은 수컷, 리리는 암컷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힘들게 한국에 들어온 리리와 밍밍은 한 공간에 살았지만, 합방을 하진 않았다.
고향인 중국을 떠나 한국의 기후와 새로운 보금자리, 사육사 등에 익숙해지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판다 특성상 쉽게 짝짓기하지 않는데다, 자칫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둘을 붙여놨다가 서로 공격해 치명상을 입힐까 염려한 까닭이었다.
이에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데 1년 4개월여가 걸렸다. 그리고 1996년 4월, 네 살배기 두 판다는 마침내 용인자연농원에서 합방하게 됐다.
한국의 첫 판다인데다, 국빈 대우를 받고 들어온 리리와 밍밍이었기에 이들이 신방을 차린다는 뉴스가 TV 전파를 타기도 했다.
용인자연농원 측이 길일을 받아 약혼식 날인 첫 대면식 날짜를 잡았다. 전문사육사까지 대동해 두 판다를 처음으로 만나게 한 그날, 리리와 밍밍은 서로 비벼대면서 환심을 사려는 행동을 보였고, 이에 결혼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초 10년간 사육을 목표로 들여왔던 판다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리리와 밍밍은 결국 1999년 2월 중국 정부에 조기 반환됐다. 경기가 어려운 시기, 천문학적인 비용과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판다를 계속 사육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었고, 실제 경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2세 보기에 실패하고 이들은 배웅하는 이도 없이 쓸쓸하게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후 충격적 반전이 밝혀졌다. 두 판다가 모두 암컷으로, 사실상 동성 간 혼인을 강제로 맺은 셈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번식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리리와 밍밍이 돌아간 1999년 이후 2016년까지 17년간 한국에는 판다가 없었다. 그러다 2016년, 러바오와 아이바오 커플이 한국에 다시 들어오게 됐다.
강철원 사육사는 리리와 밍밍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경력을 쌓은 상태였다. 이에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들어왔을 때 그간의 경험으로 까다롭다는 판다 번식에 성공, 한국 최초의 자생 판다인 '푸바오'를 탄생시켰다. '판다 할부지'라는 그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여담으로 리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2016년, 18년 만에 재회했다. 그가 청두에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인수하러 갔을 때 마침 그 곳에 와 있던 리리가 강 사육사를 알아본 것이다.
리리의 나이가 사람으로 치면 거의 70대였는데, 강철원 사육사가 사춘기 시절 리리에게 잘해줬기 때문에 그를 기억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측에서 강 사육사에게 진정한 판다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전해진다.
리리는 아직 살아있다. 판다 수명이 평균 25세인데 리리는 현재 32세로, 굉장히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같이 왔던 밍밍은 2016년 초,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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