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면 북적이는 해변 대신,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남 순천의 화포해변은 그런 이들에게 딱 맞는 여행지다.
소란스러운 인파도, 복잡한 상업시설도 없이, 고요한 바다와 갯벌, 철새와 해돋이가 함께하는 이곳은 소박하지만 잊히지 않는 풍경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산책, 드라이브, 차박까지 지금부터,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바다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순천만 아래 작은 해변

전라남도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에 위치한 화포해변은 순천만의 아랫부분, ‘ㄷ’자 지형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이 해변은 붉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군더더기 없는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를 때, 바닷물에 비치는 붉은빛은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자아낸다.

간조 시간에는 드러나는 갯벌 위에서 세발낙지를 채취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 바다의 삶이 생생히 전해진다.
겨울이 되면 흑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다양한 철새가 찾아들며, 작은 해변에 생태적 장관이 펼쳐진다. 인파가 적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일부러 조용한 시기를 골라 찾는 여행자도 많다.

화포해변에는 부담 없이 걷기 좋은 해상 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바다 바로 위를 따라 조성된 길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소소한 산책 코스로, 혼자 걷는 이들에게는 사색의 통로로 적당하다.
데크 끝에 다다르면 죽전방조제 어부갯벌길이 이어지며, 갯벌과 갈대숲, 그리고 작은 어부마을의 정취가 어우러진 풍경 속으로 여행을 연장할 수 있다.
주차장과 간이 어부장터가 인근에 마련되어 있고, 순천 시내에서 차량으로 15~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가벼운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특히 최근에는 차박 여행지로 입소문이 나며, 조용하고 뷰 좋은 차박 명소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화포해변의 진짜 매력은 이른 아침에 드러난다. 붉게 물든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 수면 위로 반사되는 햇살과 안개 낀 수평선은 마치 동양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일부러 새벽부터 차를 몰고 오는 여행자도 많다.
겨울이 되면 해변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수십 마리의 철새 떼가 물 위를 유영하고, 때로는 일제히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는다. 흑두루미나 저어새 같은 멸종위기 철새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기에,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장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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