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신형 에스컬레이드 ESV..퍼스트 클래스가 2열로 들어왔다

어메리칸 풀사이즈 SUV를 대표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부분변경 모델을 시승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초대형 SUV 시장에서 국내는 물론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1998년 1세대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 누적 판매가 무려 100만대 이상이라고 하니 그 크기와 가격을 생각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오늘 시승하는 모델은 5세대 부분변경이다. 2020년 출시된 5세대 모델에 최신 트렌드를 대폭 반영해 풀체인지급 변화를 보인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시승에 나섰다.

시승차는 소위 '롱바디'라고 불리는 ESV 모델이다. 전장은 무려 5790mm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에서 대형 SUV로 분류되는 팰리세이드의 전장이 5060mm이고 국산차 중 전장이 길기로 소문난 카니발 전장이 5155mm인 것과 비교해보면 에스컬레이드 ESV 전장이 비교불가 할 정도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국내에서 2가지로 분류된다. 5410mm의 전장을 가진 일반 모델과 롱바디 ESV 이렇게 2가지이다. 여기서 다시 스포츠 플래티넘과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2가지 중 선택이 가능하다. 성능과 옵션상의 차이는 거의 없고, 그릴과 서라운드 그릴 라이팅, 휠디자인 정도만 차별화했다.

실제 차량을 마주하니 압도적인 크기가 실감이 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전장도 길지만 전폭 또한 2060mm로 2m가 넘는다. 국내 아파트 주차장 기준 2m가 넘으면 주차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간다. 실제 구입을 원한다면 넉넉한 주차공간 확보가 필수다.

거기에 바디 온 프레임 타입으로 전고 또한 1930mm에 달한다. 전면부가 수직으로 서 있어 더욱더 차체가 커 보인다.

일단 전면부 인상이 상당히 달라졌다. 원래 수평형 헤드 램프를 적용해 단정한 인상을 주었지만 수직형 데이라이트가 있던 자리에 헤드 램프를 통합했다. 기존 헤드 램프가 있던 자리는 굉장히 얇아진 상단 라이트 바가 위치한다.

보통 분리형 헤드램프를 장착한 차량들은 이 부분에 데이라이트와 턴 시그널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에스컬레이드 상단 라이트바는 끝 부분에만 데이라이트와 턴 시그널이 연결돼 점등된다.

헤드램프는 여러 개의 마이크로 렌즈가 수직으로 적층된 구조다. 웰컴 라이트 기능이 켜지면 하단 렌즈부터 하나씩 점등된다. 리릭에 달린 것과 같은 형식의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되었다.

그릴 또한 화려해졌다.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는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서라운드 그릴 라이팅이 그릴 테두리 옆면과 하단부, 로고 테두리 라이팅까지 적용된다.

점등 시 야간에 존재감이 상당히 올라간다. BMW의 아이코닉 글로우와 비슷한 효과다. 그릴 디자인이 곧 브랜드를 상징하는 역사 깊은 차량에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다만 블랙 메시 그릴이 적용된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은 로고 테두리 라이팅만 적용된다. 그릴을 감싸는 서라운드 그릴 라이팅은 제외된다.

측면부는 부분변경이라 큰 차이가 없다. 기존 22인치 휠에서 24인치 휠로 변경되었다. 타이어 사이즈는 285 40R 24로 무려 24인치다. 휠 디자인만 스포츠는 7스포크, 플래티넘은 10스포크로 차이를 뒀다.

측면부에서 ESV 특징은 휠베이스를 336mm 늘렸다. 외관에서 봤을 때 뒷 도어가 뒷바퀴와 간섭 없이 일자로 내려오는 점이 특징이다. 후면부의 경우 기존에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 수직형 테일램프는 그대로 유지했다.

에스컬레이드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 그래픽만 일부 변경됐다. 1m가 넘는 블레이드 타입 테일램프가 멀리서 봐도 에스컬레이드 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트렁크는 기본 모델은 722리터다. 전체 폴딩 시 최대 3413리터까지 확장된다. ESV는 기본 1175리터에서 최대 4027리터까지 확장된다. 테일게이트가 큰 만큼 유리 부분만 따로 열 수 있는 기능도 적용해 간단한 짐을 넣을 때 편리하다.

전동 트렁크 버튼은 숨겨져 있다. 캐딜락 엠블럼 아래 부분을 누르면 열리고 닫힌다. 버튼 위치는 대부분 차량과 동일하다. 따로 도어를 잠그는 버튼은 적용되지 않았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인테리어 변화가 핵심이다. 먼저 차량에 탑승할 때 달라진 포인트가 있다. 바로 파워 오픈 클로즈 도어가 적용된 점이다. 쉽게 말해 전동식 자동문이다.


도어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열린다. 장애물이나 사람이 있으면 감지해 멈춘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도 적용해 편의성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2열 도어에도 이 기능이 달려있다.

센터 모니터 하단에 있는 개별 모니터로도 조작을 할 수 있다. 차체가 큰 만큼 도어의 크기나 두께도 상당하다. 자동 도어의 편리함은 물론이고 고급감도 물씬 풍기는 아이템이다. 또한 전동식 사이드 스텝도 기본 이다. 계단을 오르듯 쉽게 승차가 가능하다.

차를 타면 일단 55인치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압도한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모든 부분에서 스펙으로 압도하려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24인치 휠 사이즈도 그렇고 55인치 디스플레이도 다른 차량이 보여주지 못한 엄청난 스펙이다.

기존 38인치 OLED 디스플레이도 하이테크한 이미지였고 경쟁 차량과 비교해도 부족한 느낌은 아니었다. 무려 5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경쟁보다는 독보적인 위치로 가겠다는 전략이 보인다.

계기판과 센터 모니터가 연결돼 35인치 크기다. 화질은 8K로 상당히 고스펙이다. 동승석 모니터는 20인치인데 외관까지 매끈하게 연결해 총 55인치 사이즈를 자랑한다.

거기에 추가로 하단에 별도 모니터가 적용되어 있다. 여기서 파워 오픈 클로즈 도어 조작뿐 아니라 공조 조작도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하나에 많은 기능을 넣다 보면 메뉴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불편할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여러 개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그런 불편함을 줄인데다 실내 이미지도 고급화했다.

기어 방식도 컬럼식으로 크게 달라졌다. 기존 전자식 기어봉 타입으로 BMW가 오랫동안 써왔던 것과도 비슷했다. 조작감이 직관성은 좋았다. 요즘 추세는 센터콘솔부를 확장해 다양한 수납 공간을 마련하다. 이에 따라 컬럼식 전자 기어로 변경되었다.

컬럼 타입은 직관성이 뛰어난 장점이 도드라진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간편하게 조작이 가능해 상당히 편리하다. 기자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전진은 당기면서 아래로, 후진은 당기면서 위로, 중립은 당기고 있으면 된다. 파킹은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된다.

센터 콘솔부에 기어봉이 사라져 넉넉한 공간이 새로 생겼다. 앞쪽에 터치패널, 컵홀더와 미디어 컨트롤러에 수납함까지 추가로 마련했다.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은 스피커가 무려 36개다. ESV는 여기에 4개가 추가되어 총 40개 스피커가 적용된다.풍부한 음량에 압도당한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에스컬레이드 특유의 V8기통 엔진을 깨워 주행에 나섰다. 바디 온 프레임 타입이라 우선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높다. 대부분의 차량을 내려다보면서 운전하는 느낌이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인테리어가 풀체인지급으로 변경된 것과 달리 엔진은 그대로다. V8기통 6.2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토크는 63.6kg.m를 발휘한다. 경쟁 차량 중 하나인 링컨 내비게이터가 3.5리터 트윈 터보로 다운사이징 한 것과 달리 대배기량 V8기통 엔진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에스컬레이드의 특징이자 차별점이다.

대배기량 엔진답게 낮은 알피엠부터 최대 토크가 쏟아진다.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와 도심에서도 2.9톤이 넘는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반박자 늦게 토크가 쏟아져 나오는 터보랙 자체가 없어 저속에서 운전하기가 상당히 편하다.

V8기통 엔진의 또 다른 장점은 두툼한 사운드다. 풀 가속이 아니더라도 운행 중 재가속을 위해 악셀에 힘을 살짝 주면 '으르렁거리는 듣기 좋은 사운드가 바로 재생된다. 최신 전기차들에 유행인 가상 사운드가 아닌 다기통 엔진이 직접 연주하는 감성은 8기통 엔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5.9km가 나온다. 6.2리터 배기량과 2.9톤의 무게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수치다. 다만 시내 주행 환경이 많다면 유류비가 엄청날 것은 미뤄 짐작이 가능하다.

고속 인증 연비는 리터당 7.1km이다. 말 그대로 평균적인 인증 수치이다. 100km 내외로 항속 운행을 할 경우 10km대 연비도 가능하다. 그 이유는 80~100km구간에서 타력 주행을 하면 10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돼 1500rpm이하의 낮은 회전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적용되어 주행 환경에 따라 일부 기통만 가동해 효율을 극대화 한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길이 5.7m에 무게가 2.9톤이 넘는다. 바디 온 프레임 타입 SUV라 전고까지 상당하다. 물리적으로 연비나 승차감에 불리한 차체다. 승차감을 보완하기 위해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4.0이 적용됐다. 다양한 노면에서 상당히 부드럽게 주행이 가능하다.

4바퀴 모두에 적용된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함께 거대한 차체의 무게와 24인치의 휠이 주는 부담을 제대로 덜어낸다. 드라이브 모드는 5가지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시 어댑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차체를 낮춰준다. 엑셀은 더욱 기민하게 바뀐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모드는 투어 모드이다. 그 외 오프로드, 견인 모드가 있으며 커스텀 모드가 있다. 스티어링, 서스펜션 감도, 액셀 감도 등을 각각 설정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는 2.9톤이 넘는 무게를 깔끔하게 세워준다. 브레이크 감각이 리니어 해서 밟는 만큼 제동이 이루어진다. 초기 반응이 예민하지 않아 처음 차량을 타면 브레이크가 약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적응이 되면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ADAS 수준은 평이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사용 시 감속은 부드럽게 이루어지는데 업계 평균 수준이다. 가격을 감안하면 뭔가 더 특별한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바로 북미에서 적용 중인 슈퍼 크루즈다.

국내 사양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슈퍼 크루즈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인 프로비전은 이번 신형 에스컬레이드에 이미 탑재되어 있다. 캐딜락코리아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증을 신청한 상태라 빠르면 수개월 내에 국내에 슈퍼 크루즈 도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ADAS 기능은 국산차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제한 속도 인식을 통한 감속 등에서는 국산차보다 오히려 뒤진 부분이 많아 슈퍼 크루즈의 빠른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에도 특화 기능이었던 나이트 비전도 적용되어 있다. 야간 시인성을 올려주는 기능이다.

시승 당일 비가 많이 내렸다. 고속 주행이나 과격한 테스트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에스컬레이드 차량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충분했다. 가족이나 VIP를 태우고 장거리 출장, 여행 등에 이용할 때 에스컬레이드의 장점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새로 적용된 이그젝큐티브 시트의 장점을 알아보기 위해 2열에 앉았다. 2열 시트는 독립식으로 14방향 전동 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 고정형 센터 콘솔에 센터 모니터가 별도로 적용된다.

마사지, 메모리, 파워 오픈 클로즈 도어, 공조 등 대부분 기능을 쉽게 컨트롤이 가능했다. 팝업식 테이블과 1열 센터 콘솔엔 냉장 기능도 달려 있다. 원하는 작업이나 휴식 모두 가능한 공간이었다.

직접 운전을 하는 입장이라면 5.4m 전장을 갖춘 일반형 모델이 더 적합할 수 있겠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좋은 반응을 얻어 이미 초기 물량이 완판됐다. 일반형 트림은 1억 6607만원, ESV 모델은 1악8807만원이다.

한 줄 평

장 점 : 파워 도어와 2열 이그젝큐티브 시트 최고! 1, 2열 편의성이 엄청 좋아졌다

단점 : 거대한 차체에 걸맞는 슈퍼 크루즈가 도입돼야..주차장 공간 확보는 필수

송문철 에디터 mc.song@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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