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 마지막 ‘보루’ 에어매트 있어도 ‘무용지물’, 건물 완강기 ‘사용법 몰라’

조회 762024. 8. 25.
현장별로 다른 에어매트 운용 방식…소방, "화마 속 인명 구조가 1순위"
소방 매트 운용 숙지 안되고, 시민들 대부분 완강기 사용법 몰라
전문가, 재난 안전 수칙과 더불어 피난 장비 사용법 교육 필요성
경기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 7명 중 2명이 7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지자 에어매트의 기능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화재 현장에서 남녀 투숙객이 추락 한 뒤 뒤집혀 있는 에어매트. /연합뉴스

경기 부천 한 호텔에서 불이 나 19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는 마지막 보루인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나 완강기가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집중하느라 에어매트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고, 시민들은 에어매트와 완강기의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부천참사에서도 호텔 객실 내부에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용되지 못했고, 에어매트로 떨어졌음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평상시 마지막 피난 장비 등에 대한 운용 및 교육,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지만, 매트가 뒤집히면서 2명 모두 숨졌다. 매트를 잡아주거나 고정하는 소방관들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해당 호텔에는 객실마다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숙객들은 대피 당시 완강기 등을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해 구비하고 있는 에어매트는 51개로 이 매트의 사용은 출동 당시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적용된다.

특히 현재 소방관들은 매트에 공기를 넣는 설치교육만 할 뿐, 정기적인 운용 훈련 등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이유로 화재 등 재난 발생시 고가사다리차나 구조대원 등이 투입돼 사전에 인명을 구하는 우리나라의 신속한 구조 문화가 만일의 상황 속 에어매트가 있어도 사용되지 못하는 현재를 야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소방본부 소속 한 119구조대원은 “에어매트 사용에 대한 훈련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하고 있지는 않다”며 “에어매트의 사용법은 현장에 따라 모두 사용방식이 다르다. 에어매트를 소방관들이 붙잡고 있을시에 추락자에게 소방관이 부딪혀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대비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화재현장에서는 아직 화마 속에 있는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 우선순위 1번이다. 대부분의 소방인력이 구조작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에어매트를 따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에어매트에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우선 소방관 지시에 따르고, 용기를 내 매트 중앙에 가깝게 안착할 수 있도록 멀리 뛰는 게 중요하며, 이를 평상시 숙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편적으로 설치만 된 완강기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완강기는 층마다 최소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호텔과 공동주택 등 소방대상물 3층부터 10층이 그 대상이다.

특히 숙박시설의 경우 객실마다 추가로 완강기를 설치하거나 2개 이상의 간이 완강기를 구비해야 한다.

문제는 완강기의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더러 있고, 사용법이 숙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난 발생 시 원활한 사용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전주시 효자동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난 김모 씨(36)는 "건물에 완강기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른다"며, "긴급 상황이 온다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완강기 사용법은 간단하다.

우선 완강기 함 안의 구성품을 확인한 뒤 완강기를 꺼낸다. 지지대에 완강기 고리를 걸고 잠근다. 지지대를 창 바깥쪽으로 밀고 줄을 던진다. 가슴 벨트를 가슴 높이까지 걸고 자신의 가슴 둘레만큼 조인다. 이후 바깥으로 탈출해 벽면에 손을 지지하며 내려가면 된다.

현재 임실에 위치한 전북소방본부 119안전체험관에서 완강기 등 피난장비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층건물의 관리자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통해 시민들이 비상시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완강기와 공기안전매트 등 피난 장비를 사용법과 재난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한 안전수칙을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이 교육들이 어디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홍보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재 기자

#전북 #부천 #화재 #전북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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