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딩 도어 전기 미니밴 등장
‘아빠차’ 시장 판 흔들릴까
지커, 전기차 3종 국내 진출

전통적인 ‘국민 아빠차’ 기아 카니발의 독주 체제에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전기 미니밴 ‘믹스(MIX)’의 국내 출시를 본격 준비하면서,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국내 미니밴 시장 구도에 변화가 예고됐다.
기존 차량과는 전혀 다른 도어 구조와 전동화 기술을 앞세운 지커 믹스는, 전기 미니밴 시장의 ‘첫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미니밴 공식 깨는 ‘지커 믹스’
국내 도로에서 위장막을 쓴 채 목격된 지커 믹스는 차량 측면이 통째로 열리는 B필러리스(B-pillarless)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겼다.
전통적인 미니밴들이 채택해온 구조적 안정성과는 결을 달리하는 이 방식은, 양쪽 문이 동시에 열리며 차량 내부를 ‘라운지’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거나 캠핑 장비 등 부피가 큰 짐을 싣는 데에 있어 탁월한 실용성을 제공하며, ‘패밀리카’라는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활용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전장은 4888mm로 카니발보다 짧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SEA 아키텍처)을 기반으로 설계돼 휠베이스가 3008mm에 달한다. 이를 통해 실내 공간은 오히려 더욱 넉넉하게 확보됐다.
국내 전기 미니밴 시장 ‘공백’ 파고든다
지커 믹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국산 브랜드들이 아직 전기 미니밴을 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카니발은 하이브리드 모델까지만 출시된 상태이며 현대차 스타리아 전기차는 내년 출시 예정이다. 전기 미니밴 시장의 ‘1호차’ 자리를 두고 국산 브랜드들이 주저하는 사이, 지커가 먼저 칼을 빼든 셈이다.

지커 믹스는 NCM 배터리 102kWh를 탑재해 중국 CLTC 기준 최대 702km, 국내 기준으로는 약 500km 내외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800V 급속 충전 시스템도 탑재돼, 7~10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하거나 배터리 용량의 70~80%를 채울 수 있다.
최고출력은 310kW(약 421마력), 최대토크는 600Nm 수준으로, 정숙성과 주행 안정성은 물론이고 동력 성능 면에서도 기존 내연기관 미니밴과는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1열 시트는 최대 270도까지 회전 가능해, 차량 내부를 거실처럼 활용할 수 있는 구성도 눈에 띈다.
현대차, 믹스 분해해 분석

지커 믹스의 완성도는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내부 품평회를 열고 믹스 차량을 직접 분해해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한 연구개발 인력들은 배터리 구조, 차체 설계, 내장재 품질 등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커의 모기업인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의 모회사로, 유럽식 품질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성도에 신뢰를 더한다.
“중국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 극복할 과제
하지만 지커 믹스가 넘어야 할 벽도 분명하다. 국내 패밀리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안전’에서, B필러가 없는 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브랜드 신뢰도 문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지커코리아는 A/S 네트워크 구축, 품질 보증 확대, 배터리 안정성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도 관심사다. 지커 믹스의 중국 판매가는 27만 9900위안(약 5650만 원)부터 시작하며 국내 출시 시 관세 등을 감안할 경우 6000만 원대 초중반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상위 트림과 겹치는 수준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검증된 국산차’와 ‘새로운 전기차’ 사이의 고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