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끝에 설산의 감동을 느끼다, 등산 애호가 함수현 인터뷰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끝내 도전해, 설산의 절경을 맛본다. 등산 애호가 함수현 씨는 설산을 오르며 느끼는 성취감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등산을 즐기게 된 계기는?
20대 초반까지는 볼링이나 헬스 같은 가벼운 운동만 즐겼다. 26살쯤, 집 앞에서 보이던 북한산에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등산로 입구로 향했다.
당시에는 등산 코스를 전혀 몰라 등산객들에게 물어물어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백운대 정상까지 가게 됐다. 처음 북한산 정상에 오른 성취감이 너무 좋았다. 이후 자연스럽게 북한산의 다른 코스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등산에 빠져들게 됐다.
처음 설산에 오르게 된 계기는?
첫 겨울산은 소백산이었다. 함께 등산하던 지인들이 "겨울 소백산이 최고다"라며, 등산을 시작했으면 겨울 소백산은 꼭 가야 한다고 추천했다. 그 말에 혹해서 지인들과 소백산에 갔는데, 코스가 하필 소백산 종주(죽령~구인사) 코스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갔다가, 겨울 새벽부터 시작된 등산에 해질 때까지 추위와 뼈를 때리는 눈바람 속에서 산행을 이어갔다. 당시에는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 경험 덕분에 설산에 오르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산복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를 철저히 배우게 됐다. 당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해, 아직까지도 소백산은 가지 않는다.(웃음)
일반적인 등산과 설산 등산은 어떤 점이 다른가?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장 큰 차이점은 배낭 무게다. 겨울 설산 등산은 준비해야 할 물품이 많다. 아이젠이나 스패츠, 스틱 같은 장비부터 보온병, 행동식, 보온 의류, 장갑, 모자까지 챙겨야 하다 보니 배낭 크기가 커지고 무게도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더 늘어난다.
설산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눈으로 덮인 산을 걸으며 얻는 마음의 평온함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하얀 눈을 보면 일하며 쌓였던 복잡한 마음이 가라앉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함께 간 일행들과 눈싸움을 하거나 작은 휴대용 썰매를 챙겨 선자령이나 운탄고도에서 썰매를 타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른 계절의 등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설산 등산 시 가장 어려운 점은?
시간과 코스 조절이다. 예전에 계방산 설산 산행을 갔을 때, 추운 날씨 때문에 해가 뜬 후에 출발했다. 하지만 정상을 지나 하산할 무렵, 오후 4~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두워지니 등로가 잘 보이지 않아 마음이 급해졌고, 헤드렌턴도 챙기지 않아 핸드폰 손전등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그래서 겨울 설산 산행에서는 무리하지 않는 코스를 선택하고, 시간 계산을 철저히 해 하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설산이 있다면?
태백산과 선자령을 추천한다. 태백산은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정상까지 가는 코스도 길지 않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선자령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 날씨를 잘 선택해야 하지만, 눈 쌓인 광활한 능선과 풍력발전기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설산을 하산한 후에, 기억에 남는 산 근처 맛집이 있었나?
겨울 설악산을 다녀온 후 속초로 나오면서 들른 '화진호 이선장네'라는 식당이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망치탕'을 먹어봤다. 산에서 얼었던 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르르 풀리는 듯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택시기사님의 추천으로 간 식당이었다. 망치라는 물고기가 뭔지 몰랐는데, 맑은 국물과 물컹거리는 식감의 생선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마주한 음식 비주얼에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한 입 먹고는 그 맛에 반해 국물까지 모두 비우고 나왔다.(웃음)
설산 등반 입문 희망자를 위해, 나만의 팁을 알려주자면?
겨울 설산은 절대 혼자 가지 말고 최소 2명 이상 함께 다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산행 커뮤니티가 활발해 함께 산행할 사람을 찾기가 쉬워졌다. 이들 중에는 산을 정말 좋아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 커뮤니티를 활용하거나, 주변의 친한 지인들과 함께 설산을 경험하는 것이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국내 다양한 산을 다니며 깊은 산의 모습을 더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암벽과 빙벽 등반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실력은 초보 수준이지만, 일반 등산로가 아닌 등반 허가를 받아야만 갈 수 있는 구간을 경험해보았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배우고 익혀 산의 다양한 모습을 직접 만나러 다니고 싶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2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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