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스페인에 ‘8시간 동안 1년치’ 폭우…최소 95명 사망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동부 도시 발렌시아에서 주민들이 홍수로 파손된 자동차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스페인 남동부에 쏟아진 폭우로 마을이 강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해 최소 95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30일(현지시각) 나왔다.

이날 에이피(AP) 통신 등은 지난 29일부터 스페인 말라가에서 발렌시아에 걸친 남동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현재까지 9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찰과 구조당국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집에 갇힌 사람들과 고무보트를 탄 이들을 구조하고 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지역은 발렌시아로, 구조 당국은 이곳에서 92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발렌시아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 2명, 남부 안달루시아에선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들이 있고, 피해자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다른 지역과 수색이 어려웠던 곳들에 대한 진입도 계속되면서 추가 희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앙헬 빅토르 토레스 영토 정책부 장관은 현재 비행기와 헬리콥터 등 324대를 동원해 대규모 구조 작전에 나섰으며, 군과 시민 경비대, 경찰 등 2천여명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구조 지휘 총괄을 위한 대응 위원회도 꾸린 상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구조대를 파견에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세다비 지역 산업단지에서 홍수로 인해 파손된 차량이 물에 잠겨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사흘간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 기간도 선포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는 이들을 위해, 스페인 전체가 여러분들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위로했다.

스페인에 내린 재앙적인 홍수는 지난 29일 밤 몇 시간 만에 약 300㎜에 달하는 비가 내리면서 발렌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당시 하루 동안 내린 비는 500㎜ 가량으로, 발렌시아에서 약 30㎞ 떨어진 치바 마을에선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1년치 평년 강우량과 같았다고 스페인 기상청은 밝혔다.

이번 비로 일부 도로는 두꺼운 진흙층과 엉겨붙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고, 소셜미디어 상으론 다리가 무너지는 영상도 퍼졌다. 또 주택가 1층까지 비가 덮쳐 자동차를 쓸어 버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발렌시아 주민 크리스티나 비에나는 “차들은 모두 뒤집혔고,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됐다”며 “모든 것들이 버려질 준비가 된 채, 진흙은 거의 30㎝가 쌓였다”고 에이피 통신에 말했다.

스페인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는데, 그로 인해 건조해진 땅이 막대한 양의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폭우가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중해 기온이 극도로 높아진 가운데, 약 1만ｍ 고도에서 영하 75도의 매우 찬 공기가 지중해에서 온 뜨거운 공기 위로 하강하면서 강한 폭풍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유럽 폭풍 연구소(ESSL)의 피터 흐루네마이어르 소장은 더 따뜻해진 지중해 공기와 함께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이런 일이 전보다 훨씬 더 강한 강도로 일어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에서 파손된 철로를 따라 차량들이 잔해 속에 갇혀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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