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찍은 돈으로 회사 사더니…인수하자마자 시총 맞먹는 유상증자 폭탄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일 06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피피아이가 최근 최대주주가 바뀌자마자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주가가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200억 원이 채 안 되는 회사가 현재 주식 수만큼의 주식을 새로 발행해 135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 조달의 목적 중 하나는 채무 상환 자금 마련이다. 회사 빚을 갚는 데 주주에게 부담을 지운 모양새다. 주가에는 악재다.
피피아이의 경영권을 인수한 곳은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딥마인드플랫폼이다. 딥마인드 역시 올해 4월 주인이 바뀌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딥마인드에서 피피아이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주목한다. 딥마인드의 실소유주는 그간 수차례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김병진 메타플렉스 대표다. 김병진 대표->메타플렉스->딥마인드->피피아이 순으로 지배구조가 짜여져 있다.
김 대표는 상장사를 사들여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후 또 다른 상장사를 인수하고, 이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왔다. 올해 매각한 빌리언스(옛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와 경남제약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딥마인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CB를 찍어내 조달한 돈으로 피피아이를 인수하고, 피피아이 주주 대상 유상증자로 부채 상환에 나섰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피피아이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3거래일간 16% 떨어졌다. 피피아이는 앞서 25일 장 마감 후 135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신주 986만8409주를 발행하면 주식 수는 두 배가 된다. 피피아이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절반이 넘는 75억 원을 채무 상환에 쓴다고 밝혔다. 피피아이가 상반기 말 기준 보유한 대출잔액 68억 원 중 김진봉 전 최대주주가 지급 보증을 선 32억 원을 갚는 데 쓰는 것이다.
신주 발행 예정 가격은 137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전날 종가(2280원) 대비로는 40% 낮은 가격이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대체로 악재로 인식된다. 피피아이 주가는 26~27일 이틀간 14% 떨어진 데 이어 30일에도 2% 하락해 1886원으로 마감했다. 30일 종가 기준 시총은 186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피피아이는 유상증자에 앞서 김병진 대표 측이 경영권을 쥐자마자 40억 원 규모 CB(2회차)를 발행했다. 김 대표의 개인 회사인 스페이셜인베스트먼트와 김 대표의 형인 김호선 감성코퍼레이션 대표가 각각 20억 원씩 납입했다. 해당 CB의 보통주 전환가액은 1981원이지만 주가 하락에 대비해 전환가액은 최저 500원으로 조정된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피피아이는 최대주주 변경 후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를 기존 1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올리도록 정관을 변경했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 측은 딥마인드의 피피아이 인수 자금도 CB 발행으로 일부를 조달했다. 딥마인드가 상상인저축은행을 대상으로 60억 원 규모 CB를 발행해 인수 자금으로 썼다. 피피아이 유상증자 주관사는 상상인증권이 맡았다.
딥마인드와 피피아이 모두 김병진 대표 체제에서 신사업으로 드론(무인항공기)을 선택했다. 딥마인드는 7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정하며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드론 제조업 등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8월 무인이동체 관제 플랫폼 기업 클로버스튜디오와 인공지능(AI) 드론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차량용 블랙박스 원천기술을 드론 사업에 활용한다는 게 딥마인드 측 설명이다. 한데 딥마인드는 상반기 기준 매출의 60%를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거뒀고 블랙박스가 포함된 스마트카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8%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적자 상태에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확실치 않은 신사업 추진에 의구심을 표한다. 6월 말 기준 피피아이는 부분자본잠식에 빠졌고 딥마인드는 결손금이 759억 원에 달한다. 딥마인드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직후인 5월 4600원대까지 올랐다가 24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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