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헬기’라 불리는 CH-47F 시누크(Chinook)에 약 6,619억 원(4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1960년대 초 등장한 시누크는 독특한 외형으로 악명 높지만, 지난 60여 년간 미군과 약 20개 동맹국의 중대형 수송 임무를 책임져온 헬리콥터다.
A-10 ‘워트호그’ 공격기처럼 외형은 투박하지만, 시누크의 구조적 완성도는 여전히 높다. 다만, 1960년대 이후 큰 변화 없이 운용돼온 만큼, 현대전에 맞는 개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2018년 보잉에 개량형 ‘CH-47F 블록 II’ 개발을 맡겼고, 보잉은 최근 추가 생산 계약을 따냈다.

블록 II 개량은 기체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 우선 동력계와 연료 시스템, 동체 강성, 탑재 능력 등이 모두 개선됐다. 시누크는 기존과 동일한 라이커밍(현 허니웰) T55 터보샤프트 엔진 두 기를 탑재하지만, 개량 후 출력이 소폭 상승해 엔진당 약 4,777마력으로 향상됐다. 이에 따라 최대 적재 중량은 1만 2,565㎏으로 늘었고, 총 이륙 중량은 2만 4,494㎏으로 1,814㎏가량 증가했다.
최대 속도는 시속 302㎞, 항속거리는 약 306㎞에 이르며, 6,096m 상공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이는 동급 헬리콥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보잉은 기체 구조 강화와 연료 시스템 효율 개선, 신형 로터 시스템 도입으로 유지비를 낮추고 돌발 정비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조종석은 완전 디지털화됐다. 통합형 조종 관리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공중급유 지원 장비와 연장형 연료탱크도 선택 사양으로 제공된다.
보잉은 지난해 여름 첫 번째 블록 II 시누크를 미 육군에 인도했으며, 현재까지 총 6대가 실전 평가 중이다. 이번 계약으로 추가 9대가 생산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총 제작 대수는 18대로 늘어난다. 미 육군은 향후 465대의 기존 시누크를 모두 블록 II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보잉은 블록 II를 “동급에서 가장 진보된 중대형 수송 헬기”로 정의하며, 최소 40년 이상 추가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누크가 2060년대까지 현역으로 남게 된다는 의미로, B-52 전략폭격기에 이어 100년 이상 실전 배치되는 두 번째 항공기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시누크의 임무 범위는 기존과 동일하다. 병력과 화물을 수송하고, 수색·구조, 인명 후송, 재난 구호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또한, 특수작전 지원도 가능하다.

특히 시누크는 꼬리 로터가 없는 독특한 구조 덕분에, 좁은 지역에서도 후방 착륙이 가능하다. 절벽이나 건물 옥상 같은 제한된 공간에 후방 랜딩기어만 내리고 전방을 띄운 채 물자나 병력을 싣는 ‘피너클 착륙(pinnacle landing)’을 수행할 수 있어, 산악 지형이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탁월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보잉은 업그레이드 완료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현 속도로 볼 때 전체 개량 작업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누크는 여전히 미군 중대형 헬리콥터 전력의 핵심이며, ‘못생겼지만 믿음직한 헬기’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박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