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심각성 몰라… ‘선 넘은 장난’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가해 이유 65%가 “재미있어서”, 전문가 “낮은 성범죄 인식 반영”
‘딥페이크 성범죄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청소년’, ‘청소년 성범죄자 급증’. 연일 청소년 성범죄가 화두가 된다. 아름답다고 배웠던 성이 무너졌다. 그 붕괴가 가장 빠르게 닥쳐온 곳은 미지의 것으로 막연히 성을 대하던 청소년의 세상이었다. 물어야 했다. 너희가 생각하는 성이 무엇인지, 너희의 성은 어디에 어떻게 지어져 있는지.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진실. 한번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 다시 쌓아 올려야 할 현실. 지금부터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이야기한다. 편집자주
① 놀이가 된 성범죄
경기지역 청소년 10명 중 7명 이상이 성적인 욕설 등 성희롱을, 10명 중 4명은 옷을 벗기거나 들추는 성추행을 당한 직·간접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또래에게 성범죄 행위를 한 이들 대부분이 재미를 위한 장난으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알파팀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도내 중고등학생 413명을 대상으로 ‘성 인식 실태조사’를 실시 한 결과, 76.8%인 317명은 성적인 욕설이나 혐오 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부모나 가족 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으로, 330명(79.9%)이 관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성적인 문자나 음란물 수신’은 176명(42.6%), ‘성관계나 자위 흉내’는 174명(42.1%), 성기 노출은 86명(20.8%)이 직간접적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신체에 직접적 접촉으로 이어진 성추행 경험 역시 평균 약 30%를 육박했다.
‘옷을 들추거나 벗기는 행동’에 대한 피해 경험이 39.2%(162명)로 나타났고, ‘가슴이나 성기 등 신체를 만지는 행동’이 27.6%(114명)였다. ‘나의 신체를 동의없이 촬영’하는 피해를 직간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17.2%(71명)였고, ‘강제적 성관계’ 피해를 당하거나 피해 사실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6.1%(25명)나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청소년들은 부모나 교사 등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기 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하거나 친구 등 또래와 이야기를 나눴다. 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뒤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지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답변자의 62.4%는 ‘혼자 해결하거나 의논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이어 37.1%는 친구 등 또래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 4명 중 1명은 이 같은 성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가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102명 중 91명(89.2%, 복수응답 허용)은 친구 등 또래를 향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재미있어서’라는 응답이 64.7%(66명),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34.3%(35명),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25.5%(26명)로 나타났다.
송지선 군포 탁틴내일 사무국장은 “청소년에게 성이 하나의 놀이이자 도구이자 무기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성범죄에 대한 낮은 문제인식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배움의 부재가 키운… 무뎌진 ‘성 인지 감수성’
청소년이 성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놀이처럼 여기는 배경에는 어떤 행위가 성범죄인지, 어떤 행위를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알지도, 배우지도 못한 현실이 있었다. 특히 이른바 딥페이크 영상물인 불법 합성 영상물 등 비교적 최근 사회적 문제로 주목 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더 명확하게 범죄인지를 구분해 내지 못했다. 결국 이는 공교육 체계에서의 성교육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청소년 성범죄자 급증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는 얘기기도 하다.
■ 청소년 10명 중 4명, 직접 해야만 범죄라 인식
경기알파팀이 도내 청소년(만 13~18세) 413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은 청소년들이 직접 행위자이자 가해자가 돼 특정 행동을 한 경우에만 이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공개된 사진을 합성하고 이를 친구와 공유하거나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가 범죄인지를 묻는 질문에 79.9%(330명)가 범죄라고 답했다. ‘범죄는 아니지만 문제행동이다’가 9.0%(37명), ‘잘 모르겠다’ 6.1%(25명), ‘문제없다’ 2.7%(11명), ‘당사자가 모른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1.9%(8명)로 범죄가 아니라는 응답은 20.1%에 그쳤다.
반면 다른 사람의 사진을 합성하고 이를 혼자 갖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가 아니라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합성물을 혼자 갖고 있는 행동이 범죄라는 응답은 66.3%(274명)로 줄어든 반면 ‘범죄는 아니지만 문제행동이다 ’가 21.1%(87명), ‘잘 모르겠다’ 7.0%(29명), ‘문제없다’ 3.4%(14명), ‘당사자가 모른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1.9%(8명)로 범죄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은 33.7%로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합성물에 대한 인식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누군가 공유해준 합성물을 혼자 갖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약 42%가 범죄가 아니라고 본 반면 이를 재공유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범죄라는 응답이 약 80%로 늘어났다.
‘공유받은 합성 제작물을 혼자 갖고 있는 행위’에 대해 ‘범죄다’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57.6%(238명)였고, ‘범죄는 아니지만 문제행동이다’는 25.2%(104명), ‘잘 모르겠다’ 11.9%(49명), ‘문제없다’ 2.9%(12명), ‘당사자가 모른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2.2%(9명)로 나타났다.
반면 이를 재공유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범죄다’라는 응답이 79.9%(330명)에 달했고, ‘범죄는 아니지만 문제행동이다'가 9.4%(39명), ‘잘 모르겠다’ 6.5%(27명), ‘문제없다’ 2.4%(10명), ‘당사자가 모른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1.5%(6명)로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은 20.1%에 그쳤다.
■ 청소년 대부분 “범죄 같지만, 어떤 범죄인지 몰라”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범죄 관련 인식이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건 자신의 행동이 어떤 범죄인지를 모르는 인식도 한 몫 했다. 학교 생활에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대표적인 영상물 관련 범죄 상황을 가정해 해당 행위가 어떤 범죄인지 묻는 주관식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낸 건 413명 중 단 3명에 그쳤다.
친구 몰래 친구의 얼굴, 몸, 다리 등 신체사진을 찍는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묻는 질문에 모른다는 응답이 67.8%(280명)에 달했다. 또 ▲남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이나 영상물을 혼자 갖고 있는 행위 ▲몰래 찍은 사진이나 영상물을 다른 사람과 돌려보는 행위 ▲몰래 찍은 사진이나 영상물을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 등에 대해 평균 70% 가량의 청소년이 범죄라고 인식하면서도 어떤 범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각각 77.7%(321명), 72.9%(301명), 70.9%(293명)가 모른다고 답했다.
이 같은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모르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청소년들은 ‘교육 받은 적 없다’를 택했다. 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돌려보는 행위가 어떤 범죄인지 알지 못했던 청소년 319명은 그 이유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125명, 39.2%),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53명, 16.6%)을 택해 절반 이상이 배움의 부재를 꼽았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성범죄가 될 수 있는 행위에 무감각해진 이유로 친구와 유튜브를 지목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여전히 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친구나 SNS, 유튜브 등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교나 일상 공간 등에서 성희롱 발언 등에 무감각해진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친구 등 또래(281명, 68.0%) ▲유튜브 콘텐츠(142명, 34.4%) ▲SNS(139명, 33.7%) ▲음란물(132명, 32.0%)을 차례로 지목했다.
반면 ‘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라는 물음(복수응답 허용)에 청소년 39.0%(161명)는 ‘친구, 선후배’를 꼽았고, ‘SNS’ 23.2%(96명), ‘포털사이트(네이버, 구글, 다음 등)’ 및 ‘유튜브, 개인 방송’ 각각 15.7%(65명)로 스스로 성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만들었다 생각한 채널을 통해 성 관련 정보와 지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번 경기지역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는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를 위탁 운영 중인 군포탁틴내일의 자문을 받아 9월27일부터 10월7일까지 고등학생 102명(남 53명, 여 49명), 중학생 311명(남 138명, 여 173명) 등 4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졌습니다. 이번 조사는 학부모 단체 및 교육지원청, 각급 학교의 협조를 받아 도내 청소년에게 배포했으며, 대상이 청소년인 점을 고려, 답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평균 미응답률은 1~3%입니다.
● 관련기사 : 소중한 性장기… ‘디지털 네이티브’ 맞춤 교육 절실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20580280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중국, 8일부터 한국에 무비자 시범 운영...내년 말까지
- 윤 대통령 "스페인 폭우 희생자 애도…조속한 복구 기원"
- [영상] 희망을 길어낸 여자들, 영화 '열 개의 우물' [핫플체크 EP.29]
- 이재명 “대통령실이 ‘문제 없다’고 하는 게 더 큰 문제”
- 경기도 업체 뇌물 수수 혐의 이화영측, ‘국민참여재판’ 신청
- 인하대, 개교 70주년 맞아 하와이 한인 묘지 참배
- 박용철 강화군수, 총선 불법 선거운동 혐의 첫 재판…혐의 부인
- 니혼히단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한국원폭피해자 참석 [원폭피해, 그후]
- 임태희 "조두순 이사로 학부모들 걱정... 24시간 철통감시"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학생과 지역주민 함께 즐기는 미래형 운동장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