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부정대출 '방관' 의혹 임종룡…前사외이사 "금감원 너무 지나쳐"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손에 든 것이 망치밖에 없다면 모든 일을 못을 때리는 것처럼 다룬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동을 비유하기에 적합한 표현이라고 본다."
전 우리금융 사외이사 A 씨는 19일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손태승 사태'와 관련해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겨냥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고강도 조사를 작심 비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간 압수수색이 이어진 가운데 A 씨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임 회장 등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 검찰 조사의 발단이 됐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이 원장이 검사 시절 중범죄자를 심문하던 방식으로 우리금융 인사들을 몰아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특히 "행장이나 회장이 직접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내가 볼 때 지나친 일"이라며 "금감원 실무진 차원에서는 (부정대출과 관련해) 이전부터 이미 공유됐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손태승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는 물론 회장과 은행장 사무실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검찰 조사 결과 임 회장에게도 이번 사태를 방관한 혐의가 적용된다면 피의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당국이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권 내부통제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시기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실패를 '일벌백계'할 여지도 있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관측이다.
검찰은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한 직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이 원장이 현 우리금융 경영진을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적시한 근거와 동일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지난해 12월, 임 회장은 지난 3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작동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태승 사태'는 올해 8월25일 금감원의 '우리은행의 전직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 추가 사실관계 등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처음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처남 김 모 씨에게 총 616억원의 대출 중 350억원을 부정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에서 70억~80억원 상당의 추가 불법대출 혐의도 파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이번 일로 행장이나 회장을 사법적으로 처분하겠다고 금감원이 나서 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 일"이라며 "(조 행장) 연임과 관련해서는 결국 이사들이 판단할 문제이나 당국의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뿐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거나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당국이 선을 넘었다고 보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임 회장과 조 행장은 정상출근했으며 내부적으로도 특별한 움직임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의 처분을 우선 따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금융은 이번 일과 관련해 말을 줄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회장과 행장 모두 정상근무 중으로 뭐라 말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추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성실하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경영진의 압수수색 이후 동태를 묻자 "(별도 행동이나 언급은 없고) 근무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최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