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상한 넘겨도 '교섭 중단'…발목 잡힌 국가핵심산업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4년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전삼노

삼성전자가 재개된 임금협상에서 이례적인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등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노조가 핵심사업인 반도체와 관련해 강경한 요구를 지속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공지에서 25~27일 진행된 임금협상 경과를 공유했다. 앞서 전영현 부회장이 공동투쟁본부와 면담한 후 교섭이 재개됐지만 결국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성과급 상한 넘긴 파격 제안…임금·복지 전방위 확대

회사 측은 최근 협상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기존보다 크게 완화된 조건을 내놓았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상한을 유지하던 기조에서 한 발 물러나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보상도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수준에 맞춰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여기에는 DS 부문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10%를 초과하는 재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인력 규모가 커 동일 비율을 적용할 경우 지급률이 낮아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또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경영성과가 이어질 경우 추가 특별보상을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만성적자를 겪고 있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임금인상률 역시 최근 3년 평균을 웃도는 6.2%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최대 5억원 대여, 직급별 급여 상한 상향, 출산축하금 확대, 일부 부문 자사주 지급, 복지 포인트 제공, 교대근무 보상 강화 등 다양한 복지확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제안에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노조는 성과급 규모보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 등 제도적 구조 변경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제도 개편 요구에 협상 결렬…반도체 경쟁력 우려 확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사진 제공=삼성전자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안도 일부 수정됐다. 초기에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해 부문과 사업부에 70대30 비율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후 재개된 협상에서는 재원을 10%로 낮추고 배분 비율을 부문 40%, 사업부 60%로 조정했다. 다만 적자 사업부에는 부문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화를 요구했다.

회사 측은 이런 방식이 도입될 경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기준에 따르면 기존 제도에서 약 47% 수준이던 성과급이 10%대 초반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동일한 조직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특별보상을 우선 적용하고 성과급 제도 개편은 추가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높은 보상을 받는 상황에서 제도 변경에 집중하며 협상을 중단한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특별보상이 실질적인 보상 확대와 거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자사주 형태로 지급되는 보상은 매도 제한이 있어 직원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는 "임금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가 기존 입장을 고지하고 있어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장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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