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인턴'의 최민식 배우를 만나다

영화 ‘인턴’은 런칭 3년 만에 패션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우투투의 CEO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성별도 살아온 궤적도 일머리도 다른 두 사람이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운다2015년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인턴’은 노신사 실버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을 기호로 각색하며 한국인만이 느낄 정서로 구축했다.
그래서일까. ‘인턴’은 마치 최민식 자체를 염두에 둔 영화 같다. 기호의 37년 경력과 배우 최민식이 경력이 같아, 최민식의 인생론처럼 느끼는 순간도 종종 찾아온다.7일 종로구의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맨 끝줄 소년’에 이어 젊은 세대와 함께 한 작업물에 만족감이 커 보였다.
무엇보다 ‘인턴’의 기호로 살면서 일상이 유연해졌다는 그는 ‘악마를 보았다’나 ‘카지노’처럼 작품의 정서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게 힘들지만 배우의 통과의례라며 베테랑 연기자의 프로의식을 고수했다.최민식은 개봉을 기다리는 마음을 두고 “설렘 반,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만감이 교차하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니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이려는 중이다”라며 “워너 브라더스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무산되었다가 부활한 영화가 ‘인턴’이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는 주저함이 없었지만 한번 엎어지니 망설여졌다”고 답했다. 이어 “강윤성 감독에서 김도영 감독으로 바꾸었다. 그 인연으로 ‘카지노’를 했으니, 새삼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라며 곱씹었다.무엇이 그토록 부담스러웠던 건지 물으니 “작품의 온전한 해석 보다 비교되는 숙명이다.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보면 좋겠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 연극, 소설, 영화, 드라마 모두 원작이 있고, 수없이 재해석 되는데, 무엇을 겁내나 싶더라”며“뒤집어 생각해 보면 간단한 문제였다. 한국 아저씨와 젊은 여성 CEO가 부딪히지만 화합하는 과정을 한국식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싶었다. 원작자보다 잘할 거란 경쟁의식이란 두려움이라면 거절했을 거다”라며 원작 못지않은 감동을 위해 디테일을 잡아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여전히 목마른 캐릭터 욕심과 인생 경험, 캐릭터 설정 등 솔직한 대화로 영화 속 유니콘 같은 기호를 현실에서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다.
한국식 각색의 차별점은요

-리메이크의 운명은 필할 수 없는 비교다. 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던 벤과 기호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원작의 향기가 남아 있겠지만 로버트 형님과 저는 몸도 말투도 다르니까 따라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 식의 해석과 차별화로 ‘한국 아저씨’를 강조했다. 원작의 벤은 손수건을 늘 구비하고 다니는 세련되고 젠틀한 신사의 표본이다. 한국 아저씨는 손수건 대신 눈물을 흘릴 때 쓰윽 티슈를 내민다. (웃음) 가장 큰 차별점으로 자식에게 말하는 것 같은 부모 감성을 녹여냈다. 어른들이 ‘내 딸 같아서 하는 말인데’라고 조언해 줄 때가 있잖나. 극 중 일본 술집에서 선우가 자기 잘못을 운운하며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저랑 김 감독만 알고 소희 씨는 몰라서 실제 표정이 담겼다. 기호가 갑자기 호통치니까 진짜로 놀라던데, 순간 당황하지 않고 또 울면서 맞받아쳐 주더라. (웃음)
-한국형 리메이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버지 같은 조언, 당 떨어지는 순간 오란다를 준비하는 점, 약과나 크림빵 설정도 한몫한다. 댄스파티 장면도 원작의 어머니 설정을 갑질 인플루언서로 바뀌면서 달라졌다. 우투투 식구들과 단합된 모습도 표현할 겸 차별점을 주었다. 사실 편집되어 아쉽지만 기호가 길냥이의 밥을 챙겨주는 장면도 있었다. 고양이가 연기를 아주 잘했다. (웃음)
-기호는 출판사에서 지도를 만들던 경력자지만 패션업계에서는 막내 인턴이다. 한참 어린 후배들과 경력자로 선 현장이 기호의 어색함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 같다. 특히 신조어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접근 방식의 차이점이 있었을까.
즐기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젊은 배우의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을 배웠다. 그 친구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잘 섞이려고 했다. 무거운 작품이나 말랑한 작품이나 임하는 자세는 같다. 항상 더듬이(레이더)를 세우고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인턴’에서는 그릇에 따라 달리지는 ‘물’이 되려고 노력했다. 한 해 두 해 갈수록 선배들과 작업보다 후배와 작업이 주를 이루는데 그들과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핸드 셰이크도 즉석에서 배웠다. 처음에는 잘 못했지만 기호가 직장 생활에 적응해 가듯, 후반으로 갈수록 죽이 잘 맞아서 캐릭터의 빌드업에도 도움 되었다. 신조어는 많이 배웠는데 다 까먹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언어도 시대와 더불어 변하는 것 같다.

-여성 감독의 작업 현장은 처음이다. 김도영 감독은 작업 현장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여성 감독을 내심 기대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그랬다. 김 감독은 배우 출신이라서 배우의 마음도 잘 이해한다. 넓은 마음으로 판을 깔아줘서 고마웠다. 물론 배우와 감독의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감독의 디렉팅에 배우의 거부반응은 금물이다. 감독도 원하는 게 있으면 말 못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좋은 작품의 만들어가는 모두의 목표기 때문에 군대처럼 계급장을 논하면 안 되는 거다. 그래도 의견 차이가 있다면 감독이 원하는 걸 보여주고, 내가 원하는 바를 드러낼 수는 있다. 김 감독에게는 제가 의지를 많이 했고 편안하게 작업했다.
-최근 ‘맨 끝줄 소년’에 이어 젊은 세대와 케미가 잦다. 한소희와 호흡은 어땠나.
처음부터 저는 붙박이였고 선우 역이 공석이었다. 누구보다 소희 씨가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했다. ‘이 작품에 목숨 걸었구나’ 생각했는데 해내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보였다. 욕심과 의욕으로 덤비는 데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겠나. (웃음) 특히 패셔너블한 젊은 여성 배우와 일할 기회가 흔치 않다. 세대 차이가 걱정되기도 했는데 먼저 다가와 주었고 쿨하고 명쾌했다. 특히 외형적인 조건이 어필되는 역할인 만큼 한국형 줄스가 탄생하겠구나 기대가 많이 되었다.
최민식의 최종 목표라면

-기호는 최민식과 닮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싱크로율과 없다면 배우고 싶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기호 같은 사람이 과연 현실에 있나 싶다. (웃음) 저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 잘 보이고 싶다고 말을 못 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꼰대가 스타트업에 들어갔다면 서로 변화는 이야기로 재해석하고 싶었는데 전반적인 공사가 커져서 무산되었다.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맡아온 강렬한 연기를 뒤로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본인에게도 악인, 범죄자의 잔혹하고 비열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 변신이지 싶다.
그 형님은 노년이지만 나는 여전히 청년이다. (웃음) 여전히 많은 나이도 적은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장르,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제야 조금 세상 돌아가는 원리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게 오히려 좋다.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달리 보는 것처럼, 배우의 눈과 가슴이 충분히 숙성되어 있을 때가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 나이의 배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써주셨으면 좋겠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노년 배우도 다양한 기회가 돌아오나 한국은 협소한 편이다.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려면 다양한 얼굴,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고, 나이 든 배우가 삶과 인물을 표현하는 맛도 깊어져서 유리하다. 저를 좀 자주, 많이 활용해 달라. (웃음)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롤모델이다. 배우로서 최종 목표가 있을지 궁금하다.
죽을 때까지 좋은 작품을 하는 거다. 여기서 좋은 작품이란 예술 영화에만 한정하는 게 아니다. 대중 상업 영화도 포함이다. 영화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있고,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영화도 있다.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하는 게 최종 목표다. 차기작은 결정된 게 없지만 ‘맨 끝줄 소년’ 같은 문학적 향기가 짙은 작품을 하고 싶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절에는 ‘장화홍련’같은 한국 설화의 재해석이 활발했지 않았나. 우리나라에서는 ‘오디세이’ 같은 신화를 현대적으로 해재석한 작품이 없나 아쉽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참여하고 싶은 작품도 많아지고 연기의 욕심도 커진다.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장혜령 기자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