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9위·0.5게임 차…그 팀 홈구장 앞에 시위 트럭이 섰다

2026년 6월 1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정문에 전광판 트럭 한 대가 멈춰 섰다. 트럭이 내보낸 메시지는 간결하고 직접적이었다. "돈 아끼고 성적 포기한 실리야구", "결과는 KBO 8연속 가을야구 탈락뿐이다", "팬들의 열정을 배신하지 마라", "유니폼 판매에만 혈안, 스포츠 구단이 유통업인가." 문구 하나하나가 수년간 누적된 불만의 집약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현재 10개 구단 중 9위, 최하위인 10위와의 격차는 불과 0.5게임에 불과하다. 거기에 5연패까지 겹쳤다. 올 시즌 사직야구장에서 트럭 시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달 전 잠실에서 LG 트윈스 투수 운용을 비판한 트럭 시위가 있었고, 이번엔 부산 팬들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단순한 연패 반응이 아니라,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적 의문을 제기하는 퍼포먼스다.

롯데 자이언츠는 KBO 리그에서 팬 규모와 충성도로 손꼽히는 구단이다. 사직야구장은 성적이 부진한 해에도 관중이 몰리고, 원정 경기장에서도 롯데 팬들의 응원 소리가 들릴 만큼 팬덤의 열기가 다르다. 그러나 그 충성도와 성적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롯데는 2018년 이후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단순히 꼴찌를 해온 것이 아니라, 시즌 초반마다 기대를 불어넣다가 중반 이후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팬들이 매년 "올해는 다르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어 놓고, 결국 같은 결말로 끝나는 구조가 반복되자 피로감이 임계치를 넘기 시작했다.

2025년에도 롯데는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 경쟁을 이어가다가 결국 가을야구 문턱에서 탈락했다. 2026년 시즌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6월 초 현재 9위, 최하위와의 차이가 0.5게임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순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실상 바닥권에 머물면서도 팀이 확실한 방향 전환의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팬들의 인식이다.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롯데는 5대 6으로 석패했다. 접전이었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5회에 내야수들의 실책이 연속으로 3개 나오며 실점했다. 한 이닝에 실책이 3개 쌓이는 장면은 집중력과 수비 완성도 양쪽 모두에 의문을 남긴다. 이 경기로 롯데의 연패는 5로 늘었다.

직전 한화전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반복됐다. 연장 접전 끝에 패했는데, 9회 무사 1·2루라는 끝내기 찬스에서 번트 실패가 나왔고, 10회에는 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했다. 당시에도 '디테일 없는 롯데'라는 평가가 팬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런 경기 내용이 쌓이면서 팬들의 불만은 "왜 지느냐"에서 "어떻게 지느냐"로 이동했다.

이번 트럭 시위에서 흘러나온 문구들은 크게 세 가지 층위로 읽힌다.

첫째는 성적과 투자 간의 불균형이다. "돈 아끼고 성적 포기한 실리야구"라는 문구는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다. 롯데는 KBO 구단 중 유니폼과 굿즈 판매량이 높은 편에 속하며, 팬덤의 소비력이 상당하다. 그러나 전력 보강이나 선수 영입 측면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팬들 사이에 자리 잡혀 있다. 구단이 팬들의 충성도를 수익 구조에 활용하면서 정작 전력 강화에는 보수적이라는 비판이다.

둘째는 운영 철학의 부재에 대한 지적이다. "스포츠 구단이 유통업인가"라는 문구는 구단이 팬과의 관계를 스포츠 경쟁보다 상품 판매 관계로 접근하고 있다는 냉소적 시각을 담고 있다. 성적보다 굿즈 매출, 유니폼 판매에 구단 에너지가 집중된다는 느낌이 쌓여온 결과다.

셋째는 반복되는 구조에 대한 불신이다. "8연속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표현은 가장 직접적인 팩트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8년 연속 실패한 것은 KBO 10개 구단 중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이다. 팬들은 이 숫자를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10일 두산전을 앞두고 라인업에 변화를 가했다. 나승엽을 지명타자로 배치하고, 고승민을 1루수로 전환했으며, 손호영이 2루, 김세민이 3루를 맡는 내야 재편이 이뤄졌다. 선발 투수는 김진욱이 등판했다. 감독은 "상대 선발이 좌완이라는 점과 고승민의 수비 부담 완화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는 5연패 탈출과 함께 김태형 감독 개인 통산 800승 도전이라는 기록적 의미도 걸려 있었다.

이번 트럭 시위를 단순한 팬들의 감정 폭발로 읽으면 본질이 흐려진다. 수치를 다시 정렬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8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이것은 한두 명의 에이스가 빠졌거나, 특정 시즌 부상이 겹쳤거나 하는 단발성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8년이라는 기간 동안 감독이 바뀌고, 선수단이 세대 교체됐음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문제는 감독이나 선수 개인이 아니라 구단 운영 시스템과 전력 구성 철학에 있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롯데는 팬 기반이 탄탄한 구단이다. 이는 오히려 구단 입장에서 전력 강화에 대한 긴박감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성적이 나빠도 관중이 오고, 굿즈가 팔리는 구조라면, 단기 성적 향상을 위한 공격적 투자의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 팬들이 "유통업이냐"고 묻는 배경에는 이 구조적 의심이 깔려 있다.

5연패 중 벌어진 개별 경기의 패인들—한 이닝 실책 3개, 번트 실패, 득점권 집중력 부족—은 모두 '준비와 집중'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 팬들은 단순히 "오늘은 운이 나빴다"가 아니라 "이 팀이 제대로 훈련하고 있느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트럭 문구의 강도는 그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다.

라인업 변경은 전술적 대응이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전술 조정보다 방향의 변화다. 지금의 롯데에 필요한 것은 한 경기 승리가 아니라, "이 팀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에 대한 구단 차원의 명확한 답이다.

5연패, 9위, 10위와 0.5게임 차. 이 세 수치가 동시에 겹친 시점에 사직야구장 앞에 트럭이 섰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롯데 팬들의 시위는 이미 여러 차례 다른 구단에서도 반복됐지만, 8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배경이 붙으면 무게감이 다르다. 김태형 감독 체제의 롯데가 이번 연패에서 탈출하는 것, 그리고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남은 시즌의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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