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배달앱]② 배달의민족 '중간 합의' 진짜 해결책일까

전문

배달의민족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입점업체 단체와 중개 수수료 관련 중간 합의를 도출했다고 최근 밝혔지만 실효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최종 합의안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 사진제공 =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근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입점 업체 단체와 '중간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사이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만원 이하 소액 주문 시 중개수수료를 면제하고 배달비를 일부 보조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전례 없는 파격 결단이라는 옹호에도 불구하고 실질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일각에선 중개료 면제 이면에 플랫폼이 교묘하게 배를 불릴 수 있도록 출구 전략을 마련해 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만원 이하 수수료 0%... 설왕설래

26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의 주도 아래 매주 월요일마다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석하고 있다. 기구에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배달앱 입점 단체도 속해 있다.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이달 9일을 시작으로 16일과 23일 순차적으로 열렸다.

배민은 내달 말 최종 상생안을 도출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19일 중간 합의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해 중개이용료(2~7.8%)를 없애고 점주 부담 배달비(1900~3400원)를 일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이라면 1만원의 주문이 들어왔을 때 최대 4180원(중개료 780원+배달비 3400원)을 점주가 부담해야 했지만, 합의안을 통해 이를 낮출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선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수수료 0%는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2~7.8%의 차등수수료 상생방안을 도입해 시행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만큼 추가 상생안을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1만원 이하 주문이 많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며 맞서고 있다. 동네 카페에서 음료만 주문해도 1만원을 벗어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중개 수수료 면제 정책은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것이다. 다만 배민은 소액주문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니즈가 많다고 반박한다.

한그릇 카테고리와 연관성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말 한그릇 카테고리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소주문금액이 없어 메뉴를 추가하거나,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주문해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진 제공 = 배달의민족

입점 업체들은 중간 합의 결과와 배민의 한그릇 카테고리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그릇 서비스는 5000원에서 1만2000원 사이 메뉴만 모아 놓은 지면으로 이번 합의에 앞서 배민이 지난달 말 정식 출시했다. 최소주문금액이 없어 소비자는 복수의 가게에서 여러 메뉴(한 그릇씩)를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합의에 따라 해당 구간 수수료 부담이 사라질 예정인 자영업자로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 6월 셋째 주 한그릇 주문 건수는 5월 첫 주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활성화되는 추세다.

문제는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앱 사용자 수는 일정한 상황에서 한그릇 카테고리가 확장한다면, 하나의 주문이 여러 건으로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3명의 소비자가 모여 있다고 가정했을 때 원래는 2~3만원대 메뉴를 한 번 주문할 것을, 이젠 각자 1만원짜리 메뉴를 세 군데에서 시킬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현행 시스템상 점주는 건당 배달비(1900~3400원)를 배민(우아한형제들)에 지급해야 한다. 배민은 여기서 제반 비용 등을 정산한 뒤 배달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에 배분한다. 결과적으로 주문이 분할될수록 배민이 업체로부터 수취할 수 있는 금액도 함께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중개 수수료 면제 대신 배달비를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생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안양에서 퓨전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업자는 “(배민은) 중개수수료 보다 주문 건수를 늘려 배달비를 불리는 게 더 이득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제 시작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중간합의문 발표 브리핑에서 배민이 주문금액 기준 1만원 이하의 주문에 대한 중개이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간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김범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국회의원,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김진우 공동의장,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김준형 공동의장,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국회의원 / 사진 제공 = 우아한형제들

한편 시장에선 중간 합의 이후 본격적인 진통을 예상하고 있다. 1차 상생안은 그나마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조건이어서 가능했다지만, 앞으로 논의돼야 할 사항은 타협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이유에서다. 1차 합의의 경우 배민 입장에선 1만원 이하 주문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새 정부에 발맞춰 자영업자와 화합하는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고, 입점 업체 역시 수수료 면제라는 카드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이외 양측의 요구 사항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입점 업체 측은 총수수료(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배달비)가 음식 가격의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액 주문의 경우 25%를 넘기지 않을 것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배민은 배달비(고정액) 등으로 업주 부담률이 높은 소액 주문(1만5000원 이하)에 한해서만 총 수수료를 전체 주문 금액의 30~35% 수준으로 낮춰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입점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상생협의체에서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배달비가 올라가는 풍선효과가 있었다”며 “이번 기구에선 이러한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고 진정한 의미의 상생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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