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은 일생일대의 탈북 기회… 절대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 줘야”

김민서 기자 2024. 10. 2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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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이민복씨 심리전 조언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

대북 전단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24일 “러시아에 파병된 젊고 앳된 북한 병사들에게 지금이 북한을 탈출할 수 있는 일생의 기회이니 절대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에 중점을 둔 심리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농업과학원 연구원으로 있다가 1992년 탈북한 이 단장은 2001년부터 매년 대북 전단 수천만 장을 북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그는 1995년 한국에 입국하기 전 3년간 러시아에 머물렀다.

이 단장은 본지 통화에서 “북·중 국경 경계가 워낙 삼엄해 웬만해선 북한에서 국경을 넘기가 굉장히 어려워졌고, 남북 육로도 지뢰밭을 지나야 하니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 파병이 북한의 젊은 병사들에게 살면서 한 번 올까 말까 한 탈북 기회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 단장은 “파병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에서 손에 무기까지 들고 있으니 ‘탈북 날개’를 단 셈”이라며 “이들이 탈북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투항하면 한국으로 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탈북민 3만4000여 명이 대한민국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탈북민의 목소리로 직접 파병 북한 군인들에게 전달하는 게 가장 강력한 심리전 방법”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다만 “‘하루 세끼 고기 반찬 준다’는 식의 심리전은 북한 내부에서 굶주린 병사들이면 몰라도 러시아에 나와 있는 젊은 병사들한테는 큰 효과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그런 만큼 대한민국에 오면 1만달러(정착 지원금)와 집(임대주택)이 제공되고 대학에서 공부도 할 수 있는 등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착취당하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처럼 러시아가 파병 용병들에게 월 2000달러씩 준다 한들 95%는 김정은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병사들한테 돌아가는 돈은 소액일 것”이라며 “남의 나라 전장에서 목숨 걸고 번 돈을 김정은 정권에 다 뺏기지 말고 한국으로 오라고 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병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조선일보DB

이 단장은 “1992년 6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역에서 북한 벌목공들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소련이 망했다더니 왜 이렇게 잘사느냐’며 놀라워했다”며 “망했다는 국가가 북한보다 훨씬 풍요로운 모습에 다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 단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이 불허된 폐쇄 국가에 갇혀 있던 북한 사람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놀라서 눈이 번쩍 뜨인다”며 “러시아에 파병 나온 북 병사들도 훨씬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파병 군인들은 국가 배급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먹고산 ‘장마당 세대’이자 한류를 접한 젊은 세대”라며 “파병이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탈북 기회라는 걸 알려주면 탈영하는 북한 병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단장은 “북한은 1960년대 초반 한국이 서독에 광부·간호사를 파견해 마련한 외화를 밑천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걸 보고 1972년 소련에 벌목공을 파견(약 1만6000명)하고 1977년 수천 명 단위로 리비아에 건설자를 파견했는데 시베리아 밀림과 리비아 사막은 현지인과 접촉 면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당국의 통제가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북한 당국의 직접 통제가 간단치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1만명이 넘는 젊은 병사들을 보내는 건 북 정권으로서도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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