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인가 궤도 이탈인가…임종석의 ‘남북 두 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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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의 "통일, 하지 맙시다"라는 발언이 야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임 전 의원의 주장은 '평화'를 위해 이미 '실질적 두 국가' 상황인 남북의 관계를 통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임 전 의원 주장에선 평화와 통일이 상충관계인 것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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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의 “통일, 하지 맙시다”라는 발언이 야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임 전 의원의 주장은 ‘평화’를 위해 이미 ‘실질적 두 국가’ 상황인 남북의 관계를 통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통일 잊어야 평화 온다”는 도발적 주장
임 전 의원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돌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 △윤석열 정부의 자유통일론 △국민의 통일에 대한 강한 의구심·거부감 등을 들어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 단언했다. 그는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며 △헌법 3조 영토 조항 폐기(개정) △국가보안법 폐기 △통일부 정리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통일 논의를 봉인하고 30년 뒤에나 잘 있는지 열어보자”라고 했다. ‘통일을 잊어야 평화가 온다’는 주장이지만, 여기엔 여러 뇌관이 숨어 있다.
‘통일지향 특수관계’와 ‘두 국가’ 사이
남과 북은 분단·전쟁·대치의 가시덤불을 헤치며 ‘두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되 통일을 지향한다’는 공감대를 넓혀왔다. 1991년 유엔 분리 가입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기본합의서)가 양대 축이다. 남북은 유엔 가입으로 별개의 주권국가임을 상호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기본합의서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특수관계”(통일지향 특수관계)라 안팎에 천명했다.
노태우 정부 이래 모든 정부는 ‘통일지향 특수관계’를 전제로 대북정책을 폈고, 관련 법·제도를 마련했다. 남북 교역을 ‘민족내부거래’로 여겨 관세를 매기지 않고, 대북 지원을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 몫인 ‘국제협력’(ODA)에 넣지 않은 까닭이다. 국제법적으로 북한 영토에서 만든 ‘개성공단 제품’을 외국과의 무역에서 한국산으로 인정받은 근거도 ‘통일지향 특수관계’다. 남북 관계를 일반적 ‘국가 관계’로 정립하면, 남북의 화해·교류·협력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통일지향 특수관계’를 호소할 근거가 없어진다. “임종석의 주장은 미래지향적이기는커녕 현실 추수적이자 몰역사적 퇴행”이라는 비판이 민주당 계열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 입에서 나오는 이유다.
평화와 통일, 충돌하나 보완하나
임 전 의원 주장에선 평화와 통일이 상충관계인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남과 북은 다섯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와 통일을 보완관계로 설정하고 그 상보성을 높이려는 합의를 실천해왔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2000년 6·15 공동선언 2항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나가기로 했다”는 합의가 대표적이다. 여기엔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주장을 내려놓고 화해와 교류협력에 우선 주력해 평화를 키우며 통일로 갈 길을 넓히자는 공감이 담겨 있다. 전임 정부의 한 고위직 인사는 “남북이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국가관계 정립 여부가 아니라 날로 악화하는 적대성을 어떻게 완화하느냐에 있다”고 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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