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불확실성 더 커졌다”…환율 20원 치솟고 주가 곤두박질
외국인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코스피 전일 상승분 절반 반납
전쟁 후 변동폭 하루평균 3.9%
환율 단숨에 1520원까지 위협
하락하던 WTI는 105弗 넘어서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종전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증시가 무너져내렸다. 미국이 봉쇄된 호르무즈해협 해결 의지가 없다는 점이 재확인된 가운데 앞으로 1주일간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지수는 4.47%(244.65포인트) 하락한 5234.05에 마감했다. 트럼프 연설을 앞두고 중동 긴장 완화 기대로 장 초반 5574.62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2~3주 내 이란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급락 전환했다. 지난달부터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인 3월 3일부터 4월 2일까지 총 23거래일 동안 지수 변동 폭은 일평균 3.88%에 달했다. 1% 내외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 날은 3일에 불과했다. 3월 한 달간 35조 8806억 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이날 1406억 원을 팔며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3월 33조 5689억 원을 순매수하며 외인 물량을 떠안은 개인은 1조 2099억 원을 사들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5.91%)가 급락해 단숨에 17만 원대로 밀려났고 SK하이닉스(-7.05%)도 ‘83만닉스’로 다시 내려섰다. LG에너지솔루션(-0.61%), 현대차(-4.61%), 두산에너빌리티(-6.0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줄줄이 하락한 반면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6.30%), 현대로템(6.73%) 등 방산주는 올랐다.

하향 안정화 기조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재점화에 동반 상승 전환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4원 오른 1519.7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524.1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5.92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도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보다 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유가 불안정성이 연장된다는 점이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2~3주’라는 시한을 제시한 만큼 단기간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당초 트럼프가 이란에 제시한 협상 시한이 6일까지인 점을 떠올릴 때 이번 주말 상황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트럼프 공언대로 3주 내 전쟁이 종료된다 해도 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단번에 가라앉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유가 급등의 핵심 원인인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면 빠른 종전의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 환경 격변 속 개별 기업 실적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호르무즈해협 주도권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믿을 곳은 기업 ‘기초체력’이 흔들림 없다는 믿음이다. 4월 실적발표에서 코스피 시가총액 40%를 도맡는 반도체 대표기업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당장 7일 삼성전자가 1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널뛰기 장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 회복을 노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유가 급등이 트럼프 정권에 부담이기에 빠르게 사태를 마무리하고자 함은 진심인 듯하다”며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코스피 5000선을 바라보며 지수가 떨어질 때 분할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S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떤 식으로든 봉합돼도 4~5월 극심한 고통 감내 국면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미국 중간선거 등을 감안할 때 6월 이후 본격적인 부양 기조로 전환하면서 증시의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신지민 기자 jimnn@sedaily.com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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