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어 디자인도 격전지…렌털업계, IP전쟁 확산

코웨이 노블 공기청정기와 청호나이스 서밋타워 공기청정기 비교. / 사진 제공=코웨이

필터와 살균 등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렌털업계 경쟁이 제품 디자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 주방과 거실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생활가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외관과 작동 구조가 브랜드 정체성과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보호 강화…생활가전업계 소송 잇따라

19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최근 청호나이스의 ‘서밋타워 공기청정기’를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청호나이스가 지난 2월 출시한 서밋타워 공기청정기가 코웨이가 2021년 선보인 ‘노블 공기청정기’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코웨이는 두 제품이 사각형 타워 형태와 본체 비율, 상부 팝업부 형상, 팝업부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작동 구조 등에서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노블 공기청정기 관련 디자인은 2020년 12월 출원해 2021년 4월 등록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송달받지 못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소장을 받은 뒤 내용을 검토해 적절한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코웨이가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출범한 대표이사 직속 ‘디자인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의 첫 공식 조치다. 코웨이는 TF를 통해 경쟁사 제품을 상시 점검하고 디자인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닉스 음식물처리기 라인업. /사진 제공=앳홈

렌털·생활가전업계에서는 최근 디자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코웨이는 2024년 교원웰스의 ‘아이스원 얼음정수기’를 상대로 디자인권과 특허권 침해금지, 판매금지,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해 쿠쿠홈시스의 ‘제로100 슬림 얼음정수기’를 상대로도 디자인권 침해에 따른 판매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두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쿠쿠와 앳홈도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의 유사성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앳홈은 쿠쿠가 등록한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이 자사 ‘미닉스 더 플렌더’와 유사하다며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쿠쿠도 앳홈이 보유한 디자인권을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최근 쿠쿠가 앳홈의 음식물처리기 디자인을 상대로 낸 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앳홈은 쿠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도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앳홈 관계자는 “디자인을 단순한 외형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제품 경쟁력을 담은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자사의 디자인 경쟁력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가전, 인테리어 가전으로…디자인 중요성↑

과거 렌탈업계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내부 기술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정수기의 얼음 생성과 탈빙 구조, 전기분해 살균 방식, 필터와 물 추출 제어 기술 등이 주요 소송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 외관과 조작부 배치, 작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형태까지 권리 보호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분쟁 범위가 디자인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가 실내 한쪽에 두는 기능성 제품에서 주방과 거실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테리어 가전으로 바뀐 점이 디자인 경쟁을 키웠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청정 성능과 위생 기능뿐 아니라 크기와 색상, 가구와의 조화까지 함께 따지면서 업체들도 외관 디자인을 주요 판매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쿠쿠의 음식물처리기 '에코웨일 큐브' 신제품. / 사진 제공=쿠쿠

제품 소형화와 공간 효율 경쟁도 디자인 분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음식물처리기 등 생활가전은 내부에 필터와 모터, 물탱크 등 여러 부품을 넣으면서도 제품 크기와 설치 면적을 줄여야 한다. 좁은 공간에 필요한 기능을 배치하고 조작 편의성까지 확보하는 과정에서 제품 외형과 디스플레이, 출수구, 토출구 등 구성 요소의 위치가 비슷해질 수 있다. 차별화한 디자인을 독점적으로 보호하려는 업체와 제품 기능상 불가피한 일반적 형태라는 경쟁사 주장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차별화한 디자인은 소비자의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경쟁사 제품과 구분되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터와 위생, 인공지능 제어 등 기술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디자인도 렌털가전의 핵심 지식재산권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면서 “주요 업체들이 제품 외관을 브랜드와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자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렌털업계의 지식재산권(IP)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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