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만 안 했어도…”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 남정임, 1966년 영화 유정으로 데뷔하자마자 흥행에 성공하며 윤정희, 문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떠오른 그녀는, 발랄하고 명랑한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화려했던 스포트라이트는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꺼지게 됩니다.
1971년, 재일교포와의 결혼을 계기로 일본으로 떠난 그녀는 연예계를 은퇴하고, 시댁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사람은 바로 감독 정진우. 일본 영화제에 초청받아 간 자리에서 그녀가 시아버지에게 핀잔을 들으며 쉴 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화가 났다고 고백합니다.

정 감독의 끈질긴 설득 끝에, 남정임은 이혼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나는 고백한다’로 복귀, 제2의 연기 인생을 시작합니다.

이후 재혼과 출산을 통해 잠시나마 행복을 되찾았지만, 운명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1992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그녀의 나이는 겨우 47세. 너무나 젊고 안타까운 나이였습니다.

누리꾼들은 “정말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이렇게 떠나다니”, “감독님 아니었으면 묻혔을 인생이었다”, “결혼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인생”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던 별이 선택한 사랑, 그리고 그 대가로 치른 현실. 남정임의 삶은 지금도 우리에게 ‘자기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되묻게 만듭니다.